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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남은 과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남은 과제는?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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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의사-환자간 전격 시행, 내부 갈등 '넘어야 할 산'
전회원 설문조사 결과 변수...의협 "회원 의견 따를 것"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내달 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키로 발표하면서, 원격의료를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30일 의협은 오는 6월부터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범위 및 시범사업의 방법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결정키로 함으로써 시범사업의 주체가 의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환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것이 최우선 가치이며, 검증 결과를 입법과정에 반영키로 했다. 최재욱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자의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격의료는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협이 의정협의에서 시범사업 실시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시범사업의 추진 목적이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것이라는 의협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6개월로 제한된 시범사업 기간으로 인해 '졸속추진'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기간 연장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해소시켰다. 의정합의대로 1월 말 시범사업 완료를 목표로 하되 지역 선정, 참여 의료기관 선정, 환자 모집 등 진행 경과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6개월은 의정합의 사항이지만 사업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데 정부와 공감대를 이뤘다"며 "시범사업의 여러 분야 중 6개월 동안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는 1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결과가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의료계와 정부가 동수로 참여하는 중립적 평가단을 구성·운영키로 함으로써 불식시켰다.

그동안 제기돼 온 문제점을 일정 부분 보완한 내용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됐으나, 시범사업 자체를 원천 반대하는 의료계 내부의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원격의료 졸속 추진 반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전국 의사 반모임 및 대회원 설문조사를 거쳐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협 집행부와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합의는 무효이며, 시범사업 6월초 실시 계획도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집행부는 원격진료를 반대한다면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원격진료를 막을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면서 "졸속 시범사업에 서둘러 합의를 해준 숨은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협상과 투쟁에 대한 전권을 부여 받은 비대위를 배제한 채 회원들이 모르는 사이에 보건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한 후 일방적으로 시범사업 계획을 통보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환자와 국민 건강을 경시하며 대한민국 의사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졸속 시범사업에 동의한 임시 집행부는 이를 철회하고 민의를 다시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이미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공식 선언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 전문과목 의사회도 시범사업 반대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김용범 대한내과의사회 부회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당연히 반대다"고 잘라 말했다.

김 부회장은 "사실상 원격진료를 주로 하는 시범사업에 의사라면 찬성할 사람 없을 것이며, 내과와 가정의학과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범사업 자체를 할 수 없다. 관련 학회와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강력히 반대해 시범사업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전에는 재진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주기별로 대면진료를 의무화하도록 돼 있었는데, 이번 합의 내용을 보니 도서벽지 지역에서는 초진도 허용하는 것으로 돼 있더라. 이렇게 되면 도서벽지 환자들이 대면진료를 받으러 오겠는가. 그리고 도심지역에서는 성분명처방이나 보호자대리처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개연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대화와 설득으로 반대 여론을 움직여보겠다는 의지다. 최재욱 상근부회장은 "우려와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논의를 거쳐 합의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가 추진하는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24일 제 3차 회의를 열어 6월 첫째 주 3·4·5일 중 각 시·군·구의사회 및 각 병원별로 반모임을 실시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제 2차 의정합의안에 대한 회원들의 정확한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리서치 기관에 의뢰해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회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전체 회원들에게 적법하고 객관적으로 물어본 결과 시범사업 추진에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오면 회원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저녁 긴급 화상회의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비대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회장 불신임과 보궐선거, 수가 협상 등 의협 내부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이렇게 서둘러 민감 사안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회장의 회장직 복귀 여부도 관건이다. 노 전 회장이 제기한 회장 불신임 임총 결의 무효 가처분선청은 현재 법원의 두 차례 심리를 거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주 월요일(6월 2일) 결과가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회장의 의협 복귀 여부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비대위-집행부 사이의 관계 정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돼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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