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신간]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11.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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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지음/도서출판 갈무리 펴냄/2만원

 
철학자 황수영이 쓴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가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프랑스철학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한 사유의 흐름을 조명하며, 베르그손·깡길렘·시몽동·들뢰즈의 생성철학의 비교와 대화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다가선다. 이 책은 단순히 각 철학자들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들을 서로 대면시키고 그들이 전력을 다해 씨름한 문제들을 공통의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베르그손은 생명에 대해 최초의 거대서사를 썼다. 그의 생명철학은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수려한 문체 속에서 생명의 예측불가능한 창조와 인간의 자유를 역설함으로써 많은 이의 마음에 깊이 뿌리내렸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생명이 무엇보다 우주적 생성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잘 기억되고 있지 않다. 생성의 세계는 시간이 단지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작용하는 세계이다. 시간의 작용은 생명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 세계 자체의 미결정성, 우주의 미완결성을 의미한다.

생명과 생성은 서로를 참조하는 순환적 관계 속에 있다. 베르그손의 생성에 대한 사유는 단지 프랑스철학만이 아니라 서양철학 전체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진다. 이런 면에서 베르그손의 사유는 그 차분한 논리 전개 이면에 도발적인 데가 분명히 있다.

이 책에는 베르그손이 20세기 초반 프랑스철학에 던져 놓은 씨앗이 흩어져 결실을 맺는 과정, 혹은 이 결실을 통해 새로운 씨앗이 던져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또 이들의 사유가 베르그손에서 나온 가지들을 매개로 서로 접속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깡길렘과 시몽동, 들뢰즈는 그들의 스승이 던져 놓은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스승 못지않게 때로는 스승을 능가하는 탁월한 추론과 철학적 상상력을 보여 준다. 그들이 공들여 다듬은 개념들의 구조물을 넘어가 보면 매혹적인 생성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 책은 몇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에 다가선다. 먼저 베르그손과 현대유전학의 관계를 살펴보는 '생성철학과 진화론의 만남', 데까르뜨의 기계론에 반기를 들었던 프랑스의 생기론자들을 다룬 '프랑스 생기론과 자비에르 비샤의 의학사상', 깡길렘에게 있어서 질병과 건강이란 무엇인가를 짚고 있는 '깡길렘의 의철학에서 개체성과 내재적 규범의 문제' 등이다.

1부에서는 생명철학의 측면에서 베르그손의 진화론을 현대의 진화 이론들, 특히 신다윈주의 및 고생물학자 굴드의 이론과 비교하면서 베르그손의 진화에 대한 이해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통찰이 무엇인가를 찾아낸다. 또 생성철학의 측면에서는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 3장에서 전개되는 형이상학적 난문들을 검토하면서 베르그손철학 내부의 모순들, 그간 해결되지 않고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들의 원인을 찾아낸다.

이 책의 2부와 3부는 베르그손 철학의 두 면모인 생명철학과 생성철학이 이후 어떻게 분기해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베르그손의 생명철학은 프랑스 생기론자이며 근대생리학의 창시자인 비샤에 대한 연구로 보완되고, 비샤와 베르그손을 동시에 참조하는 깡길렘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깡길렘은 생기론적 의철학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한다. 다른 한편 시몽동은 크리스탈의 형성과정을 연구하면서, 물체의 독자성을 부정한 베르그손을 보완해 개체화과정이 물질과 생명에서 공히 존재하는 생성의 단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시몽동의 개체화이론과 베르그손의 지속의 철학을 결합하는 들뢰즈는 차이 개념을 토대로 생성철학의 보다 구체적인 문법을 만드는 데 돌입한다(☎ 02-32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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