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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이 우리 곁에서 다시 살아났다
고궁이 우리 곁에서 다시 살아났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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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宮, 無始無終 宮闕美學(궁, 무시무종 궁궐미학)' 사진전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려

흥례문(興禮門)의 설경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는 "군주들의 역사와 함께 했던 공간의 전 역사는 기록돼야 한다. 공간에는 이들의 사유와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흔적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학교의 교실과 같은 제도적인 건축의 내부는 당시 문화와 경제 그리고 정치적인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역사의 산 증거, 파란만장한 조선시대 500년 역사의 흔적이 배어있는 창덕궁·창경궁·경복궁·경희궁·덕수궁 등 서울 5대궁을 재조명, 우리의 궁궐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사진전이 열린다. 30여점의 사진을 선보이는 사진전(도록 100여점). 그런데 사진작가가 의사출신이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성기호 사진작가의 '宮, 無始無終 宮闕美學(궁, 무시무종 궁궐미학)'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작가 성기호(73세)는 1966년 서울의대 의학과를 졸업해 외과전문의로 활동, 1999년 한전부설 한일병원장을 마지막으로 진료실을 떠난 의료계의 원로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0년,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에서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지호락', '선사회' 그룹전 등을 통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인 성 작가는 서울의대 含春미술전·醫人미술전·미래에셋 공모전 등에서 입선 하는 등 작가로서의 작품성도 함께 인정 받았다.

조주은 중앙대 사진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이번 전시를 "宮-無始無終 宮闕美學(무시무종 궁궐미학)은 섬세한 시각을 따라 기록된 공간의 이미지들로 시간에 축적된 하나의 축적물이다. 과거의 기록이지만 현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미래를 연결하며, 전체를 보여주고 있지만 부분에 주목한다"며 "그의 사진속의 궁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새로워지는 가능성을 펼친 '현재의 궁'을 보여주고 있다. 비어진 궁이 아니라 아직도 현대의 우리 곁에서 살아있는 궁이다.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이다.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궁 뿐만이 아닌 한국의 역사적 건축물들을 재해석하고, 제 모습으로 기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의미를 두었다.

인정문(仁政門) 회랑에서 본 仁政殿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궁궐이 가진 미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는 성 작가…. 그가 바라보는 우리 궁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의 경복궁은 자연과의 어울림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 보아도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는 자연과의 어울림이 자랑이다. 궁궐 너머로 보이는 두 산이 가시적 정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차경(借景)의 미학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창덕궁은 자연속에 폭 안긴 듯한 아늑함이 있다.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위압적이기 보다 친근한 편안함이 있다. 인위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원지형에 자연스럽게 설계된 이 궁은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는 평을 받는다"며 "한편, 창경궁의 명정전은 남향한 다른 궁궐의 법전과는 다르게 동향을 하고 있다. 배산임수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지세가 낮은 동쪽으로 명당수가 흐르고 뒤쪽에는 산세가 받쳐주고 있는 자연의 입지를 순리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을 존중하다보니 다른 궁궐에 비해 공간이 비좁고 동선도 짧으며 방향도 예외적 적용이 이뤄진 곳이다. 경희궁은 다른 궁에 비해 전각 몇채와 건물 터만이 남아 초라한 존재감으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궁이다. 옛이름 경운궁인 덕수궁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정원·석조전 등 동서양이 공존하는 흔적들로 격동하던 조선의 근대모습을 엿볼 수 있다"며 고궁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 궁궐의 특성을 '자연-환경과의 조화'라고 강조하는 성기호 작가는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며 "예술의 본질은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과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사진가의 관점이자 해석의 결과물'이라는 로버트 프랭크의 말처럼 해석하고 해설되는 사진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사진의 마력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하고 때로는 낯설게 만들기도 한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해 공감을 느끼게 하고, 낯선 아름다움을 주어 감동을 느끼게 하는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달리 보이게 하는 묘한 재주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작품철학과 함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한다. 우리의 궁은 규모나 외양으로만 볼일이 아니라 가슴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과거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로 봐야 할 것이다."라며 우리 궁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이번 사진전의 주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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