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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 치료 동시...'암 융합진료' 가능해진다

진단과 치료 동시...'암 융합진료' 가능해진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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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으로 암 영상화 하면서 암세포 죽이는 방사성의약품 개발 눈앞
한국원자력의학원 강주현·김광일 박사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내

강주현 박사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이용해 암을 진단하면서 동시에 치료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강주현·김광일 박사팀은 암의 위치와 크기를 알기 위해(영상화 하기 위해) PET을 촬영하는데, PET 촬영 전에 환자의 몸속에 주입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인 '구리-64'가 암의 크기를 영상화시켜주는 역할은 물론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방사성의약품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PET은 5㎜ 미만의 작은 종양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암 조기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방사성의약품이 몸속에 주입됐을 때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기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대사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 또 대사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암 세포 주변에 방사성의약품이 집중적으로 모이는데, PET은 방사성의약품이 집중적으로 모인 곳을 촬영해 암의 위치와 크기 등을 진단한다.

강주현·김광일 박사팀이 개발한 '사람 구리수송체(hCTR1) 유전자 시스템'은 PET 촬영으로 암을 진단하면서 동시에 암을 치료하는 융합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1> 구리수송체 리포터 유전자의 작동 원리.
① 구리수송체 유전자를 표적 세포에 전달
② 전달된 유전자 정보를 DNA에서 RNA로 전달
③ 전달된 정보를 바탕으로 RNA에서 구리수송체 단백질 합성
④ 구리수송체 단백질이 세포막으로 이동된 후 세포 밖의 구리이온을 세포내로 섭취 ⑤~⑥ 과다 섭취된 구리이온의 경우 골지망을 통하여 세포 밖으로 배출됨으로써 세포내 구리이온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됨
강주현 박사팀에 따르면 암 융합진료는 먼저 '사람 구리수송체(hCTR1) 유전자'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를 통해 암 조직에 구리수송체를 과 발현시킨 후 '구리-64'를 정맥 주사해 PET을 촬영하게 된다. 촬영을 하면 암 세포에 '구리-64'가 모여 암의 크기와 위치가 영상화 돼 나타남과 동시에, '구리-64'에서 배출되는 방사선으로 암 세포를 파괴하는 원리이다.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는 PET 영상을 얻는데 이용되는 양전자를 약 17% 방출하고, 암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베타선(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함)을 약 39% 방출하는 붕괴특성이 있어 이러한 점에 착안해 연구가 시행됐다. 구리수송체 유전자를 조직에 발현시켜 영상화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구리수송체는 생체 조절 보조인자인 구리 이온을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하는 대문으로, 세포 내 구리 이온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구리수송체 유전자는 구리수송체의단백질을 암호화 한 유전자를 의미한다.

특히 '구리-64'(Cu-64)는 PET 촬영용 방사성의약품에 널리 사용돼 온 '불소-18'(F-18)와 '탄소-11'(C-11) 등에 비해 7배 이상 긴 반감기를 갖고 있어, 핵의학 및 분자영상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될 전망이다.(불소-18:반감기 109분, 탄소-11:반감기 20분, 구리-64:반감기 약 720분)

반감기가 길면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개발중인 바이오의약품(재조합 DNA 기술을 응용해 생산하는 의약품)의 체내 동태를 장시간 추적하는 영상연구가 가능해 신약 개발 촉진이 기대된다.

<그림2> 구리수송체 발현 유방암 세포주를 이식한 종양 동물모델(mouse)을 대상으로 Cu-64 주사 후 촬영한 PET 영상(쥐).
연구팀이 개발한 구리수송체 유전자를 이용하여 PET 영상으로 48시간까지 유방암 영상진단이 가능했음(붉은 색일수록 구리-64가 많이 모여있는 것)
강주현 박사는 "'구리-64'가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 영상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컨버전스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연구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구리-64'를 비롯한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정제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행됐다"고 말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124'(I-124) 및 '구리-64'(Cu-64)의 대량 국내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 허가를 취득했으며, 전국적인 공급 시스템 구축을 통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경북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10여개 기관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지원함으로써, 국내 방사성의약품 연구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해당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 핵의학회저널(Journal of Nuclear Medicine)>에 게재됐다.(온라인 8월 4일자)

강주현 박사팀은 JNM저널에 실린 연구는 동물모델(쥐)을 통해 '구리-64'가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지는지에 대한 내용만 포함됐으며,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는 난치성 암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의 개발 및 임상 적용 등 실용화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것.

 

<용어설명>
* 구리-64(Cu-64)
Cu-64는 12.7 시간의 반감기를 갖는 PET용 금속성방사성동위원소로써 비교적 긴 반감기를 갖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주로 긴 반감기를 나타내는 바이오의약품(펩타이드·항체·세포치료제 등)의 영상에 활용될 수 있다. 또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이기 때문에 킬레이션에 의해 다양한 화합물에 표지가 가능하고, 매우 안정한 착물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구리수송체(hCTR1)
생명체에 필수 미량원소인 구리는 과하거나 모자라면 독성을 갖거나 치명적일 수 있어 세포에서 섭취·배출·분포 등이 엄격하게 조절되고 있다. 이 때 세포내로 구리이온의 섭취를 담당하는 단백질이 구리수송체이며, 반대로 세포외로 배출하는 단백질(ATP7A 또는 ATP7B)이 존재하며 기능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 방사성의약품
방사성의약품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첨단 의료산업의 핵심요소로, 최근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과 집중연구체계가 미흡해 선진국에 기술 종속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특히, 의료용 가속기(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된 방사성동위원소는 비(比)방사능이 높은 특징이 있다. 이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은 화학적 독성이 거의 없어, 노약자 및 중증환자 치료에 적용이 가능하며 치료 효과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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