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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상급병실료 깎이니 다학제 진료 '붐'
선택진료·상급병실료 깎이니 다학제 진료 '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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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대학병원들 기존 다학제 '강화'
지방 병원들도 수가보전 위한 새 '돌파구'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료 수가 개편에 따라 병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수가보전 전략으로 '다학제 진료'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도입한 병원들은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새롭게 시스템을 도입한 지방의 병원들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대한 수가를 받아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방 병원들 가운데, 동산병원·명지병원·화순전남대병원·해운대백병원·인제대 부산백병원·고신대복음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이 다학제 진료를 통한 암치료를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의 병원들이 차츰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면서 앞으로는 암치료 등에 있어서 다학제 진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입원 환자 협력진료 5회까지 인정

다학제 진료는 암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여러 임상과목의 전문의 5~6명이 다 같이 환자와 대면진료해 종합된 의견을 동시에 제공하는 진료를 말한다.

또 여러 전문 진료과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계획을 도출해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병기에 맞는 정확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여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선택진료·상급병실 개선 및 수가 개편 방안'에 따르면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료 수가 개편과 관련 그동안 수가수준이 낮거나 수가 자체가 없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중증환자 대상의 의료서비스 개선 내용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중증암환자를 대상으로 4∼5명의 의사가 동시에 진료하는 암환자 공동진료, 영양불량환자에 대한 집중관리를 통해 합병증 감소 및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집중영양치료료 등이 신설된 것.

실제로 병원에서 암환자를 공동으로 진료하는 경우 5인 의사기준 14만 1510원(본인부담 7000원), 집중영양치료료 3만 6870원(상급종합, 본인부담 7370원)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이밖에 보건복지부는 현재 월 1회만 인정되던 입원중 협력진료를 최대 5회까지 확대하고, 한 번에 여러 수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의 수가도 인상해 고난이도 행위가 좀더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협진 인정횟수는 월 1회에서 앞으로는 병원 2회·종합병원 3회·상급종합 5회로 확대된다. 또 여러 수술의 동시수술 시 제2, 3 등의 수술의 보상을 50%에서 70%까지 개선된다.

이처럼 다학제 진료에 대한 수가 보전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다학제 진료를 해오고 있는 병원을 비롯해 지방에 있는 병원들까지 다학제 진료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 대학병원…기존 다학제 진료 더 탄탄히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은 기존의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더욱 더 견고하게 하는 모습이다.

먼저,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월 29일 암병원 심포지엄에서 다학제 진료의 기초에서 맞춤형 암 치료의 최신지견까지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장암·간암·위암·식도암·담도/췌장암의 다학제적 치료 사례를 공유하고,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해 발전시킨 맞춤형 암 치료의 발전 방향이 제시됐는데, 다학제 진료를 넘어 맞춤형 암치료를 통해 암을 정복하겠다는 서울아산병원의 야심찬 계획이 엿보인다.

연세암병원도 지난 4월 문을 열고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암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세암병원은 15개의 암 전문센터 가운데 간암을 비롯한 8개 전문센터가 다학제 진료를 하는 베스스팀을 구성·운영한다.

지난해 4월 공식 출범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도 환자가 암에 걸리기 전부터 시작해 진료는 물론 퇴원 후 가정과 사회로 복귀한 뒤의 삶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환자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를 위해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협진을 모든 전문센터에서 활성화시켰다. 특히 진단이 어려운 부위이거나 전이·재발 등의 위험이 큰 고위험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 여럿이 모여 환자 한 사람을 진료하는 대면 다학제 진료를 원칙으로 세웠다.

또 다학제 협진을 통한 진단이 끝나면 1주일 안에 수술을 포함한 각종 치료를 시작하는 이른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 현재 대장암센터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서울병원은 심장뇌혈관병원도 출범시키면서 다학제 진료팀을 항시 가동해 심장·뇌졸중·혈관 복합질환이 의심이 되면 즉시 협진이 이뤄지도록 했다.

▲ 오재건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이 의료진들과 다학제 회의를 하고 있다.

▶다학제 진료의 효시 국립암센터도 드림팀 재구성

2001년 개원 당시부터 '철저한 고객 중심' 시스템으로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국립암센터는 '유방암센터 드림팀'을 강화하고 나섰다.
유방암센터는 유방외과·혈액종양내과·핵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7개 진료과 의료진을 다시 뭉치게 해 종합적인 치료 계획을 도출, 환자에게 직접 알려줌으로써 환자의 만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이미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학병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발상의 전환의 첫단계로 다른 모든 병원에 있는 '과'를 없앤 바 있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마취과 등을 없애고 위암센터·간암센터·대장암센터 등 암종별 센터를 만든 것인데, 환자들이 병원의 여러 과를 돌아다니면서 진료와 치료를 받는 시스템은 결국 환자가 아닌 병원중심의 사고방식으로 '근본'부터 바꾼 것.

이렇게 암종별로 특화된 센터제는 다학제 진료를 더욱 수월하게 한 원동력이 됐는데, 위암센터·폐암센터·대장암센터 등 각 센터에 소속된 의사들은 외과·혈액종양내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핵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등의 의사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환자의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다학제 진료는 환자들이 진료 과목을 찾아 옮겨 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센터별 전문 의사와 전문 간호사들이 함께 환자를 볼 수 있어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치료 방법도 현장에서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들 간에 협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신뢰감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유방외과·혈액종양내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핵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등 7개과 8명의 전문의가 회의실에 모여 유방암 환자 김모씨의 검사결과, 치료방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방 병원도 새 돌파구로 다학제 진료팀 구성

계명대 동산병원도 올해부터 다학제 진료를 통한 암치료를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동산병원 암센터는 그동안 질환별 전문의료진이 모여 치료방침을 논의하는 협진회의를 꾸준히 시행해왔기에 이번 다학제 진료를 지역에서 앞서 시작할 수 있었다.

이세엽 동산병원장은 "다학제 진료는 철저히 환자중심 방식이고, 협진 및 팀진료를 통한 정확하고 신속한 치료시스템으로 현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암센터도 올해 8월부터 소흡기센터 폐암환자를 시작으로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김덕윤 암센터장은 "다학제 진료는 복잡한 진단과정이나 수술방법의 결정뿐만 아니라 수술 후 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 수술을 받은 후에도 재활, 추적관찰, 재발방지 등의 추가치료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및 보호자의 높은 만족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권에서는 명지병원이 발빠르게 다학제 진료에 나서고 있다. 명지병원은 치매진료센터를 개소하고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함께 모여 다학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현정 교수(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는 "노인들의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조기진단을 위한 다학제 진료가 이곳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며 "신경과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과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고, 특히 수요일 오전에는 한 곳의 진료과 진료 후에 별도의 절차 없이 다른 진료과 진료를 연계해 받도록 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명지병원은 치매진료센터 이외에도 뇌성마비교정클리닉도 개성해 다학제 진료에 들어가는 등 앞으로 다학제 진료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화순전남대병원도 광주·전남지역에서 다학제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폐식도종양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폐암 다학제 진료팀은 2004년 개원 당시부터 호흡기내과·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핵의학과 등과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 다학제진료에 환자와 보호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폐종양이 의심될 경우 2박 3일 동안 입원해 MRI·기관지내시경·조직검사·PET/CT·협진·치료방향까지 신속하게 결정해 곧바로 치료가 가능한 신속시스템을 운영했다.

▶다학제 진료 수가현실화 요구했던 학계 '환영'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발표되기전부터 대한임상종양학회 등 학계를 비롯해 병원계는 암 질환 다학제 진료수가의 현실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유창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올해 열린 '2014년 대한임상종양학회 1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의료기관이 암 질환 환자를 진료할 때 다학제 진료는 필수적인데, 아직 수가현실화가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교수에 따르면 2013년 6월 임상종양학회 주관하에 한국임상암학회·대한방사선종양학회·대한병리학회·대한영상의학회와 공동으로 제1회 다학제 공동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 당시 다학제 암 진료 시스템 정착 방안이 집중 논의됐으며, 여러 학획에서는 공동으로 "수가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암환자를 진료할 때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지만, 다학제 진료에 대한 표준 및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학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는 병원이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은 물론 처음으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병원은 각 질환별 다학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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