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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당신은 전염병 확산 지역에 들어갈 수 있나요?

당신은 전염병 확산 지역에 들어갈 수 있나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4.08.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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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인하의전원 교수, <문학과 의학> 통해 의전원생 인식 분석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에볼라 감염자 치료와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지 의료진의 활약상도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은 의사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에 따른 것이겠지만, 한 사람의 자연인 입장에서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인류를 위해 사지를 향하는 그들에게 세계는 신의 가호를 바랄 뿐이다.

이태전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신입생 면접시험에서 정유정의 소설 <28>의 줄거리를 요약해 제시하고, 죽음의 질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현장에 들어갈 수 있겠는지에 대해 물었다. 신입생 대부분의 대답은 "들어가겠다"였다. 2년후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28>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토록 했다. 그들은 생각은 여전히 "들어가겠다"였을까.

소설 <28>에는 수도권 인근 인구 29만의 소도시 '화양'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개 번식업자에게서 시작된 인수공통전염병인 '빨간눈'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시민과 119대원·의료진들이 잇따라 전염돼 사망한다.정부는 결국 화양을 봉쇄하고, 도시는 아비규환 속에서 죽음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황건 인하의전원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사진)와 홍형선·허원영 인하의전원생은 <문학과 의학> 7월호를 통해 의전원생 50명을 대상으로 '치사율 높은 전염병이 확산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과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분석했다.

'화양에 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면접시험 당시 대부분 들어가겠다는 응답과 달리, 18명(36%)만이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들어가는 이유로는 책임감(44%)·윤리의식(33%)·사회적 책임(17%)·죄책감 부담(6%) 등이었다. '들어가지 않겠다'는 32명(64%)은 비효율성(44%)·가족걱정(28%)·희생불필요(19%)·안전문제(9%) 등을 이유로 꼽았다. 화양에 가겠다는 학생은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가지 않겠다는 학생은 현실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하거나, 가족 걱정 때문에 가지는 못하지만 현장 밖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방법은 달라도 의사로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같았다.

연령별 차이를 살펴보면 24세 이하 학생에 비해 25세 이상 학생이 화양에 가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논문은 학부와 의전원 생활에서 휴학이나 재수과정없이 바로 올라온 학생보다 나이가 든 학생들이 자기가 꿈꾸는 의사의 사명감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들어갔겠다는 비율이 더 높았고, 기혼자와 미혼자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4인 가족 이하인 학생이 5인 이상인 학생보다 들어가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대가족이나 형제·자매와 함께 자라온 사람들이 가족과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해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활동 시간이 100시간 이상인 학생이 이하인 학생보다 높았다. 평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학생이 희생정신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고민하고, 필요할 때에는 자신의 희생도 각오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비교적 경증의 질환을 앓았던 기억이 있는 학생이 중증의 질병을 앓았던 기억이 있는 학생보다 화양에 가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중병을 앓거나 죽음을 경험했던 학생은 가족이나 지인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기 때문에 화양행 선택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황건 교수는 "의학교육을 받고 있는 의전원생들이 입학면접 때 갖고 있었던 초심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알고 싶었다"며 "화양에 들어가고(36%) 안들어가는(64%) 것으로 생각이 갈렸지만 질병의 현장이나 밖에서 의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은 같았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2차 출판으로 'Pubmed'에 등재된 <J Educ Eval Health Prof.>에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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