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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불행한 시절에 더 간절한 평화와 행복

청진기 불행한 시절에 더 간절한 평화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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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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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 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행복한 가정은 행복의 이유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의 이유가 제 각각이다."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톨스토이)

'그토록 번영했던 신대륙의 잉카, 마야 문명이 왜 구대륙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유린당하고 거의 멸망하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에서 '광범위한 공간과 장구한 시간 조건'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발전하고 번성한 인류의 비밀을 탐구하면서 아흔 아홉 가지 요소가 완벽함에도 결정적으로 불리한 단 한 가지 요소 때문에 얼마든지 쇠망하거나 절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안나 카레니나 효과'를 언급한다.

이런 효과가 어찌 가정의 행복이나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에만 해당 되겠는가? 개인의 인생사도 주어진 외부 여건에 맞게 각자 자신의 성공 요소를 극대화시키고 실패 요소를 회피하거나 극복해야만 생존하고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척박한 원시 수렵채집 사회와 다름없는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행복'을 가늠하는 판단기준이 무엇일까? 환자를 많이 보고, 돈을 무지막지 많이 벌고, 티브이에 자주 나와 명의 소리를 듣고, 외제차, 넓고 쾌적한 주거, 해외 여행, 일주일에 한두 번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면? 성공했고 행복할 법하지만 초점 안맞은 흐릿한 사진처럼 뭔가 부족하다.

프로이트는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직업이란 자신의 능력과 인격의 연장이자 실현이며 사회적 공헌'이라 정의했다. 이 두 의견을 합치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인격을 발휘하여 쓸모 있는 공헌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 하겠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하는 일을 단지 물질적 보장과 사회적 지위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며 보람이나 긍지도 없이 자괴감을 느끼고, 즐길 수 없다면 큰 불행이라 아니할 수가 없겠다. 의사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환자 진료라는 직업의 본질이 아니라, 그 본질을 최선을 다해 신바람 나게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없는 외부 환경과 여건이다. 간절하게 개선을 기다리지만 사회나 정부나 의사들 자신들이나 의지도 공감능력도 실행력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주인공들을 보며 늘 감탄하고, 존경하고 심지어 숭고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그 하는 일이 무엇이건 표정이 다들 밝다. 남 탓에 불평을 늘어 놓고 투덜거릴 시간에 무엇을 더 잘 해 볼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궁리한다.

최선을 다해 본인들이 하는 일, 직업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달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지겹고 힘겹고 구차스러운 생계수단이 아니라 자기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그 마음을 닮고 싶다. 그래서 나도 그 분들처럼 늘 밝고 환한 얼굴이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다 내 안에서 자라나고 스러지고 한다는 말, 참 맞는 말이다.

지난 4월 16일 이후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지만 '행복 어쩌고……' 하는 것은 사치이자 금기에 가깝다. 온 나라와 내가 분노와 불안과 절망과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나마 평화롭길 간절하게 바라지만 우리 사회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희망일 것이다. 그 희망도 각자의 마음 속에 각자가 심고 각자 정성스레 키워야 할 것이다. 나 대신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희망의 합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고 마침내 우리의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이 다 평화롭고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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