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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는 평가, 의대생=실패자로 만들었다"

"줄세우는 평가, 의대생=실패자로 만들었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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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택 연세의대 교수, 30일 의학교육학회서 절대평가 도입 배경 강조

▲ 30일 한국의학교육학회·KAMC·대한의학회 주최로 열린 제30차 의학교육학술대회.
"암기를 잘해 더 높은 등수를 받으면 그 학생이 정말 유능하고 좋은 의사가 됩니까? 그렇지 않죠. 문제는 '경쟁이 경쟁력을 낮추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올해부터 학생 학습평가 시스템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연세의대가 기존 시스템이 낳은 국내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평가제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우택 연세의대 교수는 30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제30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절대평가 도입 후 이제 첫 분기 교육만이 이뤄진 상황이라 객관적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어떤 문제의식 하에 시도한 일인지를 설명해드리고자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상대평가의 가장 중요한 가정은 경쟁이 발전을 이룬다는 거다. 유감스럽게도 의학교육은 전통적으로 엄청난 의학지식에 대한 이해와 암기를 목표로 해왔다"며 "무한 암기 경쟁으로 학생들은 더 중요한 학습, 더 의미 있는 경쟁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환자와 주변사회 환경에 대한 통합적 이해, 아직 의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호기심, 예비의사로서 내적 성찰 능력 등 더 중요한 목표가 등한시되고 오히려 이런 관심을 완전히 배제한 학생들만이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모순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을 받아들인 후 120명의 학생들을 1등부터 120등으로 나누는 체제로 절대 다수의 학생을 스스로 실패자라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대주의 평가로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고 절망하는 학생들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할 의사, 의학자, 의료산업자들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학생들로 하여금 동급생들을 함께 일할 동료가 아닌 방해자요 경쟁자로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세의대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프로젝트 명칭은 "모든 학생 A급 만들기"로 정해졌다. 

전 교수는 "누군가에게 B, C, D, F를 줌으로써 만들어지는 A가 아니라, 모두를 A로 만드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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