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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시간 현실화..재정지원이 답"
"전공의 근무시간 현실화..재정지원이 답"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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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구동성 "대체인력 충원하려면 병원 부담 가중"
권덕철 정책관, "전공의 대체인력 보상방안 논의하겠다"

 ⓒ의협신문 이정환
전공의 근무시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할  대체인력에 대한 비용을 병원이 아니라 미국·영국·일본처럼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등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발표되고, 시행규칙이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들이 법안대로 수련환경을 개선할테니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에 대해 정부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은 12일 오후 1시 30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대학병원의 과제'를 주제로 2014년 서울대병원 병원의료정책 춘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수련의 질 향상'과 '적정 수련비용 부담'이라는 두 과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됐다. 또 근무환경 개선에 따른 인력 및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수련병원에서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므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받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미국·일본 처럼 우리도 보험자·정부 지원 방안 필요
먼저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박상민 교수(서울대병원 공공의료담당). 박 교수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일본의 전문의 인력 양성 정책 및 지원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메디케어에서 전공의 수련 교육비용의 약 70%를 부담하고 있으며, 메디케이드도 일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민간보험회사도 수련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또 영국은 의료진의 교육과 관련된 예산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고, 호주는 전문의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수련병원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보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금(CEB)에서 전공의 급여를 비롯해 의과대학 교수진·수련병원 시설지원·임상교육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다양한 형태의 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해외 사례를 통한 우리나라 정부의 전공의 수련 지원방안으로 ▲인턴·전공의 급여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교육수련에 대한 정부의 인력 예산 지원 ▲인턴·전공의 교육수련 기능에 대한 수가 가산율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단, "보험자가 지원하는 방안일 경우 보험료 상승 요인이 예상되므로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하며,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할 때에도 국민 세금 증가를 유발시키므로 충분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윤 서울의대 교수,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 박중신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이학승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 정제혁 보건복지부 사무관 ⓒ의협신문 이정환
▶정부안대로 하면 대체인력 필수…정부 재정지원 뒤따라야
전공의 수련환경에 영향을 주는 8개 주요항목(연속수련시간·응급실 수련시간·수련간 휴식시간·휴일·주당 최대수련시간·당직일수·휴가·당직수당)을 실제로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은 "주요 8개 항목을 포함시킨 새로운 지침을 적용하다보니 모든 과의 적용방법이 다르게 나왔는데, 특히 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은 현 상황으로는 표준안 실행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교육연구부장에 따르면 주당 최대 88시간을 기준(근무시간 40시간+수련시간 48시간)으로 하고, 1주일에 평균 24시간 휴식 시간 확보를 전제로 했을 때 주당 수련시간이 평균 97.9시간에서 81.1시간으로 감소하고, 주당 당직일수도 평균 3.59일에서 2.01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의료의 질 저하와 수련의 질 저하가 문제가 됐다. 박 교육연구부장은 "전문간호사(PA)는 기존 전공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전임의 및 젊은 교수진이 응급 및 추가진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 자체도 부족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 따라 연속적인 임상경험의 감소(수술기회의 감소)로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가 예상되며, 논문 작성에만 집중하는 전공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부담의 가중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박 교육연구부장은 "전공의 대체인력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고, 근로기준법에 의해 당직수당 지급 시 시간외, 휴일, 야간근로 등 수당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전공의 및 지도전문의 인건비, 수련교육과 관련있는 병원 간접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세훈 서울대병원 대외정책부실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을 경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수련병원의 비정상과 부실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저수가정책에 이어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에 따른 수입감소, 비급여의 확대 제한, 선택진료비 감소 등을 통해 이미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병원계가 또 다시 전공의 수련비용의 추가부담까지 갖게 된다면 수련병원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학승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 "전공의 수련 및 이에 필요한 비용(인건비·부대비용·의료과오 등)은 전액 수련병원이 자체 진료수입에서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병원경영과 무관한 수련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대체인력 보상방안 마련 심도있게 논의할 것
이같은 정부 재정지원의 필요성 주장과 관련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 수련시간을 줄여나가면 반드시 나중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대한의학회 등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행규칙을 만들고 조만간 입법예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련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수련환경 개선, 수련병원 다양화, 수련과정 평가 개선, 지도전문의 자격·교육 개선,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련비용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전공의 대체인력 보상방안 마련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는 "수련병원 가산율은 전공의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마음대로 쓰고 있는 구조인데, 이같은 지원방안 형식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저항성이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 수련병원 등은 정부 재정지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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