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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에 눈을 돌리는 병원들...왜?
'환자경험'에 눈을 돌리는 병원들...왜?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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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연세·명지병원 등 '환자경험과 서비스디자인 열풍' 확산
'양'·'질'로 승부하는 시대 지났다…이젠 '격'있는 서비스가 대세

'환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병원 혁신'이라는 세계 의료계의 트렌드가 한국에서도 새로운 병원경영전략으로 떠오르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병원은 환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를 만족시키면 된다는 의료기관 중심의 사고를 했는데, 이제는 병원이 제공한 서비스를 환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험하고, 그것이 경험으로 축적됐을 때 진정한 병원 혁신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다시 말해 의료서비스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

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양'에서 '질'로 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환자에게만 서비스의 목표가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이라는 트렌드는 의료서비스 대상, 의료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 가족 모두에게 서비스가 만족스러워야 하고, 진료영역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의료서비스는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결정'을 해야 하는 모든 순간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이와 관련 김진영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은 "지금은 친절함은 당연하고, 여기에 공간의 쾌적함까지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개념이 바뀌었다"며 "이같은 변화에 잘 대응해 나가는 병원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중심'·'환자경험' 서비스 디자인 열풍이 거세다
국내에서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일부 환자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환자중심·환자경험의 서비스 디자인 열풍은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환자경험'과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병원을 혁신시켜야 한다는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바로 명지병원에서 개최한 'HiPex2014컨퍼런스'로, 이번 행사는 지난 2010년부터 메이오클리닉과 클리블랜드클리닉에서 개최해 전 세계 의료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던 '환자경험과 병원혁신' 컨퍼런스를 그대로 옮겨왔다.

이번 HiPex2014에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13명과 9명씩이 참가한 것을 비롯,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부터 부산·대구·울산·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대거 참가하면서 '환자경험'이 무엇인지 배워갔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병원에서 '환자중심'·'환자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병원의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주체들이어서 조만간 각 병원마다 '환자경험'의 서비스 열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료원, 창의센터 중심 '환자경험' 관심
'환자경헝'과 관련 가장 눈에 띄는 병원은 바로 연세의료원이다.

'환자경험'이라는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개념이 탄생하는 시점에서 연세의료원은 '창의센터'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창의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실내 공기까지 관리를 하고 있다. 환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냄새·환기·온도 등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 쾌적성을 높였다. 이는 '환자경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진영 창의센터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직적 기능이 평준화되면서 생산자들은 진정성 있는 체험이나 경험을 차별화의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험이라는 개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 경험, 사용자 경험, 사운드 경험, 공간 경험 등 유사한 개념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의료분야에서는 환자경험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환자의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짧게 요약하면서 "경험 시대의 도래라는 것은 질의 시대가 끝나고, 격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마다 환자경험을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환자와 가족을 배려한다면 면에서는 맥을 같이한다"며 "진심어린 배려로 환자들에게 다가간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병원경영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세의료원은 최근 연세암병원을 개원하면서 '3저 3고' 병원을 지향했다. '통증'·'대기시간'·'불안'은 낮추고, '전문가 확보'·'정확한 설명'·'새로운 환자경험'은 더욱 높이기로 한 것.

이는 종전의 암병원이 암 환자의 불안등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암 치료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인격체로서 환자가 소홀한 취급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환자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겠다는 의도가 보여진다.

이밖에 입원을 하지 않고 항암 치료를 받는 외래 항암약물치료센터를 확충, 어른(90병상)과 어린이(10병상) 구역을 구분해 운영한다. 또 2~3시간 동안만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해 리클라이너로 구성된 단기항암제 주사실도 별도로 마련했다.

▲서울아산병원, 인간 존엄성 기반으로 한 서비스 실현 앞장
서울아산병원도 '이노베이션센터'라는 특별한 조직을 만들었다.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는 2013년 1월 문을 열었는데, 센터의 미션은 '병원의 모든 서비스를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한 고객중심 서비스로 바꾸는 것'이다.

김재학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소장은 "병원이 과거에는 분석적인 사고에 의존했는데, 현재는 디자인적 사고를 접목해 우뇌와 좌뇌를 활용하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병원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두되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이 말하는 디자인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시장은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각종 정책의 변화 및 고객 기대 수준 향상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의료 자체(진단 및 질병치료)는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통해 엄청난 발전을 이뤘음에도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는 점진적 개선 위주였고, 아직까지 공급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국내 병원들이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감(Empathy)이 형성됐을 때 공감을 바탕으로 한 환자중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환자'를 중심에 둔 의료기관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2주기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1주기와 다르게 평가인증을 '환자안전'에 두는 등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등 의료의 본질에 초점을 둔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조민우 교수(AGS 담당)는 "수술부위가 바뀐다거나, 약이바뀐다거나, 환자가 바뀌는 등 많은 병원이 환자안전 사고에 노출돼 있는데, 환자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환자공감센터 통해 병원혁신 이뤄낼 것
명지병원이 주최한 HiPex 2014 행사에서는 '환자경험'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공간 및 서비스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명지병원의 환자공감 및 서비스디자인의 사례가 소개돼 참가자들과 공감의 자리가 됐다.

특히,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이 소개한 예술치유 사례 발표시간에는 소아재활 환아들과 유방암 환우들이 직접 출연해 시연을 보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공급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고객만족'과 '질 향상'을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불안·고통에 집중하는 '환자의 경험'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혁신'"이라며, "이를 토대로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IT와 디자인 등 분야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내는 '서비스 디자인'이 바로 병원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병원들…'환자경험'에 주목하다
지금까지 병원은 의료진의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면 된다는 사고에 그쳤는데, 이제는 이같은 수준을 넘어 환자들이 병원에 머무르면서 경험한 모든 서비스 내용들이 병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상황이 됐다.

최근 국내 대형병원들은 병원 서비스의 새로운 디자인을 이제는 병원이 주과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환자들이 직접 체험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점차적으로 '환자경험'을 고민하는 부서들이 생기고 있고, 고객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학 소장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의 '창의센터'와 명지대병원의 '환자공감센터'를 중심으로 붐이 일고 있으며, 최근에는 강북삼성병원의 서비스디자인 도입, 삼성서울병원의 해피이노베이션 스마트 응급실, 분당서울대병원의 IT 기반 이노베이션 등이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메이요클리닉, 클리브랜드클리닉, 카이저퍼머넨테와 같은 유명한 병원들의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앞으로 국내에서는 더 많은 병원들의 '환자경험' 개념으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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