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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 피할 수 없다" ↔ "기대효과 확신 못해"

"의료산업화 피할 수 없다" ↔ "기대효과 확신 못해"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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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관련 전문가들 '의료영리화' 기대와 우려 쏟아내
"일자리·부가가치 창출효과 기대...근거 명확치 않아"

▲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토론회'
"의료서비스는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미래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의료산업화는 필연적이다"(정부측).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의 목표인 해외환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의료영리화 반대측).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및 부대사업 확대로 대변되는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성장동력이었던 산업분야들의 경쟁력이 소실된 상황에서 의료서비스분야가 독보적인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했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산업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 먼저 "지난 25년의 공직생활동안 의료영리화 논쟁만큼 찬반양론이 뜨거운 보건의료 이슈를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에 반대하는 팩스를 4만 3000건 받았고 인터넷에서 반대 댓글이 어마어마했다. 높은 국민적 관심을 확인했다"며 보건의료정책 실무책임자로서 의료영리화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권 실장은 "국민들의 보건의료에 대한 관점은 첫째,소득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높아서 이 분야가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따라서 (이같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료공공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료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분야 투자확대와 해외진출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해외환자 토탈케어 ▲병원 해외진출 ▲연구 및 임상 활성화 ▲자법인 설립사례 창출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건의료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와 관련 "자법인이 모법인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도록 출자한도, 상속증여법상 성실공익법인에만 허용하는 등 규제를 두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두고 의료영리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의료특별법 제정 추진 및 전문펀드 조성 등을 통해 향후 해외환자 유치, 국내 병원 해외 진출 관련 규제 완화 및 금융 세제 재정 등을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의료연구 성과를 가능한 빨리 산업화하기 위해 연구와 임상 활성화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연구중심병원 육성,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 촉진, 진료정보 교류체계 구축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보건의료정책이나 제도를 추진함에 있어서) 각 개별사업에 매몰돼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현재 미래 보건의료산업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완화 필요하지만 기대효과는 회의적"
이같은 정부의 보건의료산업화 정책추진 의지에 대해 기대효과가 의심스럽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의료분야의 불필요한 규제, 진입장벽은 제거해야 되지만 해외환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기대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현재 보건의료분야에 불필요한 진입장벽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하고, 규제와 진입장벽은 없애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영리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리자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의료과 관련이 없는 목욕업, 여행업 등으로 확대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산업화에 대한 전반적인 추진방향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의료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산업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산업화에 필요한 재원의 공공성을 담보한다며 국민들의 불필요한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 패널로 참석한 토론자들.
"고용확대·부가가치 창출 근거 명확치 않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투자활성화대책의 목표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10여년 전 의료시장 개방이 큰 화두였다. 그때 대응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영리병원이었다. 이후 해외환자 유치가 이슈로 부상했고 역시 영리병원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이번 투자활성화대책 역시 사실상 영리병원을 통해 보건의료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투자활성화대책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이라면 대책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산업의 특성상 투자를 늘린다고 병상당 의료인력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근거가 명확치 않다"면서 "일자리 창출이 목표였다면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인력기준만 확실히 준수하도록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보건의료분야 투자활성화는 의료서비스분야보다 의료기기, 치료재료 등에 대한 투자활성화가 효과가 클 것이다. 의료서비스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수출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화가 의료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하면 안돼"

의료산업화의 기대효과에만 주목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의 본질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건인데, 갑자기 의료산업화가 이슈로 등장했다. 산업화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치료재료 등에서 얘기돼야 한다"면서 "의료서비스를 전제하지 않은 산업화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의료산업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정부의 의료산업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이라며 "의료공급체계의 미흡과 지불체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산업화를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예를 들어 서울대학병원이 UAE에 의료인력과 병원운영시스템을 수출해 약 1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이게 잘했다고 홍보할 일인가. 서울대학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의료산업화를 논의하면서 의료의 공익적 성격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고 합의,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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