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06:00 (금)
'차등수가제 폐지' 의료계 숙원 이번엔 풀릴까

'차등수가제 폐지' 의료계 숙원 이번엔 풀릴까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2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윤옥 의원, 국감서 폐지 주문...복지부 "해결책 찾겠다" 답변
의료계 "유통기한 지난 실효성 없는 제도, 폐지 당연" 기대감 고조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차등수가제 폐지론이 다시 제기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해결책 마련을 약속하면서 차등수가제 폐지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전을 위해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목적으로 시작됐던 차등수가제가 징벌적 규제로 남아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잘못된 규제인 차등수가제를 철폐하라."

대한의사협회나 이비인후과의사회, 내과의사회, 소아과의사회, 정형외과의사회, 일반과의사회 등 차등수가제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의료단체의 목소리가 아니다.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보건의료 주무부처 장관에게 "적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차등수가제를 폐지하라고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건보 재정파탄 위기 넘기자고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

박윤옥 의원도 지적했듯이, 차등수가제는 제도 시행 당시 의약분업의 전격 시행으로 인한 건보재정 파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한시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다시 말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의료계와 국민을 대표하는 시민사회계의 원만한 합의에 의해서 시행된 것이 아니라, 다만 건보재정 지출을 일정기간 동안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때문에 의료계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면서 반발했지만 보건복지부의 '울며 겨자 먹기'식 제도 강행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1년 5월 31일 '건보 재정안정 등에 대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차등수가제를 시행하겠다면서, 2003년까지 당기 수지균형을 이루고 2006년까지 5년 내에 재정적자를 해소해 건전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01년 당시 건보재정 적자규모는 4조 1978억원으로 추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건보재정 적자 타개책의 한 방안으로 2001년 7월부터 의원 1개소당 1일 75명 이하를 진료할 경우 진료비 100%, 75에서 100명일 경우 진료비의 90%, 101명에서 150명일 경우 진료비의 75%, 150명을 초과할 경우 진료비의 50%만 지급하는 차등수가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도 시행 명분으로는 국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환자진료를 위한 적정한 시간 배려 등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고 동네의원의 환자분산 및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차등수가제는 당초 제도 시행 목적과 한시적 시행이라는 조건이 해소됐는데도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의료단체들은 제도 시행 목적이 이미 달성됐으며, 국민의 의료서비스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며 제도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그때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1일 75명 이상을 진료할 경우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논리로 제도 폐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차등수가제 도입 당시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 함께 시행됐던 주사제 처방료 삭제·야간가산료 적용시간 축소·진찰료 통합 등은 2009년까지 모두 환원됐지만, 차등수가제만이 유일하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차등수가제의 비합리성을 지적한 결과 차등수가제가 시행된 지 10년만인 2010년 '1일 8시간 진료 초과와 야간시간 진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경우에 한해 차등수가제 적용을 해제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스스로 차등수가제 시행 목적이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건보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조치라고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차등수가제는 정말 도입 필요한 합리적 제도였나?

24일 종합국감에서 박윤옥 의원이 다시 한 번 밝혔듯이, 의료단체도 아니고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받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 차등수가제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는데도 보건복지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올 국감에서 박 의원만이 지적한 것이 아니다. 박 의원도 언급했듯이 지난 2009년 이후 여당과 야당 의원 할 것 없이 차등수가제의 비합리성과 실효성 없음을 주장하며 제도 개선 내지는 제도 폐지를 주문해왔다.

차등수가제 유지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 '3시간 대기 3분 진료'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로 확인됐고, 이에 대한 개선요구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이어졌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달콤한 유혹 때문이었다.

이와 별개로 의협은 차등수가제 도입 당시 내원환자수가 곧 의원급 의료기관 총 수입과 일치하는 상황에서 내원환자 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차등수가제는 불합리하다는 의견과 함께 진료과목간 비형평성과 차등근거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특히 당시 재정파탄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001년 1월 한달분 외래진료분 자료만을 갖고 재정절감 효과를 분석한 것이어서 신뢰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감기 등 계절적인 요인과 유행질환의 영향에 따른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듭 지적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끊임없는 합리적 개선 요구 번번이 묵살돼,,,"그래도 포기 못해"

지난 13년 동안 의료계의 차등수가제 폐지를 위한 노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보건복지부에 수없이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은 물론 진료거부, 휴진이라는 배수진을 치기도 했었다. 패소하기는 했지만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의료계는 헌재의 판결이 법리에 의한 판결이라기보다는 건보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부가 시행한 제도를 옹호하는 정치적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명서 발표와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한 대국민 홍보, 단체행동 등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같은 의료계의 합리적 제도 개선 요구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공감을 사, 수년간 국감을 통해 제도 개선 주문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항상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필요한 차등수가제 유지로 같았다.

이와 관련 차등수가제 폐지를 위한 의료계 활동을 주도해온 모 전문과의사회 임원은 "매번 똑같은 결과에 실망하고 좌절하면서도, 의료계는 불합리한 차등수가제 폐지 노력을 만 10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올 국감에서 다시 한 번 차등수가제 폐지 주문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매번 실망스러운 결과만 돌아오는 상황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제발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져 차등수가제가 폐지되는 결과를 낳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의료계의 합리적 제도 개선 요구가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차등수가제 폐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의료계의 고군분투에 이번에 정부가 화답해 획기적 결정을 내리게 될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