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근로자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공장 롤러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간 환자. 손 가죽이 벗겨지고 모든 손가락이 심하게 훼손됐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 괴로워하는 환자. 상처를 살펴보는 의사의 표정이 심각하다. 이내 긴급 수술이 결정되고 의사는 서둘러 수술실로 향한다.
1mm이내 미세한 혈관과 신경을 이어 절단된 손의 제 기능을 찾게 해주는 수지접합 수술. 미세현미경을 보며 장시간 고난이도 수술을 해야 하기에 '외과 전문 수술의 꽃'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산업근로환경이 좋아져 사고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수지절단 사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목공이나 정육 등의 작업과정에서, 또는 교통사고로도 수지절단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숙련된 수지접합 전문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부전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배우기가 어렵고 응급외상환자에 대비해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고된 일상 때문에, 수부외과 의사는 ‘외과계 3D’가 된지 오래다.
개인의 고단함을 감수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수가 자체가 낮은데다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결과에 따라 수가가 삭감 당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병원에서 수지접합술이 가능한 의사를 찾기란 쉽지 않고 수지접합전문센터가 있는 중소병원에서 조차 야간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수부외과학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전국에 250명. 그 중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지접합 전문의는 20여 명이 채 안된다.
이런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내며 수부외과를 지켜오는 성민병원 수지접합센터 황준성 센터장과 김진영 소장.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긍지와 사명감이다.
"손가락이 절단돼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외면 할 수 없어 사명감으로 일합니다. 고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절단환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의 손이 살아나고, 환자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병원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 더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