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6 21:21 (화)
청진기 우리에게 소망을 주는 얼굴
청진기 우리에게 소망을 주는 얼굴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18 11: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향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아크로마인드연구소 원장·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
▲ 송향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

2014년 8월 14일부터 4박 5일 동안은 우리의 정신사에 매우 의미있는 시간으로 족적을 남길 것이다. 힘들고 아픈 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기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다.

21세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현은 지구별에 사는 70억 명의 인간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따뜻한 소망을 갖게 한다.

특별한 종교를 넘어서 우리가 가슴 설레이며 그분을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그분의 사진 속 얼굴 보아도 "아! 인간이 이러한 얼굴을 지닐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고 나아가 인간에 대한 희망과 긍지를 지니게 하기 때문이다.

인자함이 넘치는 얼굴, 서민적이고 가난한 생활의 실천자, 천진난만하고 장난끼 있는 어린이의 모습, 냉철하고 지혜로운 세상에 대한 식별, 그리고 불의에 대처하는 단호하고 무서운 결단력을 보면서 일반적으로는 서로 상반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러 키워드들로 그분을 표현한다.

그분의 얼굴은 아침에 사진으로 한번만 보아도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와 함께 기분을 좋게 하고 마음의 평화를 선물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그분과 같은 종(種)인 인류에 속해 있다는 위안과 긍지와 함께 우리도 저런 모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위대한 스승을 보는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나름대로의 적응 방식을 개발해 대응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대처방식을 성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람은 몇 가지 성격 유형의 틀에 속해 살게 되며 각각 유형에서 건강하지 못한 수준에 머무르면서 살아가거나, 평균적인 수준에서 살거나, 건강한 단계의 삶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마주하는 환경에 대처하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단계의 삶은 생각과 감정이 구속, 고립돼 괴롭고 파괴적인 불건강한 상태이며, 건강한 단계는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고 지금-여기(hear and now)에 머무르며 순간순간 열정과 생명력이 넘치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100년 남짓 이 세상에 살 때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유전자에 새겨진 성격의 영향 안에서 노력하고 훈련하면 건강한 단계로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주변경관이 눈에 들어오듯이 성숙할수록 다른 성격의 장점을 내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숙할수록 내 고유의 성격 특징은 엷어지고 타인의 성격을 수용해 사람이 이룰 수 있는 높은 경지들이 조화를 이루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관대함·생명력·인내심·자기존중·진실성·내면의 평화·신뢰·자신감·현실감이 조화를 이룬다. 바로 이 조화의 경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 표정과 그분의 삶의 궤적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들은 환자를 대하며 치료와 상담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의 성격에 따라서 의사 자신의 대처방식이 달라져야 진정한 상담자로서의 역할 기능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이때 의사 자신의 성격이 환자와의 관계를 힘들게 하거나 소통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의사의 성격에 따라서 환자의 생각을 존중하기보다 무조건 지시하거나,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한 대화를 피하거나, 내가 반드시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고집에 사로잡히거나, 환자에게 과도하게 관대하거나, 과정보다 목적 달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감정적인 환상에 젖어 있거나, 분석과 계획 짜기에만 몰두해 있거나, 자신을 믿지 못해 선택을 하지 못하거나, 삶의 부정적인 면을 인생의 다양한 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하게 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날마다 진료를 하면서 나의 성격적인 특징이 환자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면 불편한 관계가 파악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를 관찰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실천해야함을 알 수 있다. 그래야만 환자와의 건강한 관계를 통해 전인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의 성격 특징과 환자의 성격이 짝을 이뤄 만남의 색을 만들게 된다. 서로 다른 만남의 색을 통해 이뤄지는 소통의 깊이는 상담자인 의사의 인간 성숙도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환자가 진료실에서 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내면의 향기를 갖고 싶다. 아마도 이 향기는 환자의 신체적 질병 치유는 물론 마음의 평화까지도 선물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순간마다 나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 힘써서 훈련하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막힘없는 넓고 깊은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보통사람으로서 좁고 얕은 모습이지만 훈련의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살아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을 가져보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부터 날마다 나를 알고, 남을 알고, 건강한 정신을 알고, 세상을 알고, 삶을 알아서 조화로운 자유의 얼굴을 가져보기를 소망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