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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적용 수련병원 "44억을 무슨 수로…"
근로기준법 적용 수련병원 "44억을 무슨 수로…"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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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섭 세브란스 교육수련부장, 수련환경 개선 시나리오 공개
주당 80시간 적용 시 수련기간 5개월 감소…질 저하 우려도

▲ 4일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대한사립대병원협회 주관으로 열린 미래의료정책포럼.
인턴과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수당을 줄 경우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서만 44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직비를 둘러싼 인턴과 수련병원의 줄다리기는 현재진행형. 앞서 10개월간 근무한 인턴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근로적 성격을 인정해 휴일·시간외 수당 등 밀린 임금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내달 13일로 선고 예정된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날 경우 유사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된 수련규칙 개정의 파급효과와 더불어 병원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진섭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은 4일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주관으로 서울 63빌딩 주니퍼룸에서 열린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최 부장은 "올해 병원신임평가에서 수련규칙 이행 여부 점검 결과가 내년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각종 회의를 거쳐 6월부터 표준 시행지침과 수련시간 계측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며 전산 프로그램으로 도출한 수련환경 개선 예측 결과를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44억+대체인력 23억 추가부담 예상

최 부장에 따르면 주당 80시간 근무를 적용할 때 내과계 전공의의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15시간, 외과계 전공의 12.1시간, 기타 전공의는 13.8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월 평균 당직일수는 내과계 6.1일, 외과계 4.4일, 기타 전공 4.5일이 줄어 전체 수련시간은 주당 약 13시간, 당직일수는 매달 4.9일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총 수련기간은 약 5개월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로 소요되는 비용이다.

병원은 지난달부터 개정된 수련규칙을 적용해 당직수당을 소폭 인상했지만, 관련 판례에 따라 임금 계산에 근로기준법을 일괄 적용하게 되면 연간 44억8500만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공의 근로시간 제한으로 필요한 대체인력 소요금액은 23억7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부장은 "우수하게 수련된 전공의는 훌륭한 사회자산이므로 그 육성에 대한 공공적 성격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저수가 의료정책이나 전공의 수련구조에 대한 전반적 제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수련규칙 개정에 따른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정책' 세션에 참석한 토론자들.  

복지부 "대체인력 지원방안 연말까지 확정짓겠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대체인력 수요에 따른 비용과 관련해서는 올해 안으로 지원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임을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포럼에 와서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보니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대체인력 고용 문제와 관련해 "병원협회와 운영 중인 별도 TF를 통해 연말까지 지원 범위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에서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가 개업하는데 왜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되냐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부터 확산돼야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이 되지 않으면 돌고 돌아 수련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부도 같이 노력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당직수당을 다룬 발제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의 만족도가 최우선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장 회장은 "전공의들이 바라는 건 근로기준법을 일일이 적용해 수당을 받고 이런 게 아니다"며 "현실에서 좀 더 나은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교수 출신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총평에서 수련과정 특성상 잡무와 교육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공의 신분은 근로자 보다 피교육자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의원은 "전공의 근로시간이 너무 비인간적으로 긴 건 줄여야 하겠지만, 법을 통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결론을 얻기 어려울 것 같다"며 "법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공의가 근로자인지, 피교육자인지에 대해서는 피교육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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