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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7년, 탈북의사가 꿈꾸는 외과의 미래

정착 7년, 탈북의사가 꿈꾸는 외과의 미래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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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고윤송 전공의 "통일되면 북한주민들 위해 봉사할 터"

▲ 고윤송 전공의.
고려대 안산병원 외과에는 어색한 서울 말투를 쓰는 '조금 특별한' 의사가 있다.

2007년 탈북자 신분으로 한국에 정착해 4년째 전문의 수련을 받고 있는 고윤송 전공의가 그 주인공.

북한에서 의사생활을 한 그는 한국에서 다시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쉽지 않은 외과의사의 길을 택했다.

언젠가 통일의 날이 오면,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해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외과전문의로서 봉사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고 전공의는 "북한주민들은 탈장, 치질과 같은 단순한 외과질환으로도 노동능력을 상실해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외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라틴어로 된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는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사용해서 실무적인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맨 땅에 헤딩' 격으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교수님들의 관심어린 지도와 동료 전공의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도병원이 아닌 하위 병원들은 분과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의사의 전공은 크게 내과와 외과 두 가지로만 나누는데, 특히 외과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과의 한 명이 모든 외과분야를 진료해야 한다고.

통일 후 단기적 의료대응으로 즉각적인 개선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외과적 질환에 대한 선제대응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고 전공의는 "이 순간에도 척박한 환경에서 마땅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을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전공의 수련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 아닌 그들을 돕는다는 제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 즐거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내 북한 이주민 중 약 50%는 안산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이 같은 지리적 맥락으로 그가 속한 고대안산병원 또한 통일의학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병원은 송태진 연구부원장을 중심으로 통일의학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격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대회 등 각종 학회에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대학 차원의 연계활동으로 통일한국 보건의학 연구소 설립 및 의료대응 R&D 컨퍼런스 개최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북의료지원 인력의 교육인프라를 이용해 전문 탈북의료인력을 양성, 통일 이후 안산이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지역의 안정된 의료중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고윤송 전공의는 "내년에 전문의가 된다면 고대안산병원과 함께 탈북의료인들이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외과의사로서 북한주민들에게 외과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민들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치료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봐요. 뿐만 아니라 한국에 정착해 수련과정에 이르기까지 체득한 경험들은, 의사를 꿈꾸는 많은 탈북의료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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