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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측면에서 본 노인 학대

일반인 측면에서 본 노인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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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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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예방 의사가 나선다 ③

▲ 임선영(대한의사협회 학대대책위원·한국여자의사회 공보이사·임선영산부인과의원장)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의 도움으로 평균수명이 늘어감에 따라 우리나라도 노령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다 삶을 마감하는 장수의 좋은 점은 어느 틈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노인 학대 문제에 묻혀버렸다.

과연 노인 학대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인 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노인복지법 제1조의 2 제4호).

4년 전 추석 무렵이었다. 진료실 문이 열리자 여러 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들어왔다. 환자였던 그녀는 동그란 눈에 의심을 잔뜩 품고 입술을 앙다문 채, 채 머리를 흔들며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영락없이 정신 나간 노파 모습이었다.

보호자인 남편과 아들은 말쑥한 차림이었다. 순간 진료도 시작하기 전에 환자를 치유한다는 의사의 본분도 잊은 채, 나는 어떻게 하면 범상치 않은 저 노인 환자의 진료를 짧은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을까? 라는 궁리를 했다.

부끄럽게도 처음에 이랬던 나의 마음도 모른 채 그녀는 내가 편하다며 몇 년째 나의 진료실을 방문하고 있다.

83세 환자가 55세 며느리와 함께 질 출혈을 주 증상으로 나의 진료실을 찾았다. 나의 오랜 환자이기도 한 며느리는 진료를 시작도 하기 전에 아무 검사도 하지 말고 그냥 눈으로만 진찰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니 질 출혈 환자를 어떻게 시진만으로 진단을 할 수 있을까? 환자의 아들이며 그녀의 남편인 한의사로부터 보약을 철마다 먹고 있으니 자궁암 검사 초음파검사 등등 정밀검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본인에게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렇게 했을까? 환자가 청력장애를 가지고 있는 게 썩 다행이었다.

"원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환자의 간절한 요청이다. 나이 많은 영감의 지속적이고 지나친 요구에 죽고 싶다고 했다.

"나의 몸 상태로는 절대 성관계를 할 수 없다고 단단히 일러주세요."

위축성 질염이 심한 68세 환자의 남편은 73세였다. 어떻게 이런 상황으로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했느냐는 나의 말에 세 아이를 결혼시키기 위해서였으며,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이혼을 고려중이라고 했다.

그녀의 결혼 생활에서 산부인과적 문제는 일부분이었을 게다. 진료실까지 따라온 기골이 장대한 남편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었을까?

동작이 굼뜬 노인이라는 이유로 진료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횡설수설하는 넋두리로 나에게 가해질 불이익을 우선 생각하지 않았을까? 노인환자에 대해 부끄러운 편견이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자신도 노인이 될 것이라는 불변의 진리도 잊은 척 단지 나이 든 시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형식적 진료를 요청한 며느리도 자신이 어르신을 학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나 했을까?

나이가 든 배우자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폭력도 일종의 학대라는 것을 그 남편은 알고 있었을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반인에게 있어서 노인 학대의 문제는 작은 편견부터 큰 폭력까지 일상에서 이뤄지는 일이 학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어디까지가 정상적 상황이고 학대인지 쉽게 구분이 안된다. 우리는 은연중 갑의 위치에서 그것이 잘못인 줄도 모른 채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을에게 실력을 행사한다.

가정폭력·성폭력 그리고 아동폭력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라 사회문제화되고 해법을 찾는 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나날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노인 문제, 노인 학대 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냥 가는 시간만을 기다리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무엇이 노인 학대인지?
어디까지가 노인 학대인지?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 일반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린 시절부터 인성 교육과 홍보가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위에 내 가족부터 가까운 이웃까지 아니 일상에서 만나는 노인을 학대하지는 않았는지, 학대받고 있는 노인은 없는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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