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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과학적 증거'로 시신에 남겨진 마지막 진실 규명하는 법의학자들
Medical Photo Story 과학의 빛으로 죽은 자의 인권을 밝히다
2019. 04. 14 by 김선경 기자
죽은 자에게 남겨진 마지막 신호를 해석해 진실을 규명하는 부검. 김문영 교수가 부검에 앞서 사인불명의 시신을 검안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죽은 자에게 남겨진 마지막 신호를 해석해 진실을 규명하는 부검. 김문영 교수가 부검에 앞서 사인불명의 시신을 검안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죽은 자는 침묵하지만 시신에 마지막 유언의 단서를 남긴다

미처 말하지 못한 죽은 자의 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은 바로 산 자들의 몫. 법의학은 '과학적 증거'를 통해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진실을 규명한다.

의학이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이 법의학은 사회적 생명인 '인권'을 살린다.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김문영 연구 조교수는 매주 화, 수요일 시신과 마주한다.

'사체를 해부한다'는 편견을 딛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을 하고자 법의학자가 됐다는 김교수. 그러나 '부검실' 밖 법의학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김 교수는 현 검시제도에 대해 “시신 검안, 부검여부의 판단, 사망 진단서 작성 등 법의학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정작 법의학자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돼 있지 않다”며 억울한 죽음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제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다. 그녀는 또한 캐나다의 경우 범죄에 의한 사망뿐만 아니라 자살, 병사, 사고사 등에 대해서도 부검을 통해 통계를 내고 제도를 개선한다며 예방 가능한 죽음에 대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법의학자들은 연간 약 8000여 건의 변사체를 부검한다. 대한법의학회에 따르면 부검을 할 수 있는 법의학자는 전국에 59. 매년 변사자 수는 늘고 있지만 법의학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앞으로 법의학자가 될 의사 전공자 역시 전국에 단 4명뿐이다.

이렇듯 법의학이 고사상태에 직면한 것은 임상의사보다 낮은 보수, 인력난의 악순환으로 인한 업무가중 등 처우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되고 있지 않은 것.

26년간 법의학의 길을 걸어온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이숭덕 교수에게 김문영 교수는 의사 출신 3번째 제자다. 그만큼 법의학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숭덕 교수는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법의학의 열악한 현실이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 언제까지 법의학자들에게 '부검'이라는 희생만 강요하고 긍지와 보람을 주지 않을 것인가. 고생을 하면서도 억울한 죽음을 밝히면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버티고 있지만 제도는 변하지 않는다." 라고 항변한다.

201811월 대한법의학회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범죄를 예방하는 등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죽음의 유형을 '변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수사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된 변사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범죄를 포함한 자살, 사고사 등 사회적 죽음에 대해서도 부검을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숭덕 교수는 더 이상 억울하거나 의문이 남는 죽음이 없도록 검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의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학문으로 자리매김 할 때 비로소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책임을 요구하며, 검시제도 관련 법률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법의학자들의 물음에 이제 국가가 대답할 차례다.

 

이른 아침 서울대 의대 안으로 운구차가 들어선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서울대 의대 내 지역법의관사무소에서 변사자의 부검을 실시한다. ⓒ의협신문
이른 아침 서울대 의대 안으로 운구차가 들어선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서울대 의대 내 지역법의관사무소에서 변사자의 부검을 실시한다. ⓒ의협신문

 

한 해 약 400여 건의 부검이 이뤄지는 국과수 서울대 지역법의관 사무소. 법의학교실 이숭덕 교수와 김문영 교수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변사자의 시신을 부검한다. ⓒ의협신문
한 해 약 400여 건의 부검이 이뤄지는 국과수 서울대 지역법의관 사무소. 법의학교실 이숭덕 교수와 김문영 교수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변사자의 시신을 부검한다. ⓒ의협신문

 

부검 예정일 새벽, 지역 경찰서를 통해 변사자 부검 의뢰가 접수되면 하루 보통 1~4구의 시신을 부검한다. 부검에 앞서 이숭덕 교수와 김문영 교수가 사망 사건 담당 형사와 함께 수사기록과 사진 등을 참조해 망자의 사망 경위를 사전 파악하고 있다.  ⓒ의협신문
부검 예정일 새벽, 지역 경찰서를 통해 변사자 부검 의뢰가 접수되면 하루 보통 1~4구의 시신을 부검한다. 부검에 앞서 이숭덕 교수와 김문영 교수가 사망 사건 담당 형사와 함께 수사기록과 사진 등을 참조해 망자의 사망 경위를 사전 파악하고 있다. ⓒ의협신문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에서 유일한 의사(병리학 전문의) 대학원생이던 김문영 교수는 올해 3월 연구조교수로 발령을 받았다. 그녀는 일반 대학을 다니다 법의학자가 되고 싶어 다시 의대를 갔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에서 유일한 의사(병리학 전문의) 대학원생이던 김문영 교수는 올해 3월 연구조교수로 발령을 받았다. 그녀는 일반 대학을 다니다 법의학자가 되고 싶어 다시 의전원을 갔다. ⓒ의협신문 김선경

 

멍이나 생채기 등 손상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 기록해 증거를 남긴다. ⓒ의협신문
멍이나 생채기 등 손상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여 기록을 남긴다.ⓒ의협신문

 

부검의 모든 과정은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은 보통 50여 컷, 많게는 100여 컷을 촬영한다. ⓒ의협신문
부검의 모든 과정은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은 보통 50여 컷, 많게는 100여 컷을 촬영한다. ⓒ의협신문

 

부검의 첫 단계인 ‘외표 검사’ 후 ‘인체도’에 시신에 남겨진 모든 손상을 기록한다. ⓒ의협신문
부검의 첫 단계인 ‘외표 검사’ 후 ‘인체도’에 시신에 남겨진 모든 손상을 기록한다. ⓒ의협신문

 

부검팀은 집도 및 기록을 하는 법의학자, 시신 해부와 사진 촬영을 하는 조사관 등 보통 4~5인으로 구성된다. 한 구를 부검하는데 대략 1시간 내외가 걸린다. 때때로 사건 담당 형사나 의대생 및 타과 전공의들이 참관하기도 한다. ⓒ의협신문
부검팀은 집도 및 기록을 하는 법의학자, 시신 해부와 사진 촬영을 하는 조사관 등 보통 4~5인으로 구성된다. 한 구를 부검하는데 대략 1시간 내외가 걸린다. 때때로 사건 담당 형사나 의대생 및 타과 대학원생들이 참관하기도 한다. ⓒ의협신문
메스로 피부와 피하연부조직, 근육, 골격을 층별로 박리해 미세한 출혈, 골절 등을 찾는다. 시신은 혈압이 없으므로 지혈을 위한 술기나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 ⓒ의협신문
메스로 피부와 피하연부조직, 근육, 골격을 층별로 박리해 미세한 출혈, 골절 등을 찾는다. 시신은 혈압이 없으므로 지혈을 위한 술기나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 ⓒ의협신문

 

부검 절개 범위는 생명과 직결되는 머리, 목, 몸통 부위를 기본으로 한다. 사망 당시의 상황이나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해부를 진행한다. ⓒ의협신문
부검 절개 범위는 생명과 직결되는 머리, 목, 몸통 부위를 기본으로 한다. 사망 당시의 상황이나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해부를 진행한다. ⓒ의협신문

 

한강에서 발견된 변사체에서 적출한 검체들. 수중사체의 소견만으로 익사를 판명할 수 없기에 플랑크톤 검사를 통해 사인을 판명한다. ⓒ의협신문
한강에서 발견된 변사체에서 적출한 검체들. '수중에서 발견되었다'는 정황만으로는 익사를 판명할 수 없기에 시체에서 관찰되는 여러 소견들과 플랑크톤 검사와 같은 추가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사인을 판단한다. ⓒ의협신문

 

부검 중 시신을 씻는 물이 부검대 아래로 흐르고 있다. ‘원한을 씻어준다’는 중국 송나라의 법의학서 세원록(洗寃錄)의 의미처럼, 법의학은 진실을 찾아 죽은 자의 원한을 씻어주는 학문이다.ⓒ의협신문
부검 중 시신을 씻는 물이 부검대 아래로 흐르고 있다. ‘원한을 씻어준다’는 중국 송나라의 법의학서 세원록(洗寃錄)의 의미처럼, 법의학은 진실을 찾아 죽은 자의 원한을 씻어주는 학문이다.ⓒ의협신문

 

대한법의학회 인증의 3년 차인 김문영 교수의 주도로 부검이 이뤄지고 있다. ⓒ의협신문
대한법의학회 인정의 3년 차인 김문영 교수의 주도로 부검이 이뤄지고 있다. ⓒ의협신문

 

외표면 검사에서 타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사인미상 시신의 뇌. 머리를 열어보니 뇌바닥에서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김문영 교수가 물이 든 주사기를 이용해 출혈 지점을 찾고 있다. 혈관병변으로 인한 ‘병사’인지, 외력에 의한 ‘외인사’인지를 판명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의협신문
외표면 검사에서 타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사인미상 시신의 뇌. 머리를 열어보니 뇌바닥에서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김문영 교수가 물이 든 주사기를 이용해 출혈 지점을 찾고 있다. 혈관병변으로 인한 ‘병사’인지, 외력에 의한 ‘외인사’인지를 판명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의협신문

 

심장질환으로 인한 병사로 추정되는 시신의 심장에서 채취한 조직들. 좌심실 사방을 하나씩 표시해 담았다. ⓒ의협신문
심장질환으로 인한 병사로 추정되는 시신의 심장에서 채취한 조직들. 좌심실 사방을 하나씩 표시해 담았다. ⓒ의협신문

 

이숭덕 교수가 사인미상의 시신 두개골 안쪽에서 발견된 뇌수술 자국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숭덕 교수가 사인미상의 시신 두개골 안쪽에서 발견된 뇌수술 자국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의협신문

 

머리뼈 안 ‘접형동’에서 혈흔이 섞인 액체를 빼내고 있다. 원래 이곳은 비어 있는 공간인데 사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가 격렬하게 호흡을 하면 이 공간에 물이 찬다. 이미 죽은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갔다면 이곳에 물이 차지 않는다. ⓒ의협신문
머리뼈 안 ‘접형동’에서 혈흔이 섞인 액체를 빼내고 있다. 원래 이곳은 비어 있는 공간인데 사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가 격렬하게 호흡을 하면 이 공간에 물이 찬다. 이미 죽은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갔다면 이곳에 물이 차지 않는다. ⓒ의협신문

 

이숭덕(왼쪽에서 세번째), 김문영(오른쪽에서 첫번째) 교수가 부검을 마친 후 담당 형사에게 부검 소견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숭덕(왼쪽에서 세번째), 김문영(오른쪽에서 첫번째) 교수가 부검을 마친 후 담당 형사에게 부검 소견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시신에서 채취한 조직 슬라이드 결과와 부검 기록을 토대로 사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의협신문
시신에서 채취한 조직 슬라이드 결과와 부검 기록을 토대로 사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문영 교수가 부검 소견, 수사기록, 조직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인을 결정하는 부검 감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감정서 작성을 완료하는 데 사건 1건 당 대략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부검감정서는 법정에서 강력한 근거로 쓰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의협신문
김문영 교수가 부검 소견, 수사기록, 조직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인을 결정하는 부검 감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감정서 작성을 완료하는 데 사건 1건 당 대략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부검감정서는 법정에서 강력한 근거로 쓰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의협신문

 

이숭덕, 김문영 교수는 한 달에 한번 주말 아침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를 찾는다. 국과수의 법의관들이 부족하다 보니 각 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들과, 개원한 법의관들이 주말 부검을 하는 것이다. ⓒ의협신문
이숭덕, 김문영 교수는 한 달에 한번 주말 아침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를 찾는다. 국과수의 법의관들이 부족하다 보니 각 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들과, 개원한 법의관들이 주말에 부검을 담당한다. ⓒ의협신문

 

김문영 교수가 중앙대 의대 본과생들에게 ‘사망진단서’에 관해 강의 하고 있다.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법의학 교실이 있는 곳은 단 10곳. 법의학 교수들은 평균 3~4곳의 법의학교실이 없는 의대를 다니며 강의를 한다.  ⓒ의협신문
김문영 교수가 중앙대 의대 본과생들에게 ‘사망진단서’에 관해 강의 하고 있다.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법의학 교실이 있는 곳은 단 10곳. 법의학 교수들은 평균 3~4곳의 법의학교실이 없는 의대를 다니며 강의를 한다. ⓒ의협신문

 

법의학 분야중 법의유전학은 범죄 현장에서 개인 식별에 중요한데, 역사적인 사건, 대형 재난 현장에서도 긴요하게 쓰인다. 이숭덕, 김문영 교수가 유전자 감식을 앞두고 있는 제주 4.3사건 희생자의 유골을 살피고 있다.  ⓒ의협신문
법의학 분야중 법의유전학은 범죄 현장에서 개인 식별에 중요한데, 역사적인 사건, 대형 재난 현장에서도 긴요하게 쓰인다. 이숭덕, 김문영 교수가 유전자 감식을 앞두고 있는 제주 4.3사건 희생자의 유골을 살피고 있다. ⓒ의협신문

 

검사에 사용할 유전자의 양을 늘리기 위해 4.3 사건 유족에게 추출한 DNA 시료를 유전자 증폭기에 넣고 있다.ⓒ의협신문
검사에 사용할 유전자의 양을 늘리기 위해 4.3 사건 유족에게 추출한 DNA 시료를 유전자 증폭기에 넣고 있다.ⓒ의협신문

 

이숭덕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제주 4.3사건 유해 발굴 사업에 참여, 현재까지 400여 구의 유골 중 121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도했다. ⓒ의협신문
이숭덕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제주 4.3사건 유해 발굴 사업에 참여, 현재까지 400여 구의 유골 중 121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도했다. ⓒ의협신문

 

70년이 지난 제주 4.3 사건 희생자의 유골. 의학과 과학의 빛으로 죽은 자의 어둠을 밝히는 법의학은 미지(未知)의 역사를 기지(旣知)의 역사로 이끌어 주는 역할도 해낸다. ⓒ의협신문
70년이 지난 제주 4.3 사건 희생자의 유골. 의학과 과학의 빛으로 죽은 자의 어둠을 밝히는 법의학은 미지(未知)의 역사를 기지(旣知)의 역사로 이끌어 주는 역할도 해낸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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