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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안전한 수혈대체치료 규제에 한숨

환자에게 안전한 수혈대체치료 규제에 한숨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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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혈대체학회 4일 학술대회 "수혈정책 더 늦기 전에 바꿔야"
이규열 이사장 "수혈치료 장기이식만큼 신중히 생각하길"

▲ 이규열 대한수혈대체학회 이사장(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정형외과)이 수혈대체치료를 가로막고 있는 보험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안정적인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혈액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불요불급한 수혈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한수혈대체학회는 4일 고대 안암병원 유광사홀에서 제8차 학술대회를 열어 '수혈 대체요법'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규열 대한수혈대체학회 이사장(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정형외과)은 "수혈을 받는 환자들은 AIDS·간염·성병 등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질환에 그대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환자안전을 위해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물론 질병관리본부도 수혈가이드라인을 통해 환자의 혈색소농도가 7g/dL 이하일 때 수혈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이 이사장은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장기이식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피를 받는 수혈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수혈 대체치료가 동종수혈보다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수혈량을 절약할 수 있다는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이세진 순천향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혈구회수와 동종혈액 수혈을 비교한 연구에서 평균 적혈구 생존율·적혈구의 DPG(disphosphoglycerate)·아데노신 3인산(ATP)의 정도가 혈구회수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며 "성인에서 예정수술인 경우 혈구회수를 사용함으로써 동종혈액 수혈요구를 39%나 줄일 수 있었고, 수혈량 역시 줄일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며 "미국 수혈대체학회도 산과 영역에서 수술 중 혈구회수와 백혈구 제거 필터를 함께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철민 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산부인과)는 "지난 4월 열린 유럽 수혈대체학회에서는 셀세이버를 적절히 활용하면 적혈구 수혈을 줄일 수 있고, 적절한 필터를 사용하면 감염 부위 및 암 부위 수술시 흡인되는 혈액을 효과적으로 걸러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며 "수혈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맥주사용 철분제 역시 철 과부하와 산화 스트레스 증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고용량 제품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셀세이버와 함께 사용하는 백혈구 제거 필터와 급성 정상혈량 혈액희석 주머니 등 수혈대체요법에 필수적인 치료재료들이 건강보험 급여 산정불가로 되어 있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장려해야 할 보험당국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수혈대체치료에 필요한 치료재료들을 급여 산정불가 항목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비급여로 환자에게 받지도 못하게 막아놨다"며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 수술 전 준비는 물론 수술 중과 수술 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보험급여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항목이 상당수여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는 공급에만 매달리고 있는 혈액관리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 젊은이 대 노인 비율이 3:1이지만 2050년이 되면 1:3으로 역전된다"며 "헌혈의 82%가 30세 이하 젊은 층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절대적인 혈액부족 시대가 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5년 동안 수혈이 1/3로 줄었고, 향후 3∼5년 안에 1만 2000개의 혈액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힌 박 교수는 "혈액관리 정책을 예전의 공급 위주에서 벗어나 혈액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 맞게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며 ▲수혈대체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수혈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상 ▲대국민 계몽 운동 등을 통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의미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이하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 6월 26일 대법원 판결(2009도 14407)은 수혈을 거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의료진의 책임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특정치료를 거부한 환자의 진지한 자기결정권을 옹호하고, 이를 존중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위해 수혈 및 대체치료방법의 가능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이 전제되고, 당시의 의료수준에 따라 출혈로 인한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사전준비나 시술방법을 시행함으로써 위험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 4일 열린 대한수혈대체학회 학술대회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50여명의 수혈대체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 아시아-태평양 학회 창립에 의견을 함께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로 시행해왔던 정체불명의 남의 피 수혈을 이제는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좀 더 안전하게 내 몸에서 만들어진 내 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수혈대체치료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료윤리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수혈대체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 모인 아시아 각국의 의료진들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수혈대체학회(ASPBM)를 창립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규열 이사장은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학회(KRSTA)를 결성하고 있을 뿐 아직 일본이나 중국도 학회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수혈대체학회(ASPBM)를 창립하고 내년에 첫 아·태학회를 한국에서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염욱 대한수혈대체학회장은 "유럽수혈대체학회(NATA)와 북미수혈대체학회(SABM)와 같은 학회를 창립해 아시아 지역에서 혈액관리와 수혈대체요법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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