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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학과, 연구중심병원의 첨병 될 것"

"융합의학과, 연구중심병원의 첨병 될 것"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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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목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호흡기내과)

최근 일부 대형병원이 융합의학(융합연구)의 성과물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융합의학은 말 그대로 여러 학문과 의학이 섞여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국내 대형병원 가운데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올해 1월 처음으로 '융합의학과'를 개설하고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을 쓰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는 오연목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를 만나 융합의학이 무엇이고, 앞으로 융합의학이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최근 융합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융합의학이라는 말이 생소한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의학에 새로운 학문과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의학 연구 및 진료의 내용과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학·의생명정보학·차세대 유전체분석 기술, 그리고 나노기술·생체재료 기술·로봇공학·3D 프린팅 등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의학 연구와 진료에 이러한 융합지식과 융합기술이 접목돼 의학 발전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이러한 여러 학문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융합의학'으로 지칭하고, 융합의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병원은 융합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은 의학 이외의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융합의학과를 통해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수용하고,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의료가 틀을 깨야 한다고 본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는 이같은 일을 선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Q. 융합의학과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융합의학을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바로 사람에서 시작해야 한다. 먼저 환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궁리하고 해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첫째로 중요한 단계일 것이다.

둘째는 질병 정복에 도전하고 자 하는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갖고 있는 연구자가 핵심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셋째는 이 둘을 연결하는 융합 연구 체계가 될 것이다.

바로 이 융합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융합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서울아산병원이 나아갈 중요한 방향이고, 이러한 방향에 대한 요구가 융합의학과라는 새로운 과와 교실을 만들게 했다.

 
Q. 융합의학과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 있나?
현재 융합의학과는 나를 비롯해 올해 3월 발령받은 신임 교수 3명으로 구성돼 있다. 3명의 신임교수 중 한 명은 '의료 영상'을 전공하고 있다. 산업공학 분야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미 10년 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영상의학과·호흡기내과·심장내과·신경과 교수와 융합연구를 왕성하게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암 신약'을 전공하고 있다. 석사와 박사를 생명과학으로 했고 서울대의대 암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지냈다. 2010년부터는 서울아산병원 선도형암 연구사업단에서 활동을 하다가 융합의학과로 소속을 옮겼다.

마지막 한 명은 '점막 면역'을 전공하고 있다. 영양학으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고 오사카대 조교수, 서울대 겸임부교수, 국제백신연구소 최고 담당자 등을 거쳐 융합의학과에 들어오게 됐다.

이렇게 이미 융합의학 연구 경험이 왕성한 교수로 구성된 융합의학과는 서울아산병원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연구중심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시기에 융합의학 연구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융합의학과를 만들고 나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변했나.
그동안의 협동연구라는 것은 정부과제 연구할 때만 뭉치고, 연구가 끝나면 결별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전공을 갖고 있는 교수들을 통해 의대 교수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고 있다. 의학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분야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 연구성과를 기대하는 병원 의사들에게 융합의학과 소속 교수들이 굉장히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융합의학 아래에 의사들과 소통하고 더 넓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할 수 있다.

융합의학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주체가 상대방의 언어, 사고방식, 연구의 방법 등에 대해 알고 산업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중심병원 입장에서 보자. 이제는 진료와 연구만 하지말고 연구결과물을 통해 수익구조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흐름이다. 앞으로 이같은 수익구조가 병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한 예로 현대그룹은 로봇분야, 삼성그룹은 전자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이런 쪽과 병원이 융합연구를 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이같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Q. 융합의학 연구에 대한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병원은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을까?
로봇하면 수술 로봇만 생각할 수 있는데, 병원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로봇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융합의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로봇을 포함한 전산화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맞춤항암치료, 분자영상 기술, 줄기세포 치료, U헬스관리, 감염질환 예방·진단·치료 등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형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이렇다할 결과물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융합의학에 대해 이제 관심을 갖고 한 걸음 나아갔는데, 큰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각 전문분야의 교수들이 수평적 구조에서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융합의학의 결과물은 많아질 것이다.

 
Q. 융합의학 및 성과를 내기 위해서 병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우선, 연구자 디렉토리, 융합연구 컨설팅, 융합연구 세미나 및 심포지엄, 융합연구 장려 연구비 지원 등 융합연구 활성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혁신적인 인재 등용 및 평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격적인 인재 모집이 필요하고, 우수 논문뿐만 아니라 특허, 기술이전, 국책 및 민간 융합연구비 수주 등에 대한 평가틀도 만들면 연구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 발굴 및 구현을 위한 전담 인력 및 부서, 다시 말해 R&D 사업화실이 필요하다. R&D 사업화실에서 전문가가 병원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화될 수 있는 것들을 심사 및 평가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허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돈이 되어서 되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병원에서도 지원을 잘 안했는데, 이제는 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밖에 다른 분야의 학문과 교류를 위해 정기적으로 중개연구교류 세미나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존의 연구가 학문적 연구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하면 융합의학과는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 다시 말해서 제품화·산업화를 지향하는 연구를 통해서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다.

또 기초 연구의 성과가 제품으로 개발되기까지 신속하게 이르도록 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장벽을 관통하고 넘는 고속화도로 역할을 할 것이다. 신생 융합의학과가 서울아산병원이 의료산업을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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