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알아야 할 법률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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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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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예방 의사가 나선다 ⑩
▲ 이준석 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선우 )

얼마 전 울산 계모 사건에서 살인죄의 고의가 인정돼 중형이 선고되는 등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은 많아진 결과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고 있고 급기야 올해 9월부터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노인 학대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특례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노인복지법의 일부 조항으로 관련 직무 종사자의 노인 학대 신고의무 및 그 절차에 대한 조항을 마련하고 있을 뿐이다.

노인 학대와 관련해 의사들이 우선 알아야 할 점은 노인복지법상 의사는 직무상 노인 학대를 알게 된 때에는 즉시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노인학대사실의 신고는 의사가 그 판단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신고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진료중인 노인환자에게 학대사실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만 의료법에는 비밀누설금지의무가 있기 때문에 노인학대의 신고가 환자의 개인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나 자식이나 가까운 친인척에게 학대받는 노인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가 학대사실을 신고할 경우에 본인의 개인적인 비밀을 누설했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인 학대는 한 개인의 비밀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공공복리와 관련된 문제이며 노인학대자에게는 심한 경우 국가의 형벌권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에 학대사실이 학대받는 노인의 개인적인 비밀로서의 보호가치가 있는 사실도 아니다.

학대피해자인 노인을 진료하는 의사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진찰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도 학대사실을 인지하거나 학대사실을 의심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학대받는 노인이 병원진료를 받을 정도라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만약 학대사실을 인지하거나 의심했음에도 신고의무를 게을리하거나 모른 체 한다면 의사로서의 도의적인 직업윤리에 어긋남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학대피해 노인이 그 학대로 인해 생명·신체에 피해를 입고 급기야 사망하거나 큰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에는 신고의무가 있음에도 육체적·정신적 손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당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학대피해노인들 중 상당수는 치매 등으로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학대피해노인들로 하여금 성년후견인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할 필요도 있다.

종래의 한정치산·금치산제도는 폐지되고 작년 7월부터는 성년후견인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재산행위에 한정된 한정치산·금치산제도와는 달리 의료·요양 등 복리영역에까지 후견인의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들에게는 학대피해에 대한 보호 및 예방적 기능이 가능할 것이다.

친권자 및 법정대리인의 보호·감독이 필요한 아동과 본인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구비한 노인이 학대피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대피해를 입는 노인들은 외부에 피해구제나 보호를 요청하기보다 주로 친족들에 의해 행해지는 학대행위를 가능하면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까닭에 상당수의 학대피해 사례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학대도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가족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유사한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적극적인 국가와 공권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가까운 시기에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보면 훨씬 많은 노인들이 육체적·정서적·경제적 학대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장치의 신설·보완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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