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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포식 증진으로 당뇨병 치료제 '새 길'

자가포식 증진으로 당뇨병 치료제 '새 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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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생쥐모델 이용 아밀로이드 축적 억제 자가포식 역할 규명
삼성서울병원 이명식 교수팀, 새로운 개념 당뇨치료제 개발 방향 제시

국내 연구진이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에서 관찰되는 아밀로이드 축적에 의한 2형 당뇨병의 발병을 억제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의 기능을 규명했다.

나아가 자가포식이 결핍된 췌장소도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당뇨병을 유발한 반면, 자가포식이 증진된 췌장소도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축적이 억제되고 혈당이 개선됨을 밝혀내 앞으로 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사람의 경우 당뇨병 질환을 갖고 있으면 아밀로이드가 축적되고 자가포식이 결핍돼 있는데, 자가포식을 증진시켜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고 당뇨병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찾아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

삼성서울병원 이명식 교수 연구팀(제1저자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김진영 연구원)과 강상욱 교수팀(울산의대)은 세포사멸과 관련된 자가포식이 세포기능 유지에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가포식의 이상이 여러 질환을 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2003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당뇨병과 유사한 아밀로이드를 축적하는 유전자 변형 생쥐(hIAPP 생쥐)를 사용해 유전자 조작으로 췌장소도에 자가포식이 결핍되게 했으며, 이 생쥐의 혈당과 인슐린 분비 등을 측정해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는 지 알아봤다. 또 이 생쥐에서의 췌장소도세포의 기능과 사멸여부와 함께 hIAPP 중합체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지를 관찰했다.

이와 함께 자가포식 증진 효과가 있는 'trehalose'를 투여해 hIAPP 생쥐에서 아밀로이드 축적이 감소(억제)하는지, 그리고 당뇨병이 호전되는지를 조사했다.

<그림> 생쥐에서의 자가포식 증진에 의한 당뇨 개선 효과
(왼쪽) 자가포식 증진하는 Trehalose에 의한 혈당개선 효과
매주 혈당을 측정한 결과, 비만을 유발하는 고지방사료(HFD; High fat diet)를 먹은 hIAPP 발현 생쥐(hIAPP+)에 자가포식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trehalose를 주3회 주사한 생쥐(검정색 원 그래프, hIAPP+/HFD + Trehalose)에서 대조군에 비해 혈당이 개선되는 것이 관찰됐다.

(가운데) hIAPP oligomer 축적
Aβ 및 hIAPP oligomer 특이 항체(A11)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법을 실시한 결과 동일한 타입의 생쥐(오른쪽 아래 패널, hIAPP+/HFD + Trehalose)에서 hIAPP oligomer(연두색)가 감소한 것이 관찰됐다.

(오른쪽) 아밀로이드 축적
FSB를 이용한 화학형광염색시 동일한 타입의 생쥐(오른쪽 아래 패널, hIAPP+/HFD + Trehalose)에서 아밀로이드(파란색) 축적이 감소한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90% 이상 당뇨병 환자의 췌장세포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 보이는 것과 흡사한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있으며, 이는 당뇨병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의 축적 과정이나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연구팀은 변성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이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억제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에 착안했고, 사람과 같은 형태의 아밀로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유전자 조작 생쥐에서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자가포식으로 제거하지 못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인슐린 분비가 줄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

이명석 교수는 "실제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않는 생쥐는 정상생쥐에 비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게 나타났다"며 "아밀로이드와 hIAPP 중합체가 자가포식으로 제거되지 못해 세포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생쥐에 자가포식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물질(trehalose)을 투여하자 아밀로이드 축적이 줄어들면서 당뇨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명석 교수는 "이번 자가포식 조절제가 당뇨병 치료제로의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밀로이드 축적이 관찰되는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신경질환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실용화까지는 최소 5~10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는 자가포식 증진제·조절제 개발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변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연구실(Global Research Lab)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고, 연구결과는 기초·임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 7월 18일자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 아밀로이드 : 세포 조직 내에 축적되는 불용성 단백질 덩어리로, 뇌 조직 내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 아밀로이드성 질환임.

* 2형 당뇨병 : 보통 성인에서 보는 당뇨병으로 소아나 청소년에서 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1형 당뇨병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대사질환이며 경구 당뇨병약으로 치료한다. 2형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에서 췌장소도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있다.

* 자가포식 : 세포 내 손상된 분자나 세포소기관 등을 제거하는 정화작용으로 노화, 퇴행성 신경질환, 대사질환, 감염·면역질환 등과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음.

* hIAPP(human Islet amyloid polypeptide) : 인간 췌장소도에서 분비하는 아밀로이드 중합체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아미노산 37개의 펩타이드 호르몬. 생쥐의 IAPP와 달리 hIAPP중합체 및 아밀로이드를 형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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