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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학대와 노인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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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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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예방 의사가 나선다 ⑤
▲ 홍나래(대한신경정신의학회홍보기획간사·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학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의학 분야에서 '노인 학대'는 이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정의되는데, 노인의 건강이나 복지에 위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거나 반대로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서 노인의 건강이나 복지에 위해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단순한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뿐만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유기나 방임, 자기 방임을 하게 두는 것까지 폭 넓게 포함한다. 노인은 아동과 유사하게 자기 보호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의식주의 제공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도 학대에 포함된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 학대는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 오히려 더 흔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치매 환자나 노인과 그 동거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을 때 나타날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또 학대자는 같이 사는 친족인 경우가 가장 많은데, 우울증이나 알코올 문제와 같은 정신과적 병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고, 학대자가 오히려 피해 노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우에 학대 행위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전의 가정 폭력의 기왕력이 있거나, 노인을 돌보는데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어려움을 느끼지만 외부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에도 노인 학대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혹시 치료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면 노인 학대에 대해 더 민감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 노인들은 학대 상황에 대해 신체적인 위해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단순히 어느 정도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정도를 벗어나 노인성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발병하기도 하고, 자살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연히 노인 자살 문제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대개는 10대나 20대의 자살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 저기 매스컴에도 많이 나오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심각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10대나 20대의 경우 다른 사망 원인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자살이 사망 원인 중 1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10만명 당 자살 수로 보는 연령별 자살률을 보면, 10대가 5.1명, 20대가 19.5명인데 반해 70대는 73.1명, 80대 이상은 104.5명으로 실제 자살자 수로 보면 노인 인구의 자살 문제가 젊은 연령의 자살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모두 노인 학대 문제로 몰수는 없지만 학대 노인의 경우 자살률이 높으며, 자살과 관련이 되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 노인이 학대 사건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노인 자살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노인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의심되는 노인 환자가 병원에 내원한다면, 학대와 관련된 신체적 조치와 법적인 신고 과정 이외에도 학대 노인의 정신적인 안정을 고려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의학적 치료까지 연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 역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다면 가해자의 정신의학적 평가나 치료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가해의 원인을 좀 더 세심히 확인해 조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원활히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결국에는 다시 가해 가족이 피해 노인을 다시 보호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대가 재발되지 않게 접근을 해 주는 것도 의사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학대가 의심되는 노인을 진료할 때에는 환자-의사 관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가 피해 상황에 대해 공감을 해 주다가 마치 상황에 대해 놀라거나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되면 피해자는 더욱 불안해 지고 의사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해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 노인의 정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울감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데 노인들은 대개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몸의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흔히 우리가 '신경성'이라고 하는 여러 통증이나 소화 장애·어지러움·가슴 답답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모든 것이 귀찮고 거슬리거나 짜증이 늘고, 수면 장애나 먹기는 해도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경우 또한 많다. 자살이나 타살에 대한 질문도 반드시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대를 받은 노인이 진료실에 들어오게 되면 많은 의사들은 일단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분노하게 되기도 하고, 충분히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게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의사의 모습이 필요하다.

환자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은 학대를 받은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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