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여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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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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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구(경희의대 교수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 장성구(경희의대 교수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세상사가 정신없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적 상황 속에 우리 모두는 시류에 뒤질세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넘어지기도 한다.

뜨거운 커피를 훌훌 불어가며 마시는 것은 마셔 없애겠다는 마음의 출발이고, 따끈해 질 때 까지 기다렸다 그 향과 맛을 음미하는 것은 한 잔의 커피를 즐기려는 것이다.

이웃의 어느 나라 국민은 거의 펄펄 끓는 수준의 엽차를 입안이 헤지고 식도가 데일 정도로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식도암의 발생률이 높다는 말이 있다.

바쁜 세상은 한 잔의 커피를 즐길 여유를 주지 않고, 사람들의 급한 마음은 조바심을 재촉해 사람을 추천하거나 평가함에 있어서도 숙고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외형적 정황과 평가자 본인의 기대와 이해관계를 더해 결론짓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인 듯하다.

국가를 운영하고 이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객인 줄 알았더니 결국은 형편없는 정치적 모리배임이 밝혀져서 국민을 실망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정치를 혐오하게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욱 더 실망스러운 것은 국민이 그러한 협잡꾼을 선택한 스스로에 대한 비판 의식이나 반성의 자세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책 기업의 운영이나 국가 재정과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금융 전문가라는 사람이 어느 날 거의 매국노 수준의 비리 전문가임이 밝혀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구세주의 사도와 같았던 종교계의 선각자라고 자타가 공인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치부의 수단이나 개인적 욕망을 위한 사이비 종교인이었음이 드러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세상을 깜작 놀라게 했던 세계적인 학자가 우리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뇌와 번뇌에 찬 예술가의 얼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페인트로 떡칠한 추악한 얼굴이었던 경우는 얼마나 많았나?

이러한 모든 것이 소위 말하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조급함에서 출발됐다고 생각 한다. 전문화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지금의 세상에서 이제 전문성이란 것은 기본적인 요건 일 뿐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에 바탕을 둔 전문가를 우리는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한 발 뒤에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조급함과 몰입의 자충수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를 빙자한 허세와 현학적인 사람들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의 격언은 참으로 지혜를 듬뿍 담은 경계의 말씀인 듯하다.

이 사회를 위해 한 발 물러섰음에도 열을 보기 힘들다면 하나라도 제대로 볼 줄 아는 여유의 미덕을 실천에 옮겨 보는 것은 척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풍요로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조급하고 성급한 내 결정이 나를 위해 남겨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듯하다.

100년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모습은 글자 그대로 처참함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대한의사협회라고 생각한다. 과거 20여 년간 내분으로 점철된 의협의 역사는 만신창이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의협의 행태는 반복되는 자충수라는 것이다. 외부의 힘이 예리한 창과 칼이 되어 우리를 찌르면 헤어졌던 사람들도 다시 하나가 되어 자위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통상적인 현상인데, 의협만큼은 외부적인 자극에 소속 회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방향으로 행보를 달리해 왔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그런데 구호는 동일했다. 의협의 백년대계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인 외부자극이 가해져 왔지만 이것을 인식할 만한 예지력도, 대응할 능력도 없이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열심히 싸워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폭풍우 몰아치는 천인단애의 끝 자락에 서있다.

여기서 또 다시 서로간의 잘잘못만 따지는 실책 속에 미래에 대한 마지막 설계를 놓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서로 각자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의협은 사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고 강요되는 굴복과 굴종 앞에 눈물만 흘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진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의협의 미래를 생각하는 현명한 지혜를 깊이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서로를 품어 안고 동병상련의 상처를 치유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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