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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명·5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이윤정 교수(명지병원 소아재활센터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3년 전 민우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다발성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라는 장애를 안게 됐다. 혼자서 일어나기는커녕 앉을 수조차 없었던 민우는 3년간의 꾸준한 재활치료로 지금은 스스로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됐다.
마비됐던 왼쪽 팔과 다리를 최대한 움직이며 올곧이 혼자 걷는 민우는 매일 매일 '일상'이란 기적을 향해 나아간다.
성장과 발달 과정에 있는 장애 어린이가 평범한 일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기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평균의 신체기능을 획득하는 것, 그것으로 아이의 인생은 극명히 달라진다.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도 덤으로 내려간다.
현재 민우와 같이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전국에 약 10만 명. 그러나 소아재활 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유지하던 곳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동국대 일산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소아 낮 병동 운영을 중단했다.
의료기관들이 소아재활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는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 때문이다. 설비·인력·시간에 비해 수가가 낮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심사 삭감을 하고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 . 이런 이유로 장애 어린이들은 재활치료 기관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재활 난민'이 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아재활 분야의 의사들은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의료·교육·복지의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정말 필요한 곳에 예산이 가도록 하기만 해도 소아재활 분야의 전체 시스템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을 치료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이윤정 교수.
"장애를 딛고 일어날때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소아재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통해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장애를 지닌 아동과 그 가족들이 차별받지 않고 모두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