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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만 잘하면 명의?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진료만 잘하면 명의? 교수는 논문으로 말해야"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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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서 활약하는 '귀성형' 대가 박철 고려의대 교수
정년 이후 이례적 진료 연장 "제대로 된 후학 양성 목표"

▲ 박철 고려의대 교수
"골프 좋아하는 사람은 팔순 가까이 돼서도 치지요? 재미있으니까. 이 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수술하면 힘들겠지만,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면 체력은 별 문제가 안돼요."

올해로 정년을 넘긴 박철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의 말이다.

박 교수는 30여년간 귀성형수술만 7000건 이상 집도한 국내 최고의 귀성형 명의로 손꼽힌다.

이러한 독보적 입지를 인정해 병원에서는 지난 2월 정년퇴임 이후에도 진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계약을 연장했다.

고대에서 정년퇴임이 지난 교수가 병원에 남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희귀 케이스. 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소이증 환우들이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박 교수에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간절한 메시지를 전한 탓이다.

앞으로 3년 6개월 가량까지 수술 예약이 꽉 찬 박 교수는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나를 따라다니는 환자들이 있다는 게 의사로서 행복하다"며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학술활동을 반드시 병행해 성과를 내야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받는 학생들이 방학기간이라 매일 같이 수술하고 있어요. 진료 짬짬이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논문을 씁니다.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진행이 더디긴 한데, 기본적으로 흥미를 갖고 쓰는 거라 재미 있어요. 평생 동안 해온 일 아닙니까."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릴 즈음부터 귀성형수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박 교수는 매년 한 두편의 SCI급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소이증 환자수 자체가 많지 않고, 수술법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 소식을 접하면 어디든 달려가 수술을 하던 게 지금은 환자들이 먼저 알고 전국에서 찾아온다.

박 교수는 올해 초 미국 성형외과학회지(Plastic Reconstructive surgery)에 국내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전문가 토론자로 지명돼 이곳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을 평가했다. 미국 성형외과학회지는 임팩트 팩터가 3.535 인 세계 최고 권위의 성형외과 학술지. 한 편의 논문 게재가 명예로 연결될 만큼 영향력이 큰 학술지에 전문 토론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도 장기 추적관찰 결과를 담은 서너 건의 큰 논문을 구상 중"이라며 "다음 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귀성형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키노트 강연을 맡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노교수의 남은 계획은 전국구가 된 고대병원의 '귀성형센터'를 계승·발전시키는 뛰어난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좀 더 효율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게 된 건 센터화의 영향이 큽니다. 일생 동안 이것만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껏 쌓은 독창적 술기를 전수해줄 후학은 키워놓고 나가야죠. 구체적인 시기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이 있어요. 환자들에게 애착을 갖고 열심히 해줄 후배에게 센터를 맡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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