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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들도 원격의료 반대 목소리 높더라"

"세계의사들도 원격의료 반대 목소리 높더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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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 의협 국제협력실행위원장, "독일의사회 원격의료 반대 제안 지지"

세계의사회(WMA)가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결의문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문 초안은 독일의사회가 제안한 것으로 WMA 총회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다. 모바일 헬스(원격의료)가 의사의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은 총회장에 모인 세계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8일~10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WMA 총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신동천 의협 국제협력실행위원장(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을 만나 독일의사회가 원격의료 반대 결의문 채택을 제안한 배경과 각 국 의사들이 이 제안에 어느 정도 지지를 보냈는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독일의사회가 제안한 '모바일 헬스에 관한 성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독일의사회는 e-health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휴대폰 등 mobile device를 활용한 의료 및 보건 서비스를 의미하는 모바일 헬스가 주로 시장 주도로 개발되면서 환자 안전, 데이터 보호, 보안 등에 충분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또 모바일 헬스가 전통적인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 제공방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의사의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돼서는 안되며, 모든 상황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도 강조했다.

특히 모바일 헬스의 발전을 주도하는 원동력은 영리추구보다 의료서비스 부족 해소여야 하며, 환자·의사들이 모바일 헬스 활용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모바일 헬스 기술의 상호 운영성, 신뢰성 및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으며, 사용자의 데이터, 특히 의료 데이터의 수집·저장·보호·처리를 규제하고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및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Q. 이번 총회에서 제안한 내용은 어떤 과정을 거쳐 WMA 결의문으로 채택되나?
세계의사회 결의문 합의 과정은 시간이 오래걸린다. 제안한 나라에서 결의문 초안을 만들면 총회에서 지지발언을 하고, 각 국 의사회에 회람해 검토의견을 취합하게 된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각 국의사회가 참고할 것으로 보여진다.

대체로 결의문을 채택할 때에는 각 이슈에 대해 각 나라마다 이견이 큰데, 이번 모바일 헬스와 관련된 내용은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빠르면 2015년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 후 결의문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관련 부서와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또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세계의사회 내에 실무그룹 구성 가능성에 대비, 대한의사협회 실무그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표명해 놓은 상태이다.

Q. 이번 총회에서 독일의사회의 제안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우리나라가 지지발언을 하자 일본의사회도 결의문 채택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지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의사회에서도 시장 주도의 모바일 헬스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의사회는 독일의사회 및 의협과 긴밀한 협력하에 이번 결의문 최종안 작업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모바일 헬스에 관한 결의문 초안 작성에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키로 한 것은 우리의 위상을 알린 계기가 된 것은 물론 국제 기구 참여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본다.

각 나라의 의견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음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와 같은 의료취약지역에서는 모바일 헬스를 적극적으로 원할수도 있다. 이 때문에 초안에서도 의료자원이 전혀 없는 곳은 모바일 헬스를 할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Q. 결의문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은?
세계의사회는 주로 결의문을 통해 세계의사회의 정책을 확정하고 알리는 일을 한다.  세계의사회는 크게 성명서·결의문·선언문을 발표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선언문이다.

선언문은 '제네바선언'·'헬싱키선언'이 대표적이다. 잘 알다시피 헬싱키선언은 의료 윤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결의문은 한 가지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개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보통 채택이 되는데 1년~3년정도 걸린다. 이것을 볼 때 모바일 헬스 결의문 채택은 잘만 하면 가장 빨리 채택되는 기록을 남길수도 있다. 이처럼 수십 개의 결의문초안이 돌아다니다가 그 때 이슈가 되는 것이 있으면 꺼내서 결의문을 채택하게 된다.

일단 선언문이나 결의문이 채택되면 세계의사회 소속된 국가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는 결의문을 적극 활용하면서 정부 및 국민들에게 알린다. 우리도 결의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Q.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크다. 에볼라에 대한 결의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에볼라 결의문은 총회에서 긴급 결의문으로 채택됐다. 이 결의문은 영국의사회에서 초안을 만들었다. 결의문을 잘 써왔더라.

이번 총회에서는 결의문 채택에 앞서 2시간 동안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결의문이 에볼라 감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만 언급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치료제도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결의문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검증이 덜 됐지만 그 치료제 이외에 대안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결과 헬싱키선언의 조항을 따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헬싱키선언문 제37조(검증이 덜 된 약이라도 유효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기대되면 사용할 수 있다)의 내용을 따르기로 한 것인데, 이에 대해 모두가 동의했다.

Q. 이번 총회를 다녀온 뒤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의료현실과 정책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의료수준이 높아졌다. 또 전국민보험도 잘 되어 있다. 여기에는 의료계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원격의료를 강행하고 있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나친 처사라고 본다. 세계의사회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만큼 정부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만 잘 되고, 경제성장률 수치만 고민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출산 문제, 노령인구 증가가 얼마나 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 그릇이 작은 것 같다. 오직 의료민영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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