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도, 인류애도 인생처럼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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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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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

경희의대 동문들을 주축으로 1993년 3월 발족, 올해로 창립 20년이 넘은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는 개발도상국의 의료 낙후지역 주민에 대한 의료봉사를 진행하는 단체로 회원들의 자발적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1995년 외무부의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 경희-국제 의료협력회로 거듭났으며, 1995년 7월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NGO로 등록해 활동을 지속해 왔다.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박종학 원장을 만나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학 원장(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20년 전만 해도 적십자사에서 의료봉사 파견의사제를 시행하고 있었거든요. 경희대 비뇨기과에 김선욱이라고 레지던트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해외 봉사를 해보겠다고 네팔에 파견의사 신청을 했죠. 가서 직접 부딪혀보니, 의료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겠어요. 병원 세우겠다고 뜻있는 동문들을 모았던 거죠."

동문 10명이 100만 원씩을 걷었다. 그 시절 네팔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네팔에 병원을 세우고, 매년 방문해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X-Ray 기계와 엠불런스를 기증하기 위해 1993년, 1996년에 자선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현지 의사를 고용하고, 직원들까지 챙겼어요. 작게 시작했는데, 점점 규모가 커지더라고요. 10년 후엔 케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경희네팔 친선병원을 시에 기증했습니다. 한국네팔친선병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80병상 규모의 꽤나 크고 권위있는 종합병원이 됐죠."

한국인이 세운 작은 병원이 시립병원이 되어 교육과 진료가 병행되는 병원으로 성장한 것은 한국의 의료 역사와 비슷하다. 네팔에 작은 병원을 세우고 시립병원으로까지 키운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드물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에서 매년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키르기스스탄뿐 아니라 필리핀 등 병원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100명 넘는 회원들이 가입해 있고, 주로 이사진들이 활동의 주축이 됩니다. 진료단 학생들도 물론 매해 의료봉사 활동에 함께하고요. 학생들과 함께하기 위해 1월 방학 기간을 주로 활용하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 됩니다."

▲ 경희-네팔 친선병원은 현재 8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됐다.

지속적으로 거점을 두고 돕는 것이 참 봉사

낮은 곳을 돌보는 것이 의료인의 사명이라면, 왜 하필 네팔이었던 걸까.

"50, 60년 전까지 원조를 받았던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래서 아시아의 가장 형편이 어려운 곳을 돕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죠. 네팔은 GNP 300달러도 안 되는 나라입니다.

10년이 지나도, 갈 때마다 변화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곤 하죠. 해외의 원조나 관광 수입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고, 산악지대이다보니 의료혜택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박종학 원장이 초창기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감기 환자에게 처방한 타이레놀 9알이, 1년동안 12명 가족의 만병통치약이 되었더군요. 어른들은 반알, 아이들은 1/4알씩만 먹어도 소위 약발이 너무 잘 받으니까, 나누어 먹으면서 다음해 우리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그래서 선심 쓰듯, 하루치 더해서 12알 처방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네요."

박종학 원장은 네팔인에게 타이레놀을 건네며, 마이신이 만병통치약이라 믿었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네팔의 모든 것은 우리나라와 달랐다. 신체언어도 반대여서, 고개를 돌리는 것이 yes를 의미하는 것임을 모르고 당황했던 일부터, 어깨가 골절된 상태로 30여 년을 살아온 할머니를 보고 어쩔 줄 몰라했던 일까지….

봉사를 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잠시 봉사하고 약을 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거점을 두고 봉사해야 진짜 도움이고 좋은 후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도 위기는 있었다. IMF가 터지고, 환율이 급격히 올라 십시일반으로 운영비를 보내주던 일이 큰 부담이 된 것이다. 정리를 해보겠다고 고심하던 중 네팔 8차 방문이 이뤄졌는데, 먼 곳에서까지 진료를 보겠다고 찾아준 환자만도 하루 200~300명에 달했다. 차마 중단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초심을 다지고, 어떤 일이 생겨도 진료를 지속하겠노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 고아원에서의 진료

원조를 받던 경험이, 다시 베푸는 자부심으로

박종학 원장은 이사진 중 하나로, 이사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올해 회장이 되었다고 했다. 이사진은 다들 환갑이 넘었는데, 앞으로는 학생들이 더욱 주도해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바람도 전했다.

무엇보다도 20년 넘게 지속해온 이 일에는, 오랜 기간 총무직을 맡아 이끌어오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KOICA와 연결해 회계보고를 진행하며 고생해준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송지영 교수의 공이 크다고 밝혔다.

"우리가 모은 우리 돈 쓰면서도 KOICA 소속이다 보니, 사업 보고다 예산 보고다 뭐다 해서 할 일이 많아요. 지금은 송지영 교수가 후배한테 넘겨주었지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정말 고마운 친구죠."

박종학 원장의 표정에서 20년 넘게 봉사해 온 자부심이 읽혔다.

"앞으로도 우리는 열악한 환경의 의료 사각지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계속해서 도울 겁니다.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이 일이 후배들에게까지 오롯이 이어져서 큰 꿈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 원장은 외국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세대다. 보급품으로 나눠주던 탈지분유를 얻어먹고 좋아하던 경험이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다시금 도움을 되돌려줄 수 있게된 것을 축복이라 생각한다. 한류의 힘을 느끼고, <대장금>과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며 한국 유학을 꿈꾸는 이들을 보며 아이러니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탤런트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 아시죠? 탤런트 김혜자 씨도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NGO단체들이 뒷부분에 가나다순으로 나오다보니,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가 가장 맨 위에 랭크되어 있어 뿌듯합니다.

허허. 의사들은 의술이라는 좋은 달란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위선양도 할 수 있고,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죠. 베푸는 좋은 경험을 다른 많은 의사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가감없는 이야기를 들려준 박종학 원장이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의 내일을 이야기했다. 사이클론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것.

"큰 사고가 나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는데요. 팀 단위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이 꽤 많아요. 좀 부럽기도 하고, 규모를 갖춘 응급진료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에서 의료낙후 지역 환자를 돌보며 건강한 생활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을 지속해온 (사)경희-국제 의료협력회는 인종을 초월하여 인술을 펼침으로써, 인류애를 실천하고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오고 있다.

경희인의 아니 한국인의 고집과 뚝심으로 펼쳐온 이 일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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