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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사와 한의사 간 면허범위 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기획 의사와 한의사 간 면허범위 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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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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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률 산책 ④

[의료법률 산책]은 의사 출신 제2호 변호사라는 이정표를 세운 김성수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와 지평 의료팀 변호사들이 돌아가며 쓰는 의료법률 전문칼럼이다.

정광현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는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27기)을 수료했다. 군법무관(대위 전역)과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2001∼2007년)을 거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헌법을 전공하고 2012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국제조사연구팀장(2011∼2012년)을 역임한 뒤 2013년 1월부터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로 헌법·행정·민사 분야 소송 및 자문업무를 맡고 있다.

2월 13일 대법원은,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광선조사기 IPL(Intense Pulse Light) 사용은 한의사에게 면허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한의사의 IPL 사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원심에 환송했다.

▲ 정광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법학박사)

이에 환송후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은 9월 19일 해당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위반을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한의사의 IPL 사용 여부를 둘러싼 5년에 걸친 법적 공방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의사와 한의사의 대립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 전부터 전선을 달리해 가며 여러 차례에 걸쳐 서로 밀고 밀리는 공방을 해 오고 있다.

2012년 2월 23일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한의사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OsteoImager PLUS'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의료법상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성장판 검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2013년 12월 26일자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한의사가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데다가,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가 하면, 올 5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업무를 할 수 있고, 한의사의 지도 하에서는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2011년 1월 13일자 대법원 판결에서도 한의사는 의료기사를 지도할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한의사가 예컨대 물리치료사 등에게 한방물리치료행위를 지시한 경우 그 한의사는 물리치료사의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교사범으로서 죄책을 진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른 한편, 2011년 5월 13일자 대법원 판결에서는, 한방의료행위에 속하는 침술행위는 한의사만 할 수 있는바, 의사가 이를 한 것은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맥락에서 6월 26일자 헌법재판소 결정도, 외과의사의 침술행위를 의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관한 끊임없는 법적 공방은 대부분 당국의 행정제재나 형사처벌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그러한 소송에는 단지 각 직역의 이해관계 대립의 차원을 넘어 제재를 받는 당사자의 절박한 사정이 엿보인다.

국민 보건의 증진을 위해 서로 공조해야 할 전문의료인들이 이렇듯 치열한 법적 쟁송에 매몰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서로 교차하는 영역이 있어서 조정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적 식견으로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양해하는 과정이 행정제재나 형사처벌 전에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의료법 위반과 관련한 대부분의 법적 쟁송이 그렇지만, 의학 또는 한의학에 문외한인 법률가들이 의사나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상소심에서 결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한의사가 아무리 상호 양해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는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소송이 장기간에 걸치고 경우에 따라 그 결론마저 불만스러울 수 있다면, 이는 확실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의료법 전문 법조인의 육성과 의료법 분야에 특화된 의료법전문 재판부 설치 등 전문성을 강화한 법률서비스 개선책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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