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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커뮤니티 키친, 음식으로 건강을 만나다

청진기 커뮤니티 키친, 음식으로 건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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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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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아크로마인드연구소 원장·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

▲ 송 향 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 )

A씨는 50대 중반의 남자환자로 3개월 전부터 생활습관병인 당뇨, 혈압, 고지혈, 통풍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내원 할 때마다 병에 대한 설명과 식생활에 대한 나의 강박적인 잔소리가 이어진다. "음식은 싱겁게 드셔야하고 밥은 현미와 잡곡을 섞어 드셔야하고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드셔야 합니다.

" 계속해서 음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려고 하는 순간 환자는 "그런데 난 가족이 없어서 국 한 그릇 반찬 한 가지 놓고 밥을 먹거나 밖에서 대충 해결해요. 그렇게 챙겨 먹을 수가 없어요." 이러한 순간이 의사인 내가 이유 없이 민망하고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환자의 질문이 이어진다. "선생님 싱거운 정도는 어떤 정도를 말하나요?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난 경상도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짜게 먹어서 다른 사람의 간에 맞추면 난 싱거운데요." 이러한 대화는 빈번하게 진료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한 상 음식을 샘플로 가지고 서로 맛을 경험하면서 설명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마치 셰프가 되어 건강한 음식을 가지고 멋들어지게 설명하면서 환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우리가 진료 현장에서 자주 경험하는 내용이지만 정확한 교육을 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환자들은 진료현장에서 의사의 영양과 음식에 대한 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지만 우리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의사인 우리들도 영양이나 음식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이러한 질적 관리를 의사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때다.

만성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의사로서 종종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약을 쓰지 않고 생활습관을 교육시킴으로써 조절 가능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의사는 교육 시킬 수 있는 생활수칙을 정확하게 환자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언어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곤 한다.

진료현장에서 경험하는 많은 질병들은 먹는 음식을 교육시킴으로써 질병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고 재발에 대한 궁극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신체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신건강과, 사회적, 환경적 측면의 모든 건강의 실제적인 지속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곧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운동의 적극적이며 포괄적인 삶을 향한 중요한 요소이다. 예로부터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음식은 잃었던 건강을 되찾을 수 있고 잘못된 식사는 질병에 걸릴 수 있으니 음식에 대한 환자교육이 정말 중요하고, 더욱이 생활습관병이 이슈로 대두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반드시 그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커뮤니티 키친을 주목할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셰프로 급식개혁을 통해 비만과 이로 인한 질병퇴치 운동을 하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는 TED 프라이즈 수상 당시 그가 밝혔던 '세상을 바꾸는 소원'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식생활 교육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각 가정에서 다시 요리를 시작하게 하고, 음식을 통해서 비만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라고 밝히어 감동을 주었다. 현재 제이미 올리버가 하고 있는 운동은 커뮤니티에 기반한 요리 프로그램으로서 음식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진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의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로 인하여 건강한 삶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키친으로 돌아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키친은 '지역주민 건강개선을 위한 운동'으로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 공동체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고 당뇨, 고혈압을 앓는 주민이나 각종 암이나 건강식 등의 특별한 식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형태의 커뮤니티 키친이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 키친은 지역주민들에게 건강하게 요리하는 기술을 배워주고, 음식이 필요한 1-2인 가족들에게 직접 음식공급도 해 줌으로써 주민이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커뮤니티 키친을 의료의 현장에서 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시점이다. 사회가 개인화, 파편화됨에 따라 주민들이 모여서 건강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건강한 음식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각 가정에 음식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운동이 효율적으로 정착되기 위하여 반드시 의료인이 운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문제인 독거가구에 대한 영양문제를 의료인 감독하의 커뮤니티 키친에서 도움을 주면서 시행하게 되면 의료의 사회적 비용 감소는 물론 우리가 맞이한 현대사회의 외로움을 함께 공유하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의 현실이 어둡고 힘들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사람은 강해진다. 우리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긍정의 힘을 모아보면서 미래를 기대해본다.

언젠가 내가 커뮤니티 셰프가 되어 나의 이웃들과 건강한 음식을 함께하면서 소통하기를 꿈꿔본다. 마치 삶에 지친 사람들이 모이는 영화 카메모 식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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