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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된 수련환경 개선…투명당직 서는 의사들

'족쇄'된 수련환경 개선…투명당직 서는 의사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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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초과근무 금지…실제 일하고도 휴일 표시 '황당'
인턴·전공의 "당직비 오히려 깎여" 울상…병원 "개선 중"

#. 서울 모 대학병원 인턴 A씨는 지난달 자신이 속한 조의 당직표를 보고 당혹감에 휩싸였다. 6일 동안 병원에서 밤낮으로 잡일을 하며 제대로 씻지도 못한 첫째 주, 자신은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쉰 걸로 표기돼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병원 교육수련부에 따져 물으니 '제출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근로시간을 대폭 단축시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이 시행됐지만 현실과의 괴리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병원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혹사근무를 시키면서도 병원신임평가에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직일수를 축소·은폐하거나, 있지도 않은 휴식시간을 끼워 넣어 보여주기식 개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공포한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개정령'에 따라, 6월 1일부터 각 수련병원이 제출한 개선조치 항목과 수련시간 계층방법을 시행토록 했다.

주요조치 항목은 ▲주당 수련시간 80시간 초과 금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초과 금지(응급상황 시 40시간까지 가능) ▲응급실 수련 시 최대 12시간 근무 후 12시간 휴식 ▲당직일수 최대 주3일 ▲수련 휴식시간 최소 10시간 ▲휴일 주당 최소 1일(24시간) ▲연간 14일 휴일 보장 ▲당직수당(당직일수 고려 지급) 등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현장에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련규칙 이행 여부 점검 결과가 내년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각 수련병원에서 당직 스케줄을 거짓으로 짜는 등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는 불만이 일선 인턴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S병원 인턴 P씨는 "응급의학과에서 올린 스케줄을 봤는데 쉬지도 않은 토요일에 쉬었다고 적어놔서 원래 받아야 될 토요당직수당도 받지 못했다"며 "토요일마다 쉬고 1주일에 6일 정규시간에만 일한 걸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동기들과 격분했다"고 전했다.

 

K대병원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 또한 "밥 먹는 시간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못가고 일하는데 수련일정표에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시킨 걸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여전히 불법으로 일은 초과해 시키면서 월급 주는 것만 법을 지키려는 꼴"이라고 밝혔다.

당직일수를 고려한 수당 지급으로 당직비 정산방식이 바뀌면서 체감하는 수련환경이 더 악화됐다는 호소도 나온다.

실제 S병원에서는 매월 55만원씩 지급하던 당직비를 없애고 6월부터 하루 당직수당 4만2000원, 초과근무시 1만2000원을 정산해주고 있다.

그러나 연속당직을 금지한 규정이 발목을 잡으면서 법상 허용되는 당직일수만큼의 비용만 지급되고, 상대적으로 당직이 적은 과를 돌 때는 절반 수준의 당직비가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인턴 L씨는 "연속 36시간 이상을 당직시키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최대치를 넘어서는 당직비는 받을 수 없게 된다"면서 "한 달 15일 넘게 당직을 서면 쉰 것으로 표시되고, 15일 아래로 당직을 서면 그만큼만 일당을 줘서 고정적으로 나오던 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얻어 조치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당직표 조작 등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S병원 관계자는 "의국장 회의에서 바뀌는 부분을 잘 설명했고, 실제 각 과에서도 이후 개선조치에 따라 당직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턴들은 특히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련환경 개선조치 항목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뜻이냐고 묻자 "준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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