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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강제 검사…복지부는 답 알고 있다"

"유례없는 강제 검사…복지부는 답 알고 있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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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검사 조작 몰려 과징금 처분 받은 병원들 잇단 승소
박복환 변호사 "아무런 의학적 근거 없는 고시 폐지해야"

'절반의 성공, 혹은 최소한의 성공.'

요실금 수술 전 실시하는 검사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몰려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병원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연이은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한 담당 변호사의 평이다.

2007년 관련 고시가 제정된 이래 유사 소송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나오기 시작한 건 올해 2월부터. 이후 법원은 이달 24일까지 연속 네 차례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며 복지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박복환 변호사(법무법인 샘)는 "결과는 기쁜 일이지만 소송 내용에 있어서는 아직도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많다"며 요실금 검사를 둘러싼 의료계와 복지부의 기나긴 공방과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병원이 최초 승소한 사건을 비롯해 10여건의 요실금 관련 소송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박복환 변호사는 "모든 요실금 환자에게 반드시 요류역학검사를 받게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잘못된 고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이은빈
요실금 수술의 보험적용 기준이 되는 요류역학 검사에 대해 소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요류역학 검사는 상황이나 방법, 기계의 성능에 따라 검사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오고 천차만별이다.

방광과 직장에 카테터 하나씩을 넣고 소변줄을 끼워 인위적으로 방광에 물을 채운 뒤 검사를 하게 되는데, 위치 이동을 잘해서 또 몇 차례 반복해야 한다.

환자들이 수치스러워 하는데다 너무나 복잡하고 불편해 의사들도 꺼려하는 이 검사를 정부는 급여 기준상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의 고통과 항의를 줄이기 위해 형식적인 검사만 하고 검사결과 기록지를 지침에 맞춰 조정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고, 이를 복지부에서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법정공방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복지부에서 급여기준으로 이 검사를 의무화한 배경이 있나.

요실금은 여성 2명 중 1명이 불편을 느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2000년 초 일명 'TVT' 또는 'TOT'라고 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이 도입돼 전 세계적으로 수술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도 수술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당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여성질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 S보험사가 타격을 입었다. 

비슷한 시기 이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막대한 재정을 지출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S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이고 집요한 입법로비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복지부 역시 요실금 수술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2007년부터 불필요한 검사를 강제하는 고시를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계는 요류역학 검사를 강제하는 의학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데.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경우 수술 전 요류역학검사를 시행한 그룹과 시행하지 않은 그룹 사이 수술결과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학문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009년 미국(Value Trial)과 유럽(VUSIS Study)에서 3년간 진행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요실금 수술 전 요류역학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그룹의 수술 성공율이 그렇지 않은 그룹 보다 약간 높게 나왔고, 유럽은 이 검사결과를 무시하고 증상에 따라 수술한 그룹의 평균 호전점수가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요실금 수술 전 요류역학 검사를 시행할 유익성도, 비용대비 효과도 전혀 없단 얘기다. 

법원은 요류역학검사를 강제한 고시 자체는 긍정하되, 검사결과지를 조작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달라진 부분은.

어느 게 검사결과지 원본인지 조작본인지 모르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에서 나아가, 고시 자체의 위헌성과 처분 사유의 부존재까지 승소판결을 이끌여내야 완벽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에서도 그 이전의 승소판결과 마찬가지로 처분사유가 일부 부존재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복지부가 수사기관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근거로 부실한 조사를 통해 처분을 통보한 점까지 지적해준 것은 이전보다 진일보했다고 본다.

이미 앞서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업무정지처분이 집행되거나 과징금을 징수당한 의사들 중 일부가 현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사건들에서도 이번 요실금 행정사건 결과가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추이와 소송을 진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혀달라.

이 소송을 끝까지 밀고 갈 건지, 복지부의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도입 배경부터가 잘못된 고시라는 것을 복지부도 잘 알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내린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를 강제하도록 한 이 사건 고시 및 개정고시가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이 사건 개정고시를 폐지하고 세계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요실금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종결짓는 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산부인과 의사들이 행정소송에서 4건 연속 승소를 했는데, 항소심에서도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다면 그때는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자발적으로 철회하는 등 전향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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