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수술실 경찰 압수수색 사건 '일파만파'

수술실 경찰 압수수색 사건 '일파만파'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30 17: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경찰서 항의 방문...철저한 진상조사 촉구
전의총, 관련 경찰·보험사 고발, 집회 개최 예정

▲의협 집행부는 30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해 최근 벌어진 경찰의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왼쪽부터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 강청희 상근부회장, 이승영 사무총장. 

전신마취 중인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을 압수수색한 경찰과 건보공단 직원에 대한 의료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과 장성환 법제이사,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이승영 사무총장 등은 30일 오후 3시 50분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해 김영배 경찰서장과 고석길 수사과장을 만나 협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방문에 앞서 강 부회장은 경찰서 앞에서 "최근 서울 강남의 모 이비인후과 의원에 대한 서초경찰서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과 동행인들이 수술실까지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시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가 수술방에 있었음에도 경찰 등이 수술 중이던 의사에게 각종 서류제출을 요구해 약 8분간 수술이 중단되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이번 사건을 진료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진료실·수술실 등 의사가 환자를 처치하고 돌보는 공간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보험회사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동행한 사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강 부회장은 "특히 경찰과 동행한 이들은 경찰이 아닌 민간보험사의 직원들로 추정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우리 의사들은 수술실까지 난입하여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한 이번 사건을 '무리한 수사행위'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빠른 시일내에 철저하고 공정한 진상조사를 거쳐야 하며, 관련자들의 엄정한 문책과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약 20분간 진행된 면담을 마친 뒤 신현영 홍보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강력히 항의했다. 첫째, 어떤 수사이든 진료권을 침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 둘째 보험회사와 경찰과의 결탁,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의협의 입장에 대해 수사는 법적 절차에 맞게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하지만, 내부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이며,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엄중처벌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제 발생시 재발방지 대책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가운데)이 서초경찰서 정문 앞에서 의협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보험회사 직원의 경찰 사칭 등 의혹에 대해 경찰은 부인하고 있는데, 진상조사를 벌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면서 "앞으로도 경찰 수사과정에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의료기관에 '공무집행방해'라며 엄포를 놓는 행태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측은 당시 수술실에 있던 환자가 전신마취 상태가 아니라는 해명이 있으나, 수면마취도 명백한 전신마취이며 (수술을 방해받을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는 "이번 진상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이슈화하고,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를 벌여 앞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된 사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성환 법제이사는 "어떤 이유에서건 환자의 수술이 중단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다. 어떠한 명분도 합법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보험회사의 암암리한 결탁 관행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이사는 "전직 경찰 출신 보험사 직원이 '반장'이라 자칭하면서 수사에 관여하고, 경찰이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관행이 결국 이런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여러 정황상 보험사 직원들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에 관여한 것이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의 경찰 항의방문에 이어 전국의사총연합은 1일 오전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전의총은 "허위 공문서 작성, 병원업무방해, 공무원사칭 등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경찰, 재벌보험회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발 대상"이라며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나 강력범죄 혐의가 없음에도, 재벌보험회사의 의뢰를 받은 경찰이 구둣발로 수술실을 침범한 사건이다. 이는 경찰이 수사권을 재벌보험회사에게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전의총은 고발장 접수 다음날인 2일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L손해보험본사 앞에서 재벌보험회사가 의료인과 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핍박하는 불법 행동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