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류마티스 생물학적 치료제 급여확대했다지만"
"류마티스 생물학적 치료제 급여확대했다지만"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23 06:22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한림의대 교수)

김현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겸 한림의대 교수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생물학적 제제(TNF-a 길항제) 급여확대를 위해 류마티스 질환 활성도를 평가하는 세계적인 기준 'DAS28'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 결과 올 1월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반영됐다. 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김현아 한림의대 교수를 만나 DAS28 도입의 의미와 도입까지의 과정, 남은 과제 등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류마티스 분야의 전문가로 의료계에서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겨왔다. 2000년에 처음 제정된 분쉬의학상 젊은연구자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골관절염학회 세션에서 좌장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류마티스 질환치료에서 생물학적 제제 출현의 의미는?

류마티스 질환치료는 생물학적 제제의 출현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 그만큼 생물학적 제제 출현은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비싼 약값 탓에 한국의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올 1월 우리 정부도 세계적인 평가기준을 도입해 급여범위를 확대했다.

생물학적 제제 TNF-a 길항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존 치료약들은 표적이 불분명했다. 대부분 류마티스 질환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항암제로 개발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결과였다. 그러다보니 약이 문제가 있는 조직 뿐 아니라 정상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심하게 말하면 이게 약인지 독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신호전달 특정타깃만을 노려 블로킹하기 위해 작심하고 만든 약이다.

생물학적 제제 가운데 애브비가 출시한 휴미라가 있다

휴미라는 1회 주사량을 프리필드형으로 만들어 한 달에 2번 정도 자가주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한달에 접종 횟수가 많다는 다른 생물학적 제제들보다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점이 장점이다.

올 1월 한국도 류마티스 활성도 평가기준인 'DAS28'을 건강보험 급여기준으로 정하면서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분야에서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된지는 15년 정도됐다. 차기 노벨 생리의학상은 TNF-a 길항제를 만든 의학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로 주목받는 약제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생산원가가 비싼 약이다. 그러다보니 급여범위가 의학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은 2004년 관련 급여기준이 마련됐는데 올 1월 전까지는 투여받아야 마땅한 환자들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기존 약제로 효과가 없거나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하고 적혈구침강속도(ESR) 또는 C-반응 단백 농도(CRP) 수치가 일정 정도 나와야 사용할 수 있다. 아침에 관절강직이 45분 이상돼야 하고 하나의 관절 내에 종창 또는 압통이 관찰되는 관절 수가 20개 이상되는 조건도 만족해야 하는데 이런 기준으로는 약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생물학적 제제 사용률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낮았다. 3개월 이상 항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했지만, 질병이 조절되지 않는 활동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과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생물학적 제제 보험급여 기준을 비교해 2012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642명의 환자를 각 국의 생물학적 제제 급여기준을 적용해 보니 미국은 88명, 영국은 17명, 일본은 21명이었다. 한국은 기관에 따라 한 명도 없거나 최대 4명 정도였다.

올 1월부터 이런 기준들이 변경됐다.

이제 의사의 관절 진찰, 환자 본인의 전반적 상태에 대한 종합적 평가, 혈액 검사 등을 바탕으로 한 주요 통합 질병 활성도 측청방법인 DAS28에 따라 급여를 할 수 있다.

의사의 관절 진찰은 의사가 환자 신체의 28개 관절을 검사하여 압통관절수(TJC)와 종창관절수(SJC)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종합적 상태평가는 환자가 신체 상태에 대해 0~100mm 척도(VAS)를 매겨 평가한다. '0'은 최고의 상태이고 '100'은 최악의 상태를 나타낸다. 혈액검사는 의사가 환자의 적혈구침강속도(ESR) 또는 C-반응 단백 농도(CRP)치를 근거로 염증정도를 측정한다.

많은 환자들이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아야 했지만 염증수치가 정상범위라 처방받지 못하는 경우 등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면?

지금 기준에 만족한다. DAS28 기준으로 '5.1'을 초과하면 생물학적 제제 처방이 가능하다. '3.1'~'5.1'에 속해 있지만 정도가 심한 환자들도 방사선 소견으로 진행패턴이 확인되면 역시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다른 관절은 괜찮은데 무릎 아래 관절에서 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 대략 전체 환자의 10% 미만인데 추가인정의 길을 열어달라고 학회에서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학회는 이런 환자들의 경우 보편적인 심사기준이 아닌 개별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급여기준 개선을 이끌어내기까지 김 교수님을 포함한 류마티스학회 노력이 컸다고 들었다.

DAS28 방식을 알게 된 것은 2008년 관련 연구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당시 DAS28을 접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확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어떤 기준으로 활성도를 측정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2010년부터 한림대의료원에서는 DAS28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었는데 DAS28의 특성상 환자들의 관절을 일일이 만져봐야 해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류마티스 분야는 의사 입장에서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부분이 많은 대표적인 전문과목이다. 경영측면에서 보자면 들이는 투입대비 산출이 약한 전문과다. 이런 현실이 개선됐으면 한다.

류마티스 질환을 전공으로 삼은 이유가 있다면?

처음에는 암관련 분야를 전공했다. 그런데 암환자들을 돌보는 게 쉽지 않았다.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암환자들에게 힘든 항암치료 등을 권유해야 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분야를 류마티스로 돌렸다.

여자환자들이 많아 대화하기가 편할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입원과 비상상황이 없는 만성질환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경영측면에서 보면 병원 안에서 존재감이 없어 아쉽다. 얼마전 과별 경영성과 지표를 본 적이 있는데 류마티스내과가 낮은 등급에 들어가 있더라.

후배들에게 류마티스를 전공하라고 권유하지를 못하겠다. 이런저런 부담은 많지만 경영을 잣대로 낮은 평가를 받는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경영측면만을 고려해 교수나 전문과를 평가하는 현 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유럽의 대학들이 어떻게 고전적인 시스템을 유지했고 그런 것들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