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김희남 교수팀, 효과적 항생제 개발 가능성 열어
최근 슈퍼박테리아의 잦은 출현으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병균이 항생제 공격에 대항해 내성을 갖게 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쉽게 적응해 살아남는 비결이 DNA 스위치가 유도하는 변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희남 고려의대 의학과 교수팀은 항생제 중 감염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베타락탐(β-lactam)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베타락탐아제(β-lactamase)의 진화경로와 메커니즘을 수년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항생제 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내에 새로 생성되는 반복서열이 효소의 구조를 변형시켜 다른 항생제를 분해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4개 이상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단위체가 유전자상에 반복서열의 생성을 유도해 효소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하는 것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반복서열은 종래 항생제에 다시 노출되면 DNA 스위치로 작동하며 소실돼 원래 서열로 쉽게 돌아가는 적응력이 높은 유형의 돌연변이다. 변형된 베타락탐아제는 새로운 항생제 분해능력을 얻지만, 종래 항생제에 대한 분해능력을 잃기 때문에 다시 노출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생존력을 높인다.
김희남 교수는 "이 DNA 스위치 메커니즘은 세균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체에도 존재해 다양한 유전병의 원인이 된다"며 "감염병 치료 외에도 향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제네틱스(PLOS Genetics) 9월 1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