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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무분별한 척추수술 이젠 그만"

의사들 "무분별한 척추수술 이젠 그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9.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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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증학회, 신경학적 이상 없을땐 수술 지양해야
'통증의 날' 맞아 28곳 병원서 '찾아가는 건강강좌' 열어

대한통증학회는 16일 '척추통증 관리에 있어 비수술요법의 유효성'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분별한 척추수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들어 척추수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은 통증 때문에 수술을 받게되지만 실제로 수술을 통한 통증관리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통증학회는 16일 제4회 '통증의 날'을 맞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척추수술통계 데이터 분석과 수도권 12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은 환자 1375명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발표하고 무분별한 척추수술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통증학회가 밝힌 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6~2012년 7년간 척추수술 인원 및 수술 건수는 각각 84%, 86% 증가해 연평균 1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 2009~2013년 상반기까지 청구된 98만건의 척추수술 건수 가운데 조정건수가 12만 9000건에 이르러 13.2%의 조정률을 보였다. 특히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 가운데 2곳은 64.6%·52.5%의 조정률을 보이는 등 평균 18.7%의 조정률을 보여 척추전문병원에서 무리한 척추수술이 더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었다.

신근만 대한통증의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근만 대한통증학회장(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진행성 사지마비·배뇨조절 장애·심한 척추의 불안정성·2~3주간의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관리가 전혀되지 않는 경우 등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척추수술은 지양해야 한다"며 "실제로 80~90% 수분으로 구성된 디스크는 경막외로 탈출되더라도 인체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사멸되거나 자연흡수되기 때문에 적절한 통증관리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통증치료 행태 및 척추수술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두달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척추수술 만족도와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통증 환자 709명 가운데 20%가 척추수술을 받았으며, 주요 증상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35%)과 척추관협착증(40.6%)이었다. 척추수술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통증'(약 57%)이었으며, 팔이나 다리에 마비증세가 있는 등 실제 적응증에 따라 수술한 환자는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척추수술 환자 23%만이 수술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불만족' 이유로는 '통증재발'(36.3%)·'합병증 등 부작용'(31.8%)이 주종을 이뤘다. 삶의 질에 대한 평가 역시 척추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를 밑돌았다. 수술받은 환자의 75%는 재수술을 안받을 것이라고 밝혔고, '재수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50%)가 가장 큰 이유였다. 척추수술 외에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시점에 대한 설문에서는 '수술후'(45.4%)·'수술전'(37.2%)·'수술외 치료법에 대해 몰랐다'(17.3%) 등으로 나타나 척추통증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이나 연령이 관계 없이 만성통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시달리는 통증 부위는 역시 '척추'(약 58%)였다. 전체 환자의 약 62%가 1년 이상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38%는 처음 통증을 느낀 후 적어도 1년 이상 지나서야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이 경험하는 통증의 정도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다.

심재항 홍보이사(한양대 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환자들은 대부분 통증 때문에 척추수술을 받지만 실제로 통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조사 결과 척추수술이 실제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가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디스크에 대한 비수술 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거대 디스크를 지니고 운동신경 손상이 없는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9개월 동안 보존적 통증치료를 지속하며 경과를 관찰한 결과 25명의 환자에서 디스크의 크기가 평균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이사는 "수술은 그 자체로 기관의 퇴행을 촉진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등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술을 지양하고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을 관리하면서 질환을 치료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6년 창립한 대한통증학회는 1996년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유능한 통증치료 임상의사를 양성하는 '통증의학 고위자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통증의학 교과서 발간·학술지 <The Korean Jounal of Pain> 발간·6개 지회 구성·학술대회 및 연수교육 개최·통증의 날 캠페인 등 다각적인 학술·교육·홍보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달부터는 '통증의학,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국민이 통증 질환을 이해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전국 28개 의료기관에서 '찾아가는 건강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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