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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지금의 전공의가 나의 미래 주치의가 됩니다

청진기 지금의 전공의가 나의 미래 주치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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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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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한림의대 교수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 엄중식(한림의대 교수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전공의 수련병원 내과가 비상이다. 2014년 현재 전국의 내과 전공의 수련병원은 129개이고 정원은 653명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과 전공의 지원 현황이 시원치 않더니 2014년 5월 1일 현재 54명이 결원인 상태이다.

2012년 701명에 달하는 내과 전공의 정원을 계속 감축시키고 있음에도, 현실은 지원도 많지 않고 결원에도 충원이 원활하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니, 옳고 그름을 떠나 전공의들에게 진료의 많은 부분을 떠맡겨온 병원으로서는 전공의 결원으로 인한 진료 공백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위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서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이어진 전공의 지원 인기과와 함께 그나마 내과는 전공의 선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런 추이라면 내과 역시 흉부외과나 산부인과와 같은 신세(?)를 면하긴 힘들 것 같다.

혹자는 원격진료 도입이 내과 지원을 꺼리는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고, 또 다른 이는 신세대가 내과 전공의 수련 과정의 어려움을 더 이상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혹시 내과 전공의 교육 과정이 고리타분하고, 그런 교육으로 내과 전문의가 된 선배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내과 전공의는 물론이고 모든 임상과 수련 과정이 우리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전공의를 키워내는데 부족함은 없는지 돌이켜 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전공의 정원의 결정과 수련에 대한 평가(병원신임평가)의 권한은 일차적으로 대한병원협회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전문 과목을 대표하는 학회들이 대한병원협회와 전공의 수련 병원의 지정과 전공의 정원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수련 병원들이 전공의 교육을 위한 필수 조건을 잘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전공의에게 필요한 수련과정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수련병원의 전공의 정원 할당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한내과학회 수련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살펴 본 선진국의 전공의 교육을 보면, 지도 전문의라는 자격을 가지고 전공의를 가르치고 있는 선배의사로서 낯을 들 수가 없을 정도로 큰 격차를 느낀다.

일단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전공의 교육을 위해 수련 병원이 갖추어야 할 교육환경에 대한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은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강도가 세다. 전공의 수련의 평가도 서류 평가를 넘어 전문가(Professional)가 갖춰야할 요소들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를 하여 강력하게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이라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우리도 올해 병원신임평가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평가 지표들이 개발돼 적용된다고 한다.

주로 미국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의 평가항목을 벤치마킹해 개발한 지표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 전공의 수련 환경에서 얼마나 타당성을 확보해 평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다면 수련을 실제 담당하고 있는 병원들은 어떨까. 병원 경영진은 전공의 수련에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병원의 수련과정은 임상과 의국에 전적으로 위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병원이 전공의 교육에 있어 일차적 책임은 물론 포괄적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 같다.

의국 중심의 수련 교육이 갖는 배타적인 폐쇄성과 주관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공의 교육의 전체적인 얼개를 구성하고 객관적이며 개방적인 내용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더 이상 전공의를 저임금의 과다 노동을 하는 인력 상품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것은 전공의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이다.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나라인 미국에서도 전공의 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해 매년 전공의 교육을 위해 10조원이 넘는 재원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수련 병원에 지원하고 있다. 전공의 한 명당 약 1억 4000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영국·호주·일본 등에서도 어떤 형태로든지 전공의 수련 교육에 상당한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전공의 교육이 국가의 미래의 의료 서비스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점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인데, 왜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 정말 전공의 교육과 수련에 있어 판을 새롭게 교체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넓게 보면 전공의들은 내 자식이고 조카이며 우리의 황혼을 책임져 줄 미래의 주치의들이다.

그런 면에서 전공의 수련과 교육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은 지금 바꾸지 않으면,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미래의 건강한 국가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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