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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메트렉시드 급여제한 의학적으로 이해 안 돼"

"페메트렉시드 급여제한 의학적으로 이해 안 돼"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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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건국의대 교수)

이계영 폐암학회 총무이사 겸 건국의대 교수
모든 진료를 보험급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나 난치성 희귀질환자가 급여제한으로 고통을 겪을 경우 이런 안타까운 현실은 더욱 극명해진다.

건강보험재정을 관리하는 정부도 중증질환이나 희소질환일 경우 급여범위를 가능하면 넓게 적용하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치료비가 비싸다 보니 환자나 의료진이 느끼는 급여확대 속도는 더디다.

의료진은 일부 급여기준에 대해 의학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페메트렉시드(상품명: 알림타)'의 급여기준은 의학적인 문제 제기에 부딪힌 급여기준 사례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 겸 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를 최근 만나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페메트렉시드의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과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경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대한폐암학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하고 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페메트렉시드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10년 전만 해도 4기 폐암환자, 특히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10개월에 불과했다. EGFR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표적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폐암 4기 평균 생존기간이 3~4년으로 향상됐다. 1년 미만에 불과했던 생존기간을 3~4년까지 향상시킨 대단한 성과였다.

문제는 돌연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비소세포성 4기 폐암 환자의 경우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아 표적항암제 개발에 따른 혜택을 보기 어려웠다. 파클리탁셀이나 젬시타빈·도세탁셀과 시스플라틴이라는 백금화학 항암제를 병용투여하는 기존 치료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는데 독성이 강해 치료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휴지기를 갖기 위해 항암치료를 중단하면 억눌려 있던 암세포들이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보통 3~4개월 정도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지나면 예외없이 암세포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때 2차 항암치료에 들어간다. 기존 요법이 아닌 페메트렉시드를 시스플라틴과 복합투여하는 유지요법을 활용하면 3~4개월에 불과했던 무진행 생존기간을 6~7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다.

페메트렉시드 개발로 '휴지기'없는 유지요법이 가능해졌다. 환자의 궁극적인 생존기간이 연장된 것이다.

비소세포폐암은 하나의 질병처럼 여겨 같은 치료제를 썼지만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치료효과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고 페메트렉시드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효과가 입증되면서 치료패턴이 확립된 점도 주목할만하다. 비소세포폐암은 조직분류에 따라 편평세포암·선암·대세포암 3가지로 나뉜다. 페메트렉시드는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의미있게 연장했다.

폐암환자의 1% 미만이 완치되기도 하지만 4기 전이성 폐암 암환자의 궁극적인 치료목표는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10개월 내지 12개월, 1년 미만이었던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환자의 생존기간이 현재는 최소 18개월까지 50%정도 늘었다.

이계영 건국의대 교수
페메트렉시드의 대표적 임상시험인 파라마운트 연구결과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파라마운트 임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페메트렉시드 유지요법군과 위약군 간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 기간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백금계 약물과 병용해 보통 4주기 내지 6주기의 1차 치료를 하면 휴지기를 보내야 하는데 그때 페메트렉시드를 통해 유지요법을 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기간을 위약군과 비교해 보니 두 생존기간이 모두 연장되는 결과를 보였다.

1차 항암치료에 대한 치료반응에 따라 '완전 관해(CR)'와 '부분 관해(PR)', '안정 병변(SD)'으로 나눈다. CR과 PR·SD 단계는 종양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CR은 완전 관해로 CT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CT로는 종양반응을 완벽하게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고 적어도 종양이 1~2mm는 돼야 확인 가능하다.

1~2mm 이하 크기는 '무증상 단계'에 속하는데 CT로는 찾을 수 없다. PR은 직경 합이 30% 미만으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경이 20%이상 커지면 '진행 단계'라고 부를 수 있다. 스태블리제이션(Stabilization)은 그 외의 모든 단계를 일컫는다.

SD 반응군도 종양크기가 증가하는 경우나 반대로 감소하는 경우 모두 포함될 수 있다.

CR에 해당하는 환자는 1% 정도로 매우 적다. PR에 해당하는 환자는 평균적으로 30% 된다. 다만 한국은 PR이 30~40%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높다. 폐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인종에 따라 차이가 나는 셈이다. SD 상태에 있는 환자는 약 30~40% 정도 될 것이다. 나머지 20~30%는 치료가 안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생존 효과에 있어 얘기하자면 일반적으로 PR 환자군의 생존 기간이 더 높고 SD 환자군의 생존 기간이 더 낮을 것 같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PARAMOUNT 임상 결과 PR이나 SD 그룹의 생존 기간은 비슷한 것으로 나왔으며, 일부에서는 SD 환자군의 생존 기간이 더 길다는 자료도 있다.

현재 1차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SD 단계일 경우 급여를 받지 못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페메트렉시드는 백금계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1차 화학요법 4주기 이후 SD 반응군의 치료에 대해서는 급여하지 않도록 결정됐다는 점은 문제다. 항암제가 고가이다보니 재정측면을 고려해 급여를 모두 제한한 것이라면 재정적인 문제로 인한 급여기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인 기준으로 보면 SD 반응군을 급여제한 하는 것은 매우 의아한 결정이다. 파라마운트 임상결과에서 드러났듯이 1차 화학요법 반응 정도와 상관없이 CR과 PR, SD 반응군 모두 생존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SD 반응군의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오히려 더 좋았다는 결과도 있다. 폐암학회는 처음부터 모두 급여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급여적용될때 SD 반응군은 빠졌다.

페메트렉시드가 1차 치료에 대한 종양반응과 관계없이 일관된 전체 생존기간 개선효과를 입증했지만 SD환자만 급여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폐암 질환의 위중도와 형평성있는 치료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급여기준을 시급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다른 폐암 치료제인 '타쎄바'의 경우 EGFR 와일드 타입 환자에 대해 1차 화학요법 4주기 후 질병상태가 SD 반응군인 경우도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떤가?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임상진료지침은 1차 항암화학요법에 CR·PR 반응군처럼 반응이 있거나, 질병의 진행이 없는 SD의 경우도 페메트렉시드 지속형 유지요법을 할 것을 권고(카테고리1)하고 있다.

유럽 종양학회(ESMO)도 최신 임상 진료지침에 따라 SD 반응군에 대해 페메트렉시드 유지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치료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이 SD 환자군에 대해 급여를 하고 있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급여하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폐암학회가 폐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의미있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대한폐암학회는 국립암센터와 9월 중 공청회를 개최해 조기 폐암검진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지만 폐암환자의 전체 생존율은 15~16%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생존율이 20%로 나머지 80%가 진단 후 5년 안에 사망하고 있다.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조기 폐암검진을 위한 저선량 CT 검사의 적절성 여부가 이슈가 됐다.

10여년 전부터 조기 발견을 위해 CT 검사를 많이 했다. 당시에는 필요여부가 불분명했지만 현재 저선량 CT 검사는 3년 전 나온 미국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아직 학술적으로 논란이 있지만 미국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추세다. 미국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CT는 방사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하지 않더라도 흡연군과 고위험군은 저선량 CT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구 폐암의 90%는 흡연성 폐암인 반면 한국은 비흡연성 폐암이 더 많다. 통계적으로 거의 30%에 육박한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률도 높은 편이다. 비흡연성 폐암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향후 폐암 치료의 발전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폐암은 남녀 공통적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40만명 정도가 폐암을 진단받고 100만명 이상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한국은 1년에 1만8000~2만명 정도 폐암 진단을 받고 최소 1만6000명 내외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폐암은 치료성적이 나쁘고 항암치료가 고통스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년 전부터 폐암 치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판세가 뒤바뀌고 있다.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와 같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고, 돌연변이 폐암에 대한 특효약도 개발됐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2~3년 안에 획기적인 약물과 데이터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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