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중환자 관리 전문가로 알려진 고신옥 교수가 중환자실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평준화로 점철된 현 의료제도에 일침을 가했다.
이달부터 중앙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그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30여년간 세브란스병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병원 중환자실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인물. 전공은 마취통증의학과이지만, 중환자를 전담하게 되면서 마취에는 손을 뗐다.
고 교수는 30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중환자의학이 수입이 나오는 분야가 아니라서 같이 일하던 의료진은 하나둘씩 본래 과로 돌아가고 나만 남게 됐다"며 "제도가 개선돼 중환자실 전담인력을 많이 뽑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환자실 기준에 대해 1999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얘기하고 있는데 중환자의학회에서 제시한 기준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어요. 중환자실이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기준이 올라가야 하고, 그만큼 돈을 줘야 하는데 아무리 건의해도 묵묵부답이라 답답함이 큽니다."
고 교수는 "각 병원마다 중환자실이 있는데 너무 다양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중환자실간 등급기준을 마련해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 적정성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문인력 투입에 따른 적정한 원가보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의 효율을 높이려면 지금 주는 수가를 깎지말고 인센티브를 줘서 인력을 늘리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의 이번 영입은 같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중환자 진료 및 중환자실 관리 강화를 통해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병원 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실장을 맡아 수십년을 갈고 닦은 세브란스병원의 중환자실 시스템과는 아직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직접 회진을 돌면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는 고신옥 교수는 "규모와 중중도가 다른데, 이에 맞게 전공의와 간호사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중환자 관리 프로그램을 전수하는 게 목표"라며 환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