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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술실 압수수색...대체 무슨 일이?

경찰 수술실 압수수색...대체 무슨 일이?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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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원장 "보험회사가 의사 길들이려...수술방해, 협박 통탄"
경찰 "양측 주장 엇갈려...사실관계 확인 후 입장 밝힐 것"

 ▲경찰과 건보공단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진료실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CCTV영상 캡쳐)

경찰이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가 있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술대기 중이던 수면마취환자가 있는 수술실까지 들어가 압수수색을 해 과잉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압수수색을 당한 병원측은 조사 지원인력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회사 직원들까지 포함돼 있었으며 보험회사 직원들이 건보공단 직원과 경찰을 사칭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8월 서울서초경찰서 지능수사팀이 건보공단 서초남부지사 관계자와 L 보험회사 직원들과 함께 서울 강남의 모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병원에서 코 성형술을 해주고 비중격 교정술을 했다는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를 포착, 검찰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병원측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이 수술실까지 진입해 환자의 수면마취 후 수술 중인 의사에게도 무리하게 질문을 하는 등 환자를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했고,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측은 당시 상황을 녹화한 영상을 모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언론에 보도된 영상에는 경찰과 공단직원 등이 수술실을 오가며 자료제출 요구와 질문을 하고 심지어 수술 중인 의사에게 스테이플러를 갖다 달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병원측은 경찰이 보험사 직원들의 공무원 자격 사칭을 교사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원장은 왼쪽 여성이 건보공단 직원을 사칭하고 수술실 등에 난입한 L보험회사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CCTV영상 캡쳐)

또한 경찰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압수수색 영장에 존재하지도 않는 '금융감독원 주관 수도권 지역조사 TF' 참여자로 보험사 직원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에 참여한 L 보험회사 직원 중 한 명은 1년 6개월 전 즈음에 전 병원을 방문해 무리한 요구를 해 병원직원과 언쟁을 벌인 인물이라며, 수사 결정 배경에 문제의 보험회사 직원이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병원장 "최선 다하지 못해 환자에 죄송...재발 방지책 마련돼야"

이같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한 해당 A병원장은 "우선은 수술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술하지 못해 환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술 준비 중인 마취된 환자가 있는 수술실까지 압수수색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고 신속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약 8분 정도 수술실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조사 중 강압적인 질문이 있었고 조사에 불응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라는 협박성 말도 들었다. 심지어 의사에게 스테이플러를 요구하는가 하면 여러 차례 수술실을 들락거리기도 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진료권 침해, 직권 남용이며 조사팀이 오히려 의료진의 업무를 방해한 처사"라고 분개했다.

특히 "보험회사와 경찰의 유착으로 인해, 수술실에 들어와서는 안되는 외부인이 수술실에 난입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환자는 아플 때 치료받을 목적으로 보험을 들고 의사는 질환에 대해 진단하고 치료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경찰이 수술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상황을 만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런 상황 발생에 대한 피해는 결국 모두 환자에게 돌아간다. 보험회사라는 거대조직이 약한 의사들을 길들이려고  억압하는 행태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양측 주장 엇갈려...사실관계 확인 후 입장 밝힐 것"
그러나 압수수색을 주도한 서초경찰서측은 병원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서초경찰서는 24일 수사과장 명의의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모 언론의 방송 내용과 병원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CCTV영상 캡쳐)

해명자료에서 경찰은 "지난 9월 22일 모 언론에서 '전신 마취 환자 방치시킨 위험한 압수수색' 방송, 보도 관련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할 부분이 있다"면서 "해당 뉴스는 현재 보험사기사건(성형수술비 의료보험 공단 청구 의혹) 관련 조사 중인 모 병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을 기사화해 보도된 것으로, 해당병원에는 마취 전문의가 없으며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금융감독원 보험금 청구자료에도 전신마취를 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을 앞둔 환자가 전신마취를 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수술실 의사에게 계속 질문하는 바람에 수술이 중단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수술(코) 중 이라면 어느 누가 방해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명시적 동의에 의해 수술실로 들어갔으며, 병원장이 코 수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사관 수술실 입장에 문제가 없으므로 동의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다"고 말했다는 것 또한 병원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보험사 직원이 경찰관을 사칭하고 현장에 동행 진술서를 받아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당시 경찰과 6명, 건강보험공단 직원 및 금융감독위원회 파견 보험사직원(보험범죄 전문가) 등 4명이 참여했는데 참여인들을 경찰관으로 소개한 사실이 없고, 경찰관이라고 사칭했다는 부분도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과 병원측) 주장이 서로 엇갈리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 동의는 받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다'라는 대화도 수술실에서 오간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A원장이 L보험회사 직원이라고 지목한 인물이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사진=CCTV영상 캡쳐) 

공단 "경찰 요청으로 조사 참여...허위청구 등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측은 경찰측의 요청에 따라 조사에 참여했으며 아직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해당병원이 허위청구 등 위법사항을 저질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수색 인력이 부족하거나 의료관련 자료 분석을 위해 협조요청을 할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 직원 1명을 조사에 참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병원이 부당 또는 허위청구를 했는지, 했다면 청구액이 얼만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확인된 바가 없다. 만일 허위청구 사실이 드러나면 환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에 참여한 모 보험사 직원들이 건보공단 직원을 사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에 참여한 건보공단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사칭 사실을 들은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회사, "참여인 자격으로 조사 참여...법 위반 아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코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이 보험상품을 가입한 보험회사 직원이 조사에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문제의 보험회사는 참여인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조사 참여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조사에 참여한 직원들을 통해 대략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참여인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법 위반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보험회사 모 직원이 1년 6개월 전에 해당병원 직원과 불미스러운 언쟁을 벌인 당사자라는 주장을 포함한 병원측의 보험회사에 대한 의혹제기 사항들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진=CCTV영상 캡쳐)

의료계 "명백한 불법행위...관계자·책임자 처벌해야"
한편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불법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압수수색에 참여한 경찰과 건보공단, 민간보험회사 관계자들과 책임자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의사들에 대한 민간보험회사, 건보공단과 경찰의 위법적인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참여자들의 행태 중 가장 분노하게 하는 점은 의료법 제12조에 의료인의 의료행위가 타인에 의해 간섭 및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서 보듯이 환자를 살피는 의사에게는 최대한의 진료 자유와 보호가 필요하며, 이는 의사를 위한 것 보다는 환자의 안전과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의료인과 환자의 기본권이 철저히 짓밟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보공단 직원과 보험사 직원은 수술실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환자를 수술 중인 의사의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방해했으며, 이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로 수면마취 하에 수술 중이던 환자가 수분간 방치되는 아찔한 일도 발생해 환자가 안전하게 의료행위를 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 받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들에게는 자신의 회사의 금전적 이익만이 목표일 뿐, 의료인과 환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상식 이하의 짓거리를 자행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로 도덕적, 법적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험회사와 경찰이 결탁해서 부당한 수사를 한 행위에 대한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경찰과 건보공단, 보험회사는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원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압수수색 사건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당사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A원장이 건보공단 직원 H씨라고 지목한 인물이 병원 대기실에서 찍힌 모습 (사진=CCTV영상 캡쳐)

의원협회는 "이 사건은 비중격만곡증 및 치료적 비성형술에 대한 민간의료보험의 보상이 많아지자, 이 수술의 빈도가 다른 의원에 비해 많은 서울의 모 병원을 압수수색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 요실금 사건과 유사한 맥락이다. 의료현장이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보험상품을 개발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민간기업의 사익을 위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대단히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수면마취를 받고 있는 환자가 어떠한 의학적 감시나 조치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살인미수이며, 명백한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및 법적문제 검토를 통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발본색원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것과 이 사건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있는 민간보험회사에 대해 금감원의 즉각적인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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