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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photo Story
실명 질환과 사투 벌이는 안과 의사들
Medical Photo Story 어둠을 걷어 빛으로 이끌다
2018. 12. 24 by 김선경 기자
김철구 교수가 증식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유리체절제술을 하고 있다. 망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망막 위 웃자란 막을 분당 5000회를 움직이는 절단침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매우 정교하고 어려운 수술. 고요하지만 치열한 이 싸움의 무기는 고도의 집중력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가 증식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유리체절제술을 하고 있다. 망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망막 위 웃자란 막을 분당 5000회를 움직이는 절단침으로 제거해야 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매우 정교하고 어려운 수술. 고요하지만 치열한 이 싸움의 무기는 고도의 집중력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현미경 너머 미궁처럼 깊은 눈 속.

그곳은 하나의 우주다. 우리 몸에서 겉으로 드러난 유일한 장기인 눈은 약 1억 개 이상의 빛 감지 세포와 100만 개의 신경섬유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관이다.

신경섬유 한 가닥의 두께는 0.1~8마이크로미터. 조그만 압력이나 혈액순환의 변화에도 쉽게 손상되기에 이상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자칫하면 바로 암흑의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실명질환 발병률도 높아졌다. 국내 ‘3대 실명 질환’인 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녹내장 발병률은 최근 4년 새 44% 증가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고, 진단과 치료 또한 쉽지 않다는 것.

'세극등현미경'은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지 않아 의사들 내에서도 안과전문의가 아니면 정상상태와 병적인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안압측정기'는 자동안압 측정 검사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지만 측정할 때마다 오차가 많고, 변동성이 크다. 특히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임에도 녹내장인 경우가 상당수여서 안압측정 검사 결과 수치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자동시야측정장비'는 검사결과 자체보다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러 요인들이 검사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시야검사 결과만으로는 눈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안과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사건의 결정문을 통해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 등 4종의 안과 검사기기에 대해 자동으로 결과가 나타나고, 한의사도 배웠으니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매일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을 잃어가는 환자를 보는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 교수.

"녹내장이란 얼마나 위험한 질환인지, 진단과 치료는 얼마나 까다로운지, 오진을 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쳤을 경우에 환자의 삶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안다면,  헌법재판소의 그런 해석은 쉽게 내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한의과에서 말하는 녹풍과 녹내장은 전혀 다른 개념이에요. 그곳에서 치료하면 안압이 내려가던지, 시야가 유지되던지 해야 하는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죠. 최근 녹내장 전문 한의원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 참 씁쓸한 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둠이 드리워진 세상을 봐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더없이 막막하다.

실명 위기의 환자의 눈에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수술대에 서는 건양의대 김안과 망막병원의 김철구 교수와 녹내장센터 황영훈 교수.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했다면 실명까지 가지 않을 환자들이 많습니다. 실명질환 환자들을 검사하고 진단하는 것은  숙련된 안과 전문의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죠.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안과 수술은 매우 고요하지만 의사의 미세한 떨림에도 수술결과가 달라지고 환자의 인생이 바뀌는 치열한 수술이에요. 그러나 안과의사들에게 수술의 고단함 보다 더 힘든 것은 안과의 전문성이 소홀히 다뤄지는 의료현실입니다 .”

망막센터 외래 진료실 앞. 김철구 교수가 환자를 만나기 전, 검사 결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실명질환인 당뇨망막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초기에 눈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의협신문 김선경
망막센터 외래 진료실 앞. 김철구 교수가 환자를 만나기 전, 검사 결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실명질환인 당뇨망막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초기에 눈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가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안과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사건의 결정문을 통해 세극등현미경은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므로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세극등현미경은 자동으로 검사결과가 추출되지 않을 뿐더러 숙련된 안과전문의가 아니면 판독이 매우 어려운 검사 중 하나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가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안과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사건의 결정문을 통해 세극등현미경은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므로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세극등현미경은 자동으로 검사결과가 추출되지 않을 뿐더러 숙련된 안과전문의가 아니면 판독이 매우 어려운 검사 중 하나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이 심각한 환자에게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황영훈 교수. 녹내장은 고안압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정상안압인 녹내장 환자도 다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이 심각한 환자에게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황영훈 교수. 녹내장은 고안압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정상안압인 녹내장 환자도 다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협신문 김선경

 

당뇨망막증 환자가 눈 속에 항체주사를 맞고 있다. 수술 전에는 주사, 약물, 레이저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시도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당뇨망막증 환자가 눈 속에 항체주사를 맞고 있다. 수술 전에는 주사, 약물, 레이저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시도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황영훈 교수를 비롯한 녹내장 센터 의사들이 증상이 심각한 한 환자의 검사결과를 보며,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야검사(사진 맨 위), 안저검사(왼쪽 첫 번째), OCT 단층 촬영검사. ⓒ의협신문 김선경
황영훈 교수를 비롯한 녹내장 센터 의사들이 증상이 심각한 한 환자의 검사결과를 보며,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야검사(사진 맨 위), OCT(빛간섭단층촬영)(왼쪽 첫 번째), 안저사진ⓒ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은 주사, 약물, 레이저로 치료할 수 없는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마지막 선택이다. 당뇨망막병은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서 심각한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은 주사, 약물, 레이저로 치료할 수 없는 당뇨망막병증 환자의 마지막 선택이다. 당뇨망막병은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서 심각한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을 집도 중인 김철구 교수. 망막수술은 실명과 직결돼 난이도가 있고, 응급을 요하는 경우도 많으며 각 안과분야 중 수련 기간이 가장 길어 안과계의 '3D'라 불린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을 집도 중인 김철구 교수. 망막수술은 실명과 직결돼 난이도가 있고, 응급을 요하는 경우도 많으며 각 안과분야 중 수련 기간이 가장 길어 안과계의 '3D'라 불린다. ⓒ의협신문 김선경

 

유리체 출혈과 함께 견인성망막박리 등을 동반한 증식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유리체절제술. 수술시야를 열어줄 접안렌즈를 올리고 압력을 조절하는 관류관과 조명기구, 절단침이 눈 안으로 들어간다. 망막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유리체를 흡입하고 망막위의 웃자란 막을 제거해야한다. 눈 깜빡할 틈도 없다. ⓒ의협신문 김선경
유리체 출혈과 함께 견인성망막박리 등을 동반한 증식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유리체절제술. 수술시야를 열어줄 접안렌즈를 올리고 압력을 조절하는 관류관과 조명기구, 절단침이 눈 안으로 들어간다. 망막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유리체를 흡입하고 망막위의 웃자란 막을 제거해야한다. 눈 깜빡할 틈도 없다. ⓒ의협신문 김선경

 

발로 조절하는 유리체 절단침은 분당 5000~7500회를 왕복하며 빠르게 움직인다. 절단침의 흡인력, 속도, 각도, 타이밍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수술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온 발의 감각을 집중시켜야만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발로 조절하는 유리체 절단침은 분당 5000~7500회를 왕복하며 빠르게 움직인다. 절단침의 흡인력, 속도, 각도, 타이밍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수술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온 발의 감각을 집중시켜야만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유리체를 제거하고 막을 걷어낸 뒤 증식한 혈관이 자라지 못하도록 레이져 치료를 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유리체를 제거하고 막을 걷어낸 뒤 증식한 혈관이 자라지 못하도록 레이져 치료를 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는 “망막 수술은 한시간 남짓 소요되는 짧은 수술이지만 수술이 끝나면 온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는 “망막 수술은 한시간 남짓 소요되는 짧은 수술이지만 수술이 끝나면 온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영훈 교수가 수술 전 녹내장 환자의 눈에 표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황영훈 교수가 수술 전 녹내장 환자의 눈에 표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 환자의 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상태다. 안압, 레이저로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시야는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실을 조일 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민감도가 관건인 수술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 환자의 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상태다. 안압, 레이저로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시야는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실을 조일 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민감도가 관건인 수술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인 수술. 수술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환자는 결국 실명한다. 황교수는 "녹내장이 잘못 진단됐을때의 치명적인 결과,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수술장에서의 사투 등을 안다면, 안과전문의가 아닌 그 어떤 사람들도 안과 의료기기를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인 수술. 수술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환자는 결국 실명한다. 황교수는 "녹내장이 잘못 진단됐을때의 치명적인 결과,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수술장에서의 사투 등을 안다면, 안과전문의가 아닌 그 어떤 사람들도 안과 의료기기를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 환자의 눈 속에 물길을 터주어 안압을 조절하는 섬유주절제술. 방수 유출의 정도를 10-0의 가느다란 실로 조절하는데 봉합 위치와 세기에 따라 안압이 달라진다. 한 땀 한 땀에 따라 환자가 보는 세상은 달라진다. ⓒ의협신문 김선경
녹내장 환자의 눈 속에 물길을 터주어 안압을 조절하는 섬유주절제술. 방수 유출의 정도를 10-0의 가느다란 실로 조절하는데 봉합 위치와 세기에 따라 안압이 달라진다. 한 땀에 따라 환자가 보는 세상의 시야가 좌지우지된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을 마친 녹내장 환자가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수술실을 나가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을 마친 녹내장 환자가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수술실을 나가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눈을 부릅뜨고 매 순간 숨죽여 수술하는 황영훈 교수. 안구건조증이 생긴 황영훈 교수는 도수 없는 안경을 착용하여 그나마 눈의 피로를 줄인다. ⓒ의협신문
눈을 부릅뜨고 매 순간 숨죽여 수술하는 황영훈 교수. 안구건조증이 생긴 황영훈 교수는 도수 없는 안경을 착용하여 그나마 눈의 피로를 줄인다. ⓒ의협신문

 

수술을 마친 황영훈 교수가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술을 마친 황영훈 교수가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가 도상검안경을 착용하고 수술을 마친 당뇨망막증 환자의 안저 전반부를 살펴보고 있다. 유리체, 망막, 맥락막의 상호간의 입체적 관찰을 통해 수술 뒤 예후를 짐작해보는 것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철구 교수가 도상검안경을 착용하고 수술을 마친 당뇨망막증 환자의 안저 전반부를 살펴보고 있다. 유리체, 망막, 맥락막의 상호간의 입체적 관찰을 통해 수술 뒤 예후를 짐작해보는 것이다. ⓒ의협신문 김선경

 

약물로는 안압 조절이 되지 않아 실명 직전의 상황에서 수술을 통해 위기를 넘긴 한 환자가 황영훈 교수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약물로는 안압 조절이 되지 않아 실명 직전의 상황에서 수술을 통해 위기를 넘긴 한 환자가 황영훈 교수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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