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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IPL 사용은 불법" 5년 소송 막내려
"한의사 IPL 사용은 불법" 5년 소송 막내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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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대법원 파기환송심 "한의사 IPL기기 사용 위법"
현대의료기 사용 넘보는 한의계 아전인수격 주장에 '경종'

▲ IPL을 사용한 한의사 L모씨가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0년 4월 1심 판결 이후 2심과 대법원을 거쳐 다시 파기환송심까지 5년 넘는 법정 공방전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그래픽=ⓒ의협신문 윤세호

법원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경종을 울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3형사부 환송전담심은 19일 광선조사기인 IPL(Intensive Pulsed Light)을 사용한 한의사 L모씨의 의료법 위반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서울동부지법 환송전담심 재판부는 19일 'IPL을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무죄판결한 원심을 파기한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심(2014년 2월 13일)을 심의, '유죄' 판결과 함께 4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IPL을 둘러싼 5년 동안의 위법성 논란이 모두 마무리됐다.

동부지법 환송전담심은 판결문에서 "IPL은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이를 시용하는 의료행위 역시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의사가 이를 사용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한의사의 IPL을 이용한 치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판결했다.

환송전담심은 "'황제내경'의 햇빛 양생법이 IPL 원리에 부합한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 "고전의학서는 기본적으로 계절에 맞게 천지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생활하고 행동하라는 취지의 고대 동양철학의 양생법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IPL을 사용한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의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적외선치료나 레이저침 치료가 광선요법과 IPL의 원리가 비슷하다는 데 대해서도 "IPL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뜸 치료 중 하나인 양수구의 원리도 IPL의 치료원리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의과대학 등에서 피부와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고 그에 관한 수련을 받았기 때문에 IPL을 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대에서 피부조직학·피부생리학·피부병리학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전문지식과 기술에 대해 검증까지 받은 의사에 비해 종합적인 이해가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고 판결했다.

환송전담심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배경·철학·인체 및 질병·진단·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 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학습하고 수련한 학문의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진료방법의 경우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한의사가 IPL을 이용해 치료행위를 할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 공중위생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IPL 판결 오락가락…1심 유죄→2심 무죄→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IPL 법정 공방은 지난 2009년 7월 IPL을 이용해 1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잡티제거 등 피부질환을 치료한 S한의원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행정처분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는 IPL을 사용한 한의사에게 면허된 행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과 대법원의 의료행위와 관련한 판례를 인용,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IPL이 한의학적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한의계의 손을 들었다.

2심은 IPL이 한의학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며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도 했다.

당시 2심에서는 "IPL은 태양광(자연광)과 유사한 제논램프에서 발산되는 빛을 집약하여 인체의 피부에 간헐적으로 조사하는 의료기기로서 빛을 병변에 조사하는 치료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이 허용되는 적외선치료기나 레이저침치료기와 같은 작용원리에 기초하고 있다"며 한의사의 IPL 사용에 면죄부를 줬다.

2심 재판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인(한의사)이 IPL을 사용한 것은 환자의 피부에 발생한 병변에 대한 외과적 처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병변을 인체의 균형이 무너짐으로 인하여 생긴 경락의 울체로 보고 여기에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빛을 사용하여 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의계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2심은 "한의에서 행해지는 IPL의 사용은 현대 이학적인 기기를 이용하여 경락을 자극하고 기혈순행을 높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며 IPL을 이용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지난 2월 13일 대법원은 "원심(2심)의 판단에는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무죄 부분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는 한편, 서울동부지법 합의부에 환송, 다시 판결을 내리도록 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IPL이 적외선·레이저침을 이용하여 경락에 자극을 주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치료기·레이저침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하여 경락의 울체(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우선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였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경위·목적·태양 등에 의할 때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심리해야 했다"며 2심의 오류를 짚어냈다.

아울러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살펴 이를 토대로 이 사건 IPL을 이용한 진료행위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는 결국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에 하자가 있음을 꼬집었다.

대법원 "원심, 면허 이외 의료행위 법리 오해" 지적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IPL 시술은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에 기초해 빛에너지로 열손상을 가해 표적조직만 파괴·소멸시키는 일종의 외과적 치료법"이라며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교육 및 수련을 받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IPL 시술을 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PL 소송에서 한의계는 터무니 없게도 2000년 전 중국 고대 문헌인 <황제내경>의 '사시에 맞게 두루 햇빛을 쬐어야 한다'는 내용을 IPL의 이론적 근거로 제시했다"면서 "이번 판결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앞세워 현대의료기기를 넘보려한 한의계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하급심에서 한의사의 IPL 시술이 레이저 침 치료와 유사한 한방의료행위라고 판단할 정도로 법률가들의 의학적 전문지식이 충분치 않은 것도 소송이 장기화된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현대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계와 한의계의 대립을 단순한 영역다툼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국민건강에 끼치는 위해를 예방하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무려 5년 동안 이어진 마라톤 소송에 관여하며 진료권을 지켜내는데 앞장선 대한피부과의사회와 대한피부과학회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방순 대한피부과의사회 부회장은 "한의사가 왜 IPL을 사용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의학적 배경과 이론을 납득시키고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2심에서 무죄로 나와 한 동안 당혹스러웠지만 의사출신 고문변호사의 자문과 기꺼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재판부를 설득한 대학병원 교수 등이 애쓴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피부과학회는 물론 의협과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진료권을 둘러싼 침해 분쟁과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해서 법정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 의료계가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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