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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미성숙한 권력이 만드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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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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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R3)
▲ 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R3)

얼마 전 서울의 모 이비인후과 의원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문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과 동행인들이 무작위로 수술실까지 들어갔다는데 있다.

이미 수면마취중인 환자를 모니터하면서 무균상태로 수술을 해야하는 의사에게 수술 중단과 각종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사건이다.

해당병원 의사는 환자의 안전을 지킬 권리와 진료권을 침해 당하였다. 수면 마취중인 환자는 경찰과 그들의 동행인에 의해 자신의 활력징후를 관찰받을 권리를 침해 당하였다. 만에 하나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심각한 뇌손상과 그로 인한 합병증과 결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기 그지 없다. 또한 무균 상태의 수술실에 오염원인 외부인이 무단 출입하여 발생한 일련의 행동들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다.

영장 종이 하나가 마치 무기인양 수술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막무가내식 수사방식이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그곳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기관임을 망각했으며, 진료 받는 환자에게 발생할 피해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행동이다.

특히 수면마취중인 환자가 방치되든 어떻든 막무가내식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지탄받아야 할 행동인데 이걸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현 상황도 우습다.

매체들을 통해 압수 수색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아도 구둣발로 실내에 진입해 막무가내로 휘젓고 어지럽히고 부수고 망가뜨리고 뒤지다가 단서가 될만한 물건들을 싸그리 가져가버리는 수사 방식을 보면 마치 일제 강점기 순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증거의 은폐, 도주를 우려하여 예고되지 않은 시점에 압수수색을 시행한다는 점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나 그 수사방식이 꼭 그래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 일제시대나 군사정권 시대인가. 자유주의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이 사건에서 의사는 진료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환자는 본인의 건강을 위협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관(管)에 물어야 한다. 그리고 수사를 한 관(管)은 그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그런 상황을 만든 관(管)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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