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와 우울증
노인성 치매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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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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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예방 의사가 나선다 ⑨
▲ 노만희(서울 용산·노만희정신과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

보건복지부 통계(2009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9.9%이며 2050년이 되면 37.3%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1955∼1963년 출생자인 712만명,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인구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노인 인구 증가는 일자리 부족, 의료비 증가 등 사회문제를 유발하며 노인성 질환의 증가로 이어졌다. 2012년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인데(전국치매역학조사) 이 추세라면 치매 환자가 2030년에 12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27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년기에 호발하는 대표적 질병으로 치매 이외에 우울증이 있는데 노인성 우울증 또한 15%에 이를 정도로 매우 흔하다.

노년기 우울증은 우울감·절망감·무력감 등 정신증상 외에도 두통·복통·소화불량 등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내과적 질환에 의한 것으로 오인되거나 의도적으로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가족들이 오해하기도 한다.

또 우울감 자체보다는 '피로하다' '재미없다' '기분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며 불안·초조·기억력 저하·신체증상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또 노인성 우울증은 의욕 및 활력 저하에 따라 기억력·집중력·판단력 등 인지기능 저하가 비교적 잘 나타나는데 이를 '가성치매 증상'이라 한다.

실제로 치매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던 노인 환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이라는 보고가 있으며, 우울한 노인의 15%에서 뚜렷한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에서의 인지저하는 치매와는 달리 적절한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잘 호전되며, 치매가 서서히 수년에 걸쳐 발병하는 것에 비해, 명확한 증상 시작 시점(예를 들어 3개월 전)을 지닌 경우가 많고 진행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우울한 기분·의욕저하·식욕저하·불면·초조감·신체증상 등 우울증 증상이 인지기능 저하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며 인지저하의 범위나 정도가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하다. 검사들에 대해서는 귀찮아하거나 대충 대답하는 등 의욕저하가 관찰되는데 답변 중에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다. 또 우울증의 인지저하 증상에서 언어장애는 흔하지 않다. 우울증의 기왕력이 있거나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우울증을 지지하는 소견이다.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는 다음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파트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인이 암으로 사망하자 남편은 상실감·무력감이 심해졌고 오랜 동안 외출도 하지 않은 채 소주만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친척이 방문해보니 친척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바로 입원해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자 기억력, 판단력 등이 현저하게 개선됐고 이상행동도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으며 이후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았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성숙했던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다가 외상이나 질병 등 어떤 요인에 의해 기질적 손상을 당하면서 지능·학습·언어 등 전반적 인지기능의 감퇴를 가져오는 질병이다.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언어장애(실어증)·실행증(운동수행능력 손상)·실인증(대상 인지불능)·실행기능(기획·구성·배열·요약)의 이상 중 하나가 나타나면서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된 시점이 불분명하며 서서히 진행하는데 초기에는 최대한 인지저하를 숨기기 위해 애를 쓴다. 검사에 열심히 임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꾸며내는 작화증이 관찰되기도 한다. 치매의 인지저하는 광범위하며 저하의 정도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특히 언어기능·실행능력·계산력·추상적 사고력 저하가 우울증에 비해 치매에서 유의하게 많이 보이는 인지저하 증상으로 보고된다. 한편 치매 환자의 30∼40% 정도에서 우울 증상을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 기능 저하가 더 심하게 나타나므로 병발된 우울증 치료는 치매환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다음은 치매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 사례이다.
[79세 여성이 없는 말을 지어내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 말로는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1999년경 다른 사람에게 돈 빌려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돈을 훔쳐갔다고 의심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고 했다.

점차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잡으러 온다면서 무섭다고 했으며 침대 밑에 숨기도 했다. 심지어 이웃이 손녀를 데려갔다고 분개하면서 손녀를 내놓으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잠도 잘 자지 않고 멍하니 있다가 울기도 하는 등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의 8∼50%는 치매로 진행하며 치매 환자의 10∼20%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치매의 첫 증상으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노인 환자에게 인지기능 저하만을 이유로 치매로 진단한다면 우울증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우울증이 악화돼 만성통증이나 신체증상을 겪게 되고 자살 위험도 높아진다.

게다가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 증상은 고가의 치매 치료제을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으며 소화장애·불면 등을 일으켜 오히려 우울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노인성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진되면 치매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며 불필요한 우울증 약물 치료에 의한 집중력, 기억력 감퇴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우울증과 치매를 잘 감별해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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