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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방사선 묻지마 규제하면 환자만 피해"

"의료방사선 묻지마 규제하면 환자만 피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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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방사선량 환자별 관리...불량검사·진단차질 우려
"환자 검사 거부, 방사선량 낮추려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어"

▲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8일 '의료방사선과 건강'을 주제로 제5회 학술포럼을 열어 의료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안전한 사용 방안을 제시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의료방사선'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는 규제 입법과 규제 행정이 환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8일 서울대병원 암연구동 이건희홀에서 열린 '방사선과 건강' 학술포럼에서 방사선 의학 분야 전문가들은 "방사선 노출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이 여과없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면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료방사선에 대한 입법과 행정 규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이날 학술포럼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 노출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면서 꼭 필요한 방사선 검사를 기피하거나 의료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의학한림원 학술포럼에서 '안전한 의료방사선 이용 방안'에 대해 제언한 정승은 가톨릭의대 교수. ⓒ의협신문 송성철
정승은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는 '안전한 의료방사선 이용을 위한 제언'을 통해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을 고지토록 한 의료법 개정안(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개인별 방사선 피폭량 기록 국가관리체계'를 통해 의료방사선을 규제하려 들면 환자들이 검사를 거부하거나 무조건 방사선량을 낮추려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규제는 병변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의 불량검사를 유도하거나 환자가 검사를 기피하게 해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선량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선량관리를 해야지 개별환자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가 국민 개인별로 피폭선량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의료피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이전에 아무리 많은 방사선 검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진단을 위해 필요하면 검사해야 하고, 검사가 필요없는 경우에는 환자가 처음 검사를 받는 경우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CRP)는 환자선량에서 오는 위험성을 개인적인 위험성으로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의료피폭에는 선량한도가 없고, 개별 환자에 대한 추적이나 기록은 환자 선량관리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므로 불필요한 규제로 사회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1994년 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 출범 당시 초대 이사장을 맡아 의료 방사선 장비인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유방촬영용장치에 대한 품질관리 검사·교육·연구 등을 통해 의료영상의 질 향상과 국민보건 증진에 앞장서 온 임태환 대한영상의학회장은 "안전한 의료방사선 이용을 위해 의료영상에 대한 품질관리를 해 온 결과 25∼30%에 달했던 화질 불량을 1/10∼1/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의료방사선의 질 관리를 위한 의학계와 의료계의 엄청난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 따지지 않고 승무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언급한 임 회장은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신뢰하지 않은 채 의료피폭 문제를 관리와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려는 것"이라며 신뢰 부재를 개탄했다.

자극적인 보도에 치중해 근거없는 불안감을 조성할 뿐 근본적 원인분석이나 대책에는 큰 관심이 없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나타난 부정적 인식의 변화는 미디어의 영향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언론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관리주체의 과감한 정보 공개와 언론보도준칙을 공동으로 제정해 보도윤리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미디어에 의한 과장된 공포기사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자들이 조언을 구할 수 있도록 전문가 리스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법률에 의한 일률적인 규제나 행정당국의 지침 제정 움직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문 의원은 "개인별로 피폭량을 관리할 경우 진단에 지장을 초래하고, 환자가 검사를 거부할 경우 부정확한 진단으로 피해를 주게 된다"며 "개인 피폭량 관리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학계와 전문가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의원은 "방사선 피폭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의학계 자율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불필요한 검사와 중복 촬영에 대해서는 전문가단체가 자체적으로 규제하고, 진료 프로토콜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의학한림원 학술포럼에서 지정토론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문 의원은 방사선 위해 및 재난방지를 위한 입법부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정승은 가톨릭의대 교수는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 장비는 불량한 영상을 생산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고, 중복촬영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방사선량 관리도 어렵다"며 의료영상 장비의 품질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학술포럼 참석자들은 "환자선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선량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의료기관별로 검사정보와 선량정보를 취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유용성이 없고, 의료기관에 업무만 늘릴 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개인선량 관리보다는 의료기관별 관리로 정책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상의학계 관계자는 "진단용 방사선은 피폭선량이 매우 적어 흉부 X선의 경우 한 번 촬영을 할 때 0.1mGy 정도에 불과하고,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발단선량(5Gy)을 기준으로 하면 흉부 X선을 5만 번 촬영해야 하는 양"이라며 "의료방사선에 대한 지나친 우려나 불필요한 오해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건설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값지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의학한림원은 의학·치의학·간호학 분야에서 연구업적이 탁월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의학분야의 한림원. 학술포럼을 열어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예방·치료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궁성은 의학한림원 회장은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방사선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준비할 때가 됐다"며 "의료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 국민에 전달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술포럼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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