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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한 건강한 통일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
"사람 위한 건강한 통일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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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초대 이사장(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그동안 통일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있었지만, 남북한 사회통합과 사람의 통일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는 부족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 더 나아가 사회적 혼란과 출혈을 초래하는 우리사회의 재앙이 될 수 있어 잘 준비된 통일이 절실하다.

이러한 통일 준비에 있어, 특히 보건의료분야의 연구와 준비는 그 어느 영역보다 중요하다. 보건의료 영역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복지와 행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5일 창립기념식을 갖는 통일보건의료학회는 통일 이후의 과제로서 가장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인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연구, 그리고 통일보건의료 연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연구자들을 키워내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전우택 교수(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정신건강의학교실)를 만나 통일보건의료학회의 비전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 ⓒ의협신문 김선경
Q. 통일보건의료학회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최근 통일대박론이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통일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던 통일부담론과 회피론을 넘어서 통일이익론과 환영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통일을 향한 역사의 흐름은 더딘 것처럼 보이면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노력은 사회 각 영역에서 조용하고도 세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 영역은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이 영역에서 연구하고 활동해 온 분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더 높은 차원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연구자들을 키워내기 위해 '통일보건의료학회'를 창립하게 됐다.

Q. 통일 준비에 있어, 특히 보건의료분야의 연구와 준비가 중요하다고 했다. 왜 그런가?
첫째, 보건의료분야는 남북 상호교류와 공동 연구가 쉽고, 다른 부문의 교류와 협력에 선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전 동서독 보건협정 체결이 동서독간 교류협력의 확대, 발전의 계기가 됨으로써 독일 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둘째로, 보건의료분야는 통일 과정에서 가장 시급히 주목해야 할 생명과 직결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적절한 보건의료의 지원을 받지 못해 죽어 갔고, 지금도 이런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또 수십 년간 벌어진 남북한 건강격차와 질병양상의 차이는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 사이의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치명적인 감염원이 되고, 생활습관병의 'outbreak'를 초래하는 등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로, 보건의료분야는 통일을 대비한 가장 유효한 투자 영역이기 때문이다. 영양부족,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 등이 초래한 북한주민의 불건강 상태는 통일한국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주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개선, 더 나아가 미래 통일한국의 보건의료를 대비한 연구와 협력은 대표적인 'low risk, high return'의 투자전략이 될 것이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이들의 통합이 통일한국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분단 이후 서로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주고 긴 세월을 지내온 남북의 사람들에게 보건의료는 서로를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화해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는 남한과 북한 두 이방인들을 같은 문법으로 소통하게 하고, 통일 전후 사람의 통합을 위한 가장 따뜻한 치유의 도구가 될 것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Q.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그동안 흩어져있던 각 영역의 통일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들을 연결시키고, 함께 모여 관련 정보와 연구 성과를 교류하며, 내실 있고 건강한 통일을 준비해 갈 것이다.

또 보건의료전문가와 통일문제 전문가 사이에서 학계 간 의견을 조율하고 발전시키며, 훈련 및 교육을 통해 거시적 안목과 학문적 깊이를 겸비한 통일보건의료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다.

동시에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보건의료분야의 미래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정부에 제안하며, 더 나아가 남북 간 보건의료의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진정한 통일을 준비해 갈 것이다.

보건의료는 인간이 갖고 있는 기술 중에서 사람간의 접촉을 통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도구이며, 남북을 연결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마중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과 보건의료는 아름다운 만남이자 동행이다.

다시 말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통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건강한 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통일보건의료학회'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Q. 최근 병원에서도 통일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은 2012년 통일의학센터를 만들었고, 연세의료원은 2014년 3월 통일보건의료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을 제외하면 아직도 통일보건의료와 관련된 기구를 갖고 있는 곳이 부족하다.

병원에서 통일의학센터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학회를 통해 각 병원들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정보를 교류할 것이다.

통일과 관련된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만들고 정부에 제안하는 것을 학회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다. 개인 연구자가 아니라 학회가 정식으로 제안하는 형태가 옳기 때문이다.

Q. 학회의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하다.
북한과 관련된 통일의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이제는 많다. 지금까지 통일보건의료와 관련된 논문이 400여편이나 된다. 이제는 학자군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회가 없다. 그래서 몇개월 전부터 통일보건의료와 관련된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회를 창립를 준비하게 됐다.

400편의 논문을 보니 제목이 매우 다양하더라. 각 영역별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영역에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세부분야까지 연구가 잘 되어 있다. 학회에서는 다른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했는지 서로 알게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학술지도 만들 계획이다. 외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도 교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개인연구보다는 집단연구를 통해 제대로된 정책을 정부에 제공해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진정한 통일이 되기 이전에 '건강'과 '의료'의 통일은 먼저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과 남한이 공동으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예로 말라리아, 결핵 등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을 한 경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비슷한 국가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는 선진국의 학자들과도 교류를 할 것이다.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Q.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통일준비위원회는 40명으로 구성됐다. 평소 통일의학 관련 연구(사회정신의학)를 많이 하다보니 위원으로 위촉된 것 같다. 탈북자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요즘에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해야할 일도 많은 것 같다.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중간다리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와 관련된 학자들도 많이 연결시킬 것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Q. 남북한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학회에서는 이같은 고민을 하게 되나?
오는 9월 25일 통일보건의료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학술대회 1부는 그동안의 흐름을 다루고, 2부는 앞으로의 통일보건의료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에서 의사를 하다가 탈북한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이 패널로 참여해 토의를 한다. 남한의사들과 북한의사들이 함께 모여서 말 그대로 남북 보건의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의료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은데.
통일보건의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대생, 대학원생 등이 생각보다 많다. 이 사람들이 학회를 중심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양성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관심있는 의사들이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을 하는 의사부터 참여하면 학회에서 다루는 내용이 더 풍부해질 것이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학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남북한의 건강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건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통일이 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건의료에 대한 통일이 먼저돼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보건의료지원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의사들의 경험과 지혜가 학회를 통해 잘 모아졌으면 한다. 그러면 더 현실적인 정책,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의사를 비롯해 치과, 간호사 등 통일과 관련 많은 관심있는 의료인, 그리고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북한, 통일에 대해 관심있는 다양한 영역의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모든 영역의 학자들이 제대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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