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중심 회원국 늘릴 것...폭력 근절 앞장
세계여자의사회는 세계 여성 인권 향상과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1919년 출범한 여성의료인 단체다. 한국인이 세계여자의사회장을 맡는 것은 1989년 주일억 전 여의사회장 이후 두 번째.
세계 여성 의사들의 중심이 되는 단체 대표가 두 번씩이나 우리나라에서 배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여자의사들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임 1년 동안 세계여자의사회장으로서 바쁜 행보를 해온 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장을 만나봤다.
박경아 회장은 "지난 1년동안 세계여자의사회장 업무를 위해 한달에 한 번 꼴로 해외를 나가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도 1년에 한번 씩 열리는 세계여자의사회 임원회의를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를 다녀왔다"면서 바쁜 일상을 설명했다.
올해는 3월부터 뉴욕에 '세계여성의 주간'과 미국여자의사회 99주년 행사에, 4월에는 세계의사회 이사회, 5월 WHO 회의 등 매달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세계여자의사회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내년에도 8번의 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어느날 돌아보니 의사로서 한국을 알리는 '의사 외교관'이 됐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유명한 역학자한테 사주팔자를 봤다. '비행기 타고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사주'라고 나왔대요. 그 당시 외교관이 돼야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의사가 됐고, 지금은 결국 세계 각국을 누비는 의사 외교관이 됐네요."
중국여자의사회 회원 가입 업적...회원국 늘려야
박 회장이 취임하면서 품은 목표는 2가지다. 세계여자의사회의 회원국을 늘려가고, 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것.
우선 올해 겨울부터 동남아 중심으로 회원국을 늘려나가기 위해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30년 전 2000명에 불과했던 우리 여성 의사 수가 2만명 규모로 늘고 실력이 향상된 데는 세계여자의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한몫했다"며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단체 가입률을 높여 세계여의사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총회때 중국여자의사회가 가입했는데, 이 역시 박 회장의 노력의 결실이다.
중국여자의사회는 2012년에 설립돼 세계여자의사회에 가입하려 했으나, 대만여자의사회와 동일한 명칭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그러다 박 회장의 계속된 설득에 대만여자의사회가 양보해 명칭을 변경했으며, 중국이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중국여자의사회가 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해왔다"며 "앞으로 회장 임기를 하는 동안 동남아를 중심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세계여자의사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폭력 실태조사 진행...여의사 주도로 해결
세계적으로 만연한 성폭력·가정폭력 해결을 위해서도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성폭력과 가정폭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 각 나라별로 폭력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결과 현재 34개국으로 부터 응답이 들어왔으며 더 많은 나라의 답변을 취합해 폭력 근절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대처하기 위해 논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폭력으로 피해 입은 환자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폭력근절에 대한 메뉴얼을 주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중에 있다. 특히 여의사가 환자들을 상담하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세계여자의사회에 대해서 모르는 의사들이 많고, 드러난 활동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그런 지적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세계여자의사회 뿐만 아니라, 세계의사회 또한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홍보를 주력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아 회장은 "세계여자의사회장이 한국에서 처음 나왔을 때에는 88올림픽 직후라 한국을 처음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24년만에 한국에서 2번째 회장이 되면서 한국이 더 발전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어 박 회장은 "같은 나라에서 세계여자의사회장이 두 차례 나온 것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밖에 없다. 이는 한국 의료가 세계 의료계에서 인정 받은 결과"라며 "남은 임기 동안 회원국을 늘리고 폭력 근절에 앞장 서는 등 여의사들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