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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06:00 (금)
소액사기사건

소액사기사건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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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건강검진을 해 줄 수 있냐"며 의사에게 접근, 안심시킨 후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빌려 종적을 감추는 소액 사기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개원가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고향 가는 길이 분주했던 지난 추석 연휴. 본가가 서울인 K원장은 환자 진료를 위해 병원 문을 열었다. 환자의 발길이 뜸해질 오후 무렵 한 남자가 진료실 문을 밀었다.

모 프로 스포츠 구단을 이끄는 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자가 밝힌 이름은 김영철. 김 단장은 K원장에게 "선수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체육회에 보고해야 한다. 시일이 급한데 검사를 해 줄 수 있냐"고 접근했다.

김 단장은 자신이 경복고를 졸업했으며, K원장과 같은 건물 윗층에 개원하고 있는 방사선과 검진센터 S원장과도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S원장의 형님 얘기까지 꺼내며 친분이 있는 사이임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K원장은 "S원장이 경복고 출신이며, 형님 얘기도 익히 전해들었던 터라 김 단장이라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서울대병원에도 경복고 출신 동기가 있는데 막역한 사이"라는 김 단장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공교롭게도 K원장의 남편이 서울대병원 스탭으로 근무하고 있던 터였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K원장은 남편 명함까지 한 장 건넸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단장은 "경미한 접촉사고가 났는데 7만원만 빌려달라. 공휴일이라 은행 문이 닫혀 난감하다"며 손을 내밀었다.
명함이 다 떨어졌다며 전화번호를 적어준 김 단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계약서를 쓰러 오겠다"고 말한 뒤 K원장이 건넨 현금 7만원을 받아든 채 진료실 문을 나섰다.

물론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이 넘도록 김 단장은 오지 않았다. 적어준 번호에서는 없는 국번이라는 메시지만 흘러 나왔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소액 사기 사건이 최근 경기도 분당의 모 내과와 동대문구 신설동의 모 외과의원 등 세 군데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범은 소액의 피해금액은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요일 오후 개원가를 노리는 소액 사기사건이 정부에 치이고, 제도에 목졸린 개원의들의 가을을 더욱 스산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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