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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월급 국가서 주자는 중국, 한국은…"

"전공의 월급 국가서 주자는 중국, 한국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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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평가원, 교육부 공식 의학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 지정
안덕선 의평원장 "숙원사업 이뤘다고요? 관치 투쟁은 계속됩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의학교육 평가·인증기관이 됐다. 2008년 교육부 인정기관 제도가 도입된 이래 6년여만에 이룬 쾌거다. 이로써 1998년 전문학계 최초로 실시해온 의학교육 인증제도는 공신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인증을 받은 의대 졸업생에 한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5조에도 한층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오랜 숙원사업을 이룬 소감을 듣기 위해 고대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안덕선 의평원장의 표정은 생각만큼 밝지 않았다. 담담하리만치 헛헛한 웃음에서 그간의 절절한 고충이 읽혔다. 그는 인증기관 지정을 받기 위해 밟은 과정을 "숙원사업이 아닌 투쟁사업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정부 주도의 교육인증 과정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학교육 평가·인정기관으로 지정받은 것을 축하한다. 떠오르는 소감은.

▲ 안덕선 의학교육평가원장. ⓒ의협신문 김선경
쭉 해오던 일을 하는 거라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인정기관을 신청해 지정받기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렸다. 한마디로 숙원사업이 아니라 투쟁사업 수준이었다. 심사라고 하면 이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이 와서 해야 하는데 의학교육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부 때문에 애를 먹었다.

내가 본교(고려대학교)에 가서 교육위원회 회의에 들어가면 회의 아젠다 10개 중 8~9개는 의대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학점포기나 다중전공 같은 제도를 의대에 적용할 수 있는가? 의대는 교수 대상 업적평가를 할 때도 제1저자냐 교신저자냐 구분 짓는 개념이 다른 단과대학과는 다르다. 의사들이 환자 개별성을 무시했다간 혼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별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존중이 절실하다.

교육부와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의대 교육이 통상 대학교육과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이 가장 힘들었다. 교육부에서는 강의실하면 칠판에 백묵, 교수당 학생 몇 명 이런 정형화된 틀을 갖고 있다. 너네(의대)는 왜 각 학년마다 강의실이 있어야 되냐, 왜 이렇게 교수가 많아야 되냐…. 최소기준으로 기초의학 교수 25명, 임상교수 80여명을 제시했더니 너무 많다고 일일이 근거를 대라는 거다. 전문가 단체의 견해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의대 자체가 준종합대학이나 마찬가지인데, 교육부에서는 의학과라고 하면 한 과라고 치부해버린다. 수업시간에 대한 이해도도 없다. 성과바탕 학습을 하라고 압박하는데 의대는 원래 낙제되면 학년 자체를 못 올라가지 않나. 계속 거르는 작업이 있어서 성과야말로 극대화돼 있는데, 솔직히 '당신들이야말로 성과바탕 학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랄까(웃음).

이번 지정으로 얻게 되는 효과는. 의평원의 권한이 강화돼 부실의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앞으로 5년 동안 의학교육 평가·인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왜 하필 5년일까? 세계의학교육연맹에서도 10년으로 기간을 정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5년인 건 불필요한 규제다. 정부 평가과정에는 대학에 결과만 통보하고 이의신청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부실의대 제재에 대한 효과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교육부와 서남대에 가봤는데 여전히 수준이 형편없다. 대학측에서 물고 늘어져서 재판 들어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시간끌기가 가능한 시스템이지 않나. 여기에 눈감고 있는 정부와 교육부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인천가톨릭학원에 매각된 관동대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으로 가는 건 좋지만, 우리가 좋은 데로 보내라고 할 때는 안 보내더니 오히려 부실의대를 가지면 정원을 팔아 넘길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공신력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의평원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연임해서 2년 정도 임기가 남았다. 그 안에 세계의학교육연맹에서 인정받는 평가기관으로 우뚝 서도록 하는 게 우선 목표다. 지난번 세계연맹에서 회의하는데, 어느 학생대표가 나와서 아직도 전공의를 노예처럼 부리는 유일한 나라로 한국과 대만을 언급하더라. 80시간을 법으로 정하는 끔찍한 나라라면서 말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감성이 떨어진다. 세상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다.

글로벌 수준으로 기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평가비를 올려 기관 독립성과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나부터가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데,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상근 원장이 있어야 할 거다. 평가위원들에게도 교통실비 수준의 회의비를 주는 게 전부다. 기관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학들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부담해서 키워줄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의료계와 정부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지난달 중국에서 전공의 교육에 대한 회의를 열어 다녀왔다. 건전한 전공의 교육제도를 건립한다는 주제였는데, 도출된 결과가 획기적이라 꼭 소개하고 싶다. 한국으로 치면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주무기관 6곳이 합동해 의대 졸업 후 3년간 전공의 급여를 국가에서 제공한다는 국가문서를 남긴 것이다. 전공의 교육을 병원에 맡겨 놓으면 병원으로서는 기관 생존형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이 등한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 동안 중국 의학교육 제도는 우리보다 뒤쳐져 있기도 하고,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회의를 토대로 확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돈을 줘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요구하고, 부실한 교육이 이뤄지면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것.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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