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연 경희의대 교수, 급여화 필요성 강조…복강경 대비 손쉬운 습득 강점
로봇수술은 비싸다.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복강경 보다 1.5배 더 들고,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배가량이 껑충 뛴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로 수년간 논란의 화살이 된 로봇수술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단계적 급여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임상 현장에서 로봇수술 급여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길연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수술하고 싶은 게 의사의 마음"이라며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봇수술이 널리 보급되지 않는 이유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죠. 이대로 내버려두면 불균형만 강화하는 시스템이 될 겁니다."
이 교수는 어려운 케이스일수록 로봇수술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가령 골반이 좁고 뚱뚱한 남성의 직장하부를 수술할 때는 로봇을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까닭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만 로봇수술을 권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환자가 돈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복강경으로도 똑같이 할 수 있으니 걱정마시라"며 말없이 손을 잡아준다고.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복강경 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복강경은 수술법이 어려워 익히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로봇수술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 러닝커브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실습 온 의대생들에게 잠깐 가르쳐주면 다들 재밌어하면서 복강경 대신 로봇을 택합니다. 그만큼 쉬워요. 러닝커브가 짧으면 짧을수록, 술기를 배우기가 쉬울수록 환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죠. 그 사이 생길 수 있는 의료과오 가능성이 낮아지니까요."
경희의료원은 현재 신축 추진 중인 암병원에 신형 다빈치 수술로봇을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기기의 수술과정상 난점을 보완한 신형을 두고 이 교수는 "비싸다는 단점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길연 교수는 "전립선암과 직장암의 경우 다른 수술법 대비 유용성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며 "한 번에 모든 것을 해달라고 욕심부리는 게 아니다.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 부분적으로라도 급여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